정자엄니가 도시락을 싸면서, 내것까지 챙겨 오셨다.
오늘은 아침도 안먹고 왔는데, 잘됐다하고 차 뒷자석에 앉아 먹었다.
아점을 먹고, 그 길로 바로 차머리를 통도사 쪽으로 향했다.
통도사 산문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걸어서 들어갔다.
흙길이 나오자 거기서 부터는 신을 벗고, 맨발로 걷기 시작했다.
가다가 벤치에 앉아 계곡물을 내려다보며, 속으로 중얼중얼~
비 맞은 중처럼 궁시렁 거리며 암송을 했다. 물소리, 새소리,
살갗을 스치는 봄바람~~ 마음이 편안했다.
경주 불국사 주변 외에 통도사 주변 겹벚꽃이 좋다길래 대웅전까지
가봤으나, 어디에도 겹벚꽃은 보이질 않고,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해서 경내에는 축원등이 촘촘히 걸려있었다.
대웅전에 들어가서 삼배를 올리고 나니, 잠시 후, 노승이 들어 오셨다.
향을 피워놓고 목탁을 치며 염불을 하기 시작했다. 외워서 읊는 것 같았다.
불심이 깊은 몇몇 보살들도 중얼중얼 따라서 읊어대기 시작했다.
스님과 신도들의 호흡이 딱딱 맞았다. 한단원을 읊는 데 20분이 걸렸다.
내가 지금까지 외운 8분짜리는 명함도 못 낼 지경이었다.
뒤에 것 외우면, 앞 부분을 잊어버리기 일쑤인데, 그들은 얼마나 연습을 했길래?
내가 나갈 즈음, 또 다시 다음 단원을 외우기 시작했다. 잠시 생각이 많아졌다.
저들을 보라! 나는 아무 것도 아니지 않은가?
돌아올 때는 지곡마을 대영맨션쪽으로 들어가서 통도사 구길인 삼수마을 쪽으로
천천히 드라이브 삼아 구경하면서 왔다. 한옥으로 지은 샤브샤브 칼국수집
올갱이 들깨탕을 맛있게 먹었던 대박집이 나오고, 예전에 살았던 마리나아파트
앞으로 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3시간 짜리 짧은 봄나들이. 이름하여 '곰풍'
첫댓글 3시간의 봄나드리도 겁나 멋있습니다.
불국사와 해인사는 정말로 아름답더군요.
학생때도 수학여행했지만 최근 다녀보니 정말 좋았습니다.
통도사는 너무 익숙하게 들었는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네요.
겹벛꽃의 명성은 더욱더 낮설지만 곰님도 못보셨다니 저도 불가능해보이고,
올갱이 들깨탕은 언젠가 만날날을 위하여 기억에 담아두렵니다. ㅎㅎㅎ
저도 기분이 좋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