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一體
임은경
백로 한 마리
우아한 자태로 강가에 서 있다가
몇 걸음 자박거리는가 싶더니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오른다
하늘을 향해
크게 원을 그리다가
소나무 가지에 사뿐히 내려앉는 백로
자연이 그린 동양화 한 폭,
한참 동안
넋 놓고 바라보는
낮달
--애지사화집 김선옥 외 {꽃밥}에서
임은경 시인의 [일체一體]는 사물과 내가 하나가 되고, 만물이 하나가 되는 ‘동양화의 세계’라고 할 수가 있다. 동양화는 모든 인위적인 것이 제거된 세계이며, 자연 속의 아름다움을 그린 예술의 세계라고 할 수가 있다.
“백로 한 마리/ 우아한 자태로 강가에 서 있다가/ 몇 걸음 자박거리는가 싶더니/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오”르고, “하늘을 향해/ 크게 원을 그리다가/ 소나무 가지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자연이 그린 동양화 한 폭”이고, 이 동양화의 아름다움에 취해 “낮달”이 “한참 동안 넋”을 놓고 바라다 본다.
백로는 주연배우이고, 낮달은 이상적인 관객이며, 나는 “자연이 그린 동양화 한 폭”을 시로 쓰는 언어의 화가이다.
아름다움은 모든 사상과 이론의 궁극적인 목표이고, 아름다움은 모든 정치와 경제와 문화와 예술의 결정체이다.
아름다움은 우리 인간들과 모든 생명체와 모든 대자연의 궁극적인 목표이며,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것이 아름다움의 세계라고 할 수가 있다. 자연과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돈과 명예와 권력을 다 버리지 않으면 안 되고, 예술과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그 모든 잡다한 인간 관계를 다 청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봄꽃천지, 물안개와 원시림과 오색 무지개, 만산홍엽의 가을, 너무나도 하얗고 순수한 겨울 설산----.
아름다움은 이상낙원이고, 황홀함이고, 그 어떤 중독성 마약보다도 더 힘이 세고 강하다.
시는 만물일여, 물아일체의 세계이고, 그 어떤 고통과 난관도 다 삶에의 의지로 승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