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삼월
春三月 예찬
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구나)인가? 아니면 춘래불래춘(春來不來春, 봄은 왔으나 내 마음 속에는 봄이 오지 않는구나)인가? 어쨌든 꽃이 눈에 들어 오지 않는 봄이다. 그렇다고 일상이 거꾸로 흐르는 건 아니다. 할 일들은 여전하다. <연래춘(燕來春)> 중국 요리집이 있다. 이 '연래춘'도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제비 한 마리가 봄을 만든다." "제비 한 마리가 봄을 만들지 않는다."
"춘래불사춘"은 중국의 4대 미인 중의 하나인 왕소군 이야기에 나온다. 왕소군은 한나라의 후궁이었지만 흉노의 후궁으로 쓸려간 여인이다. 그녀는 고향 떠나 추운 흉노 땅에서 맞이하는 봄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즉 '봄이 왔으돼 봄이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녀의 별명은 '낙안(落雁)'이다. '이 왕소군의 미모를 보고선 날아가던 새도 넋을 잃고 날갯짓을 멈추는 바람에 떨어진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말이 나온 김에 중국 4대 미인 이야기를 해 본다. 제일 먼저 우리가 잘 아는 양귀비이다. 그녀는 '경국지색(傾國之色)'의 고사성어 주인공이다. '나라를 뒤집어엎을 미색'이란 말이다. 또 꽃도 그 앞에 서면 부끄러워 고개를 돌린다고 해서 '수화(羞花)'라는 별명도 있다.
그리고 초선이다. 그녀의 별명은 '폐월(閉月)'이다. 그 미모에 주눅들어 달이 구름 사이로 숨어 버린다는 뜻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시(西施)는 월왕 구천이 오왕 부차를 손아귀에 넣기 위해 보낸 미인이다. 서시의 미모를 보고는 물고기마저 넋을 놓는 바람에 헤엄치는 법을 까먹어서 꼬르륵 잠겨버렸다는 뜻의 '침어(沈魚)'가 별명이다.
'서시빈목(西施矉目)'이란 사자성어도 있다. '서시가 눈을 찡그린다'는 말인데, '앞뒤 사정 재지 않고 무작정 남 따라하기'를 가리킨다. 서시가 했던 무수한 연습의 결과물을 어설픈 흉내로 따라잡겠다는 생각해서는 안 될 일이다. 무수한 연습이란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되는 것, 그걸 본성이라고 한다면, 무수한 연습은 새로운 본성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삼라만상의 생명이 잉태하는 절기에 소중하고 유익한 시간되시기바랍니다.
♧글쓴이
글로컬 커뮤니티연구소 소장
공주대학교 행정학박사 연구교수
한서대학교 연구교수 호서대학교 경영대학원 초빙교수
충남공무원연수원 교수
廣岩 김창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