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이란 말은 자신의 정체성을 가장 확고하고 강력하게 정의하는 요소 중 하나다. 저자(이제오마)는 자신이 속한 미국 사회에서 자신을 포함한 가족이 일상적으로 겪는 공포에 대해 에세이 및 평론 형식을 빌려 독자들에게 낱낱히 실상을 밝혀내고 있다. 미국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백인들은 인종차별은 사실이 아니라고, 무자비한 폭력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항변하지만, 저자(흑인)를 포함한 유색인종들은 미국이라는 곳이 다양한 인종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유토피아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최근 언론에서도 공개되었던 바와 같이 아시아계 여성을 겨냥한 무차별한 총격 사건, 거리를 걸어다니는 아시아계 노인을 향한 폭행 사건을 보건대 미국 안에서 인종주의와 인종차별은 만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부인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전체적인 분위기다. 인종주의의 논점을 흐리게 하기 위해 백인들은 인종이 아닌 계급이라는 관점으로 주장을 몰아간다. 흑인들이 가난한 이유, 유색인종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이유도 인종이 아닌 계급의 문제라고 한다. 인종의 문제는 경제구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백인 엘리트들의 경제적, 정치적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인종주의를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마저 들린다. 인종은 경제적 착취의 명분으로 이용된다. 유색인들을 경제구조의 밑바닥에 가두어버리기위해 사용된다. 유색인종들을 기회와 발전에서 제외하기 위해 활용한다. 결국 미국이라는 국가에서 유색인종들은 아랫자리에서 더 적게 대우 받으며 살고 있다.
오늘날 대두되고 있는 계급 문제, 젠더 문제도 결국 인종 문제로 귀결된다. 인종 문제는 다양한 문제들이 함께 결부되어 있는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인종에 따라 운명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인종적 차별은 매번 감정적 고통을 가하는 일상의 습격이다. 하루하루가 상처가 되고 새로운 방식으로 비인간적인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상처는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학대자가 단 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사회 구조가 유색인종들을 차별하고 고통을 가하는 것이다. 복잡한 사회경제저인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인종 문제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일상적인 인종주의 해악으로 마이크로어그레션이 있다. 미묘하고 작은 규모의 차별과 공격을 일컫는다. 인종주의란 인종을 기반으로 누군가에게 갖는 편견이며 편견은 곧 지배체제에 의해 강화된다. 혐오와 적의는 권력 구조와 지배 체제에 의해 만들어진다. 인종주의에 권력을 부여하는 것은 개인이 아니라 체제이다. 우리는 이것을 가리켜 '구조적 인종주의' 라고 말한다. 이 사회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유리한 구조를 받쳐주기 위해 인종주의가 만들어진 셈이다. 백인들의 이득과 안정, 부유한 백인 남성들의 이득을 위해서.
미국은 아직도 피부색이 성공의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여기는 사회를 지니고 있다. 특히, 특권의식은 서열을 만든다. 사람들은 자신이 누리는 특권을 인식하지 못한다. 특권이란 무엇일까? 특권이란, 다른 사람은 갖지 못한 하나 이상의 이점을 말한다. 이 세상에 100퍼센트 자신의 노력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특권 뒤에는 동전의 뒷면과도 같은 불리함이 늘 존재한다. 100퍼센트 자신의 노력 덕분이라고 말한다면 정직하지 못한 말이다. 거짓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의 특권(평판)을 자신있게 누릴 자격이 있는 사람이 있을까?
지금의 특권은 자신의 힘으로만 얻어낸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특권층은 그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한다. 공정한 경쟁일 수 없다. 자신도 모르게 특권 유지에 일조해 왔을 수도 있다. 특권의 개념은 이 세상을 덜 안전하게 한다. "당신의 특권을 돌아보라" 이 말의 뜻은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었을 수도 있고, 의도치 않게 자신의 언행이 고통에 기여했었을 수도 있기에 그런 점을 인식하라는 말이다. 이익이란 누군가의 불이익에서 온다. 자신에게는 있고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모든 이점을 깊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인종주의를 다룰 때 '교차성'을 중요하게 다룬다. 교차성은 곧 모든 정체성, 특권, 차별이 교차하는 지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종이라는 정체성이 위계와 특권, 차별을 생산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권이 없는 이들을 배제한다는 교차성을 배려하지 않은 것이다. 교차성은 최소한의 사람들만 배제하는 것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선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악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교차성은 특권을 배제한다.
미국은 구조적 인종주의와 여성 혐오가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소수집단우대정책을 도구로 활용하거나 모범 소수민족 신화를 만들어 퍼뜨린다. 특히 모범 소수민족 신화는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을 덮는 예쁜 담요가 되어가고 있고, 동아시아를 제외한 다른 아시아계 미국인을 해치는 매우 적극적인 인종차별로 악용되고 있다. 일명 일본계 미국인의 높은 학력, 정치적 온건함, 근면 성실함 등을 내세워 고정관념화 시켜 다른 나머지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그 틀에 가둘려고 하는 또 하나의 차별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 책에서 언급한 '톤 폴리싱'이라는 용어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톤 폴리싱은 차별받는 사람의 상황보다는 특권층의 마음의 안정만을 우선시하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