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스타리아 2열 체험하겠다고 뒷좌석에 앉아 출발했는데, 눈 감았다 떠보니 목적지다. 뭘까? 이 개운함은. 약 40분 이동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깨지 않았다. 분명 봄철 춘곤증 탓도 있었겠으나, 스타리아 라운지 뒷좌석은 무척 편안했다. 우리가 알던 덜컹거리던 스타렉스가 아니다.
안장 각도까지 조절할 수 있어 무척 편안한 2열 프리미엄 릴렉션 시트
시트가 대박이다. 7인승 스타리아 라운지에 기본으로 들어간 ‘2열 프리미엄 릴렉션 시트’. 종아리 받침과 튀어나온 좌우 쿠션으로 고개를 고정하는 머리 받침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시트 전체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점이 좋다. 시트 앞쪽을 살짝 들어 올리면 몸이 시트 안쪽으로 폭 파묻힌다. 온몸에 힘이 스르륵 풀린다.
2열 시트는 대부분 기능을 전동으로 조율한다
치밀한 배려도 돋보인다. 다른 MPV는 등받이를 뒤로 눕히면 옆구리에 붙은 팔걸이가 같이 하늘로 치솟기 십상이다. 스타리아는 다르다. 2열 시트 팔걸이 각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데다, 등받이 각도에 따라 자동으로 본래 각도를 유지한다. 시트 옆구리에 붙은 3단 조절 냉난방 버튼까지 발견하면 더 바랄게 뭐가 있을까. 웬만한 대형 세단 뒷좌석보다 편하다. 무엇보다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높은 천장 개방감은 MPV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닌가.
내려서 살펴보니 덩치는 기대 이상이다. 키가 높아 올려다봐야 하고 길이도 길다. 체감 크기는 스타렉스보다는 르노 마스터 밴과 비슷한 수준. 숫자도 그렇다. 전체 길이 5255mm로 스타렉스 (5150mm)는 물론 마스터 밴 S(5075mm)보다 길다. 너비와 키도 각각 1995mm, 1990mm로 늘어나 너비 1920mm, 높이 1925mm였던 스타렉스보다 훨씬 크다.
이토록 거대한 덩치를 옛날 현대 그레이스나 기아 봉고처럼 원박스 스타일로 꾸몄다. 네모반듯한 윤곽에 모서리를 둥글게 마감해 전체적으로 말끔하다. 마치 거대한 조약돌 같달까. 요란한 그래픽 그려 넣은 기아 카니발이나 일본 미니밴과는 결이 다르다.
계기판 앞과 센터페시아 뒤쪽 등 곳곳에 수납공간이 자리 잡았다
운전석에 앉은 첫인상은 ‘트럭 같다’. 트럭처럼 유리창이 큼직큼직하다. 심지어 옆 도어트림 높이가 운전자 허벅지에 그친다. 옆구리 바닥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개방감이 압권이다. 여행 다니면서 풍경 구경하기 딱 좋겠다.
엔진을 가로로 배치한다. 시승차는 네바퀴굴림 모델이지만 밑바탕 구조는 앞바퀴굴림이다
‘위잉’ 전기모터 소리 낼 듯한 생김새와 달리 실제론 ‘갈갈’ 소리 내는 직렬 4기통 2.2L 디젤 엔진이 달렸다. 그래도 진동과 소음을 꼼꼼히 억제해 실내는 쾌적한 편. 주차장을 나서며 스티어링휠을 돌리다 깜짝 놀랐다. 기대 이상으로 앞바퀴가 많이 꺾인다. 엔진을 앞바퀴 축 사이에 가로로 얹었는데도 차체 너비가 2m에 달하기 때문에 넉넉한 조향 각도를 확보했다. 좁은 길 많은 우리나라에서 3275mm에 달하는 긴 휠베이스의 단점을 지우기 위한 노력이다.
승차감은 무난하다. 차체가 높고 많은 사람을 태워야 하는 만큼 마냥 물렁물렁하게 풀진 않았다. 최신 현대·기아 모델처럼 주행 안정성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스프링 강도를 조율했다. 노면에 따라 담백하게 흔들리며, 급격한 코너를 만나도 무섭게 휘청이지 않는다.
예상대로 힘은 딱 알맞은 수준. 1500~2500rpm까지 널찍한 엔진 회전 구간에서 나오는 44.0kg·m 최대토크가 2390kg 덩치를 든든히 이끈다. 그러나 고속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처음엔 가속 페달을 끝까지 못 밟은 줄 알았다. 시속 100km 이상 고속에서의 가속은 그저 느긋하다. 이 덩치에 2.2L 배기량이나 177마력 최고출력은 다소 낮다. 어차피 고속으로 질주할 차가 아니니 큰 문제는 아니다.
마지막으로 효율. 거대한 덩치를 보고 지레 겁먹기 쉽지만 스타리아는 예상외로 준수하다. 공인연비 (라운지 7인승 AWD) 기준 1L에 10.3km를 달릴 수 있다. 실제 주행에서도 약 40km를 달리는 동안 1L에 11km 효율을 기록했다. 2.2L 배기량에 매기는 세금까지 생각하면 크기와 달리 유지비는 합리적이다.
현대 스타리아 라운지. 뒷좌석에 마음을 홀랑 빼앗겼다. 바닥은 낮고 천장은 높으며 네모난 공간은 광활하다. 바닥과 천장 사이 거리가 무려 1379mm다. 그 공간에서 안마의자처럼 편한 시트를 누리니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소중한 가족을 태우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스타렉스의 덜컹거리던 승차감도 이젠 없다. 가족용 차로 이보다 나은 선택지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