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한 호텔 객실은 여느곳과 별반 다르지 않으련만,동하에겐 오늘따라 모든것이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 경아먼저 씻도록 하지. 더운물 받아 줄까?"
침묵을 깨고 동하가 말문을 열었다.경아는 창문으로 다가가 커텐을 제치고는 저아래 백사장에 눈길을 멈춘채 대답했다.
"먼저 샤워 하세요.전 나중에 할께요."
" 그래, 그럼 나먼저 할께."
동하는 잠시 경아를 혼자 놔두는것도 좋으리라 생각하며 욕실로 들어섰다.
뜨거운 물줄기가 온몸을 적셔 왔을때,동하는 비로서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이밤을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이 현실감있게 다가왔다.
송골송골 맺힌 물방울과 김서린 뿌연 거울속에서,자신의 상반신이 흥겹게 움직이고 있었다.
경아는 어느새 나이트까운으로 갈아 입고는 화장대 앞에서 거저로 얼굴을 닦아내고 있었다. 동하를 보자 거울속에서 경아가 살며시 눈웃음을 건냈다. 동하는 웃는모습도 어찌 저리 이쁠까 속으로 감탄하고는 냉장고 문을 열어 경아에겐 섬유음료 하나를 따 건네고 자신은 캔 맥주 하나를 집어 들었다.
경아가 샤워실로 모습을 감추자 동하도 바지와 속옷을 벗고는 벽장속의 까운을 걸쳤다. 벽장속에는 경아의 투피스와 브라우스가 옷걸이에 걸려 있었고, 옷 뒤로 속옷이 가지런이 개여진채 숨겨줘 있었다. 그것을 본 동하는 순간 까운 하나에 경아의 나신이 숨겨져 있었다는 생각에 묘한 흥분이 일었다.
침대에 벌렁 누워 티비 리모콘을 누르니 첫화면부터 남녀가 벌거벗고 딩구는 장면이었다. 동하는 저런 삼류연애는 자신들과는 거리가 멀어 너무 유치하다는 생각을 하며 체널을 다른데로 돌렸다.
경아를 처음 본것은 수유리에 있는 일식집 `어사랑"에서였다. 어사랑은 젊은 내외가 운영하고 있었는데,알고 보니 안주인이 동하와 같은 동향 사람이었다. 그래서 친근감에 접대할 기회가 있거나 아니면 혼자서도 자주 찾았다.
한달전 쯤 어느날,동하는 술한잔 생각이 나 어사랑을 찾았다가 바로 경아의 써빙을 받게 되었다.
" 오라버니. 내 고향친구 경아에요.내가 좀 도와 달라고 해서 일부러 올라왔거든요.객지에서 힘들다는 생각 안들게 오라버니가 친동생처럼 잘 챙겨 주세요. 알았죠?"
그날 어사랑 안주인은 경아를 동하 곁에만 앉아있게 했고 두사람은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금새 친숙해졌다. 영업이 끝나고는 어사랑 내외와 네명이서 노래방까지 가서 밤늦게도록 놀기도 했었다.
그날 이후 동하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어사랑을 찾았고 그럴때마다 늘 경아의 접대를 받으며,맘속에 애정의 깊이를 더해만 갔다. 동하의 지극한 마음씀씀이가 가식이 아니었기에 경아도 차츰차츰 마음의 문을 열고 동하를 편하게 대했다.
그렇다고 동하가 경아에 대해서 많은것을 안다고는 할수 없었다. 나이가 서른다섯이고 첫사랑에 실패하고 그 정신적 충격으로 아직 결혼을 하지 못했다는 정도의 지극히 단편적인 정보가 다였다. 그러나 동하는 다른것은 조금도 중요치가 않았다. 현제 사귀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녀를 이미 자기 사람으로 낙점하였고 온정을 담뿍 건네었다.
동하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였다. 사업의 부침이 심했던 관계로 늘 티격태격 다투던 아내와 도리없이 갈라서고 혼자 서글픈 원룸에서 생활해 온것이 벌써 두해가 다 되어 갔기 때문에 늘 맘한구석은 허전하고 적적했다. 자연 경아에게서 이성의 향기를 느꼈고 반려자의 자리까지도 동하는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한달여동안 참으로 지극정성 경아를 따뜻이 대하였고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오늘 드디어 경와와의 첫날밤을 맞이하는것이니 어찌 감개가 무량치 않으랴.
샤워를 마친 경아가 머리를 닦으며 침대에 걸터 앉았다.물기가 체 가시지 않은 탓인지 경아에게서 라일락 향기가 은은이 품어져 나온다고 동하는 생각 했다.
" 내가 머리좀 말려 주지."
동하는 얼른 경아의 타울을 빼앗아 양끝을 잡고 머리를 털어댔다. 타울이 스칠때 마다 향긋한 샴푸향이 후각을 자극해왔다. 경아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고는 동하가 하는데로 내버려 두면서도, 이따금씩 머리결이 출렁이며 얼굴쪽 손등을 때릴때면 아얏소리를 내기도 했다.
머리에 물기가 거의 없어졌다고 생각 든 동하는 하던 동작을 멈추고는 경아를 와락 껴안아 침대에 눕혓다.
" 불,..불좀 꺼 주세요."
경아의 말에 동하가 소등을 하고 수면등을 켰다. 붉지도 환하지도 않은 수면등은 달빛처럼 고요히 둘만의 침실을 밝혀 주고 있었다.
반듯이 누운 경아의 옷고름을 풀어 헤쳤다. 순간 경아는 눈을 감으며 탄식같은 짧은 한숨을 내 쉬었다. 이어 동하의 눈에는 보기 좋으리만치 풍만한 가슴과 백옥처럼 흰 완숙한 여인의 황홀한 자태가 그대로 펼쳐졌다.
침 삼키는 소리가 자신의 귀에도 들릴 정도로 아니, 심장박동이 그대로 멋는것 같은 느낌. 동하는 이순간 그 정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동하는 경아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볍게 대고는 아주 천천히 사랑의 유희를 시작했다. 경아도 동하의 사랑을 진심으로 받아드린다는 마음을 전하듯 차츰차츰 서로의 입술과 혀는 조금씩 더 깊이,그리고 쉴세없이 움직였고 그 행위는 오래도록 이어지고 있었다.
달디단 긴 키스가 끝나고 동하는 다시 경아의 목부터 시작하여 점점 아래로 입술을 옮기기 시작했다. 풍만하다 싶을정도로 탐스럽게 솟은 두개의 젖무덤에 이르러서는 정말 조심스럽게 또한 정성스럽게 대함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후, 동하는 평생에 몇번 가보지 못할 신비로운 그곳에 얼굴을 묻었다.솔골이었다.
경아의 몸이 불판위의 오징어처럼 옹그라 들었다 다시 풀어지곤 했다. 이따금씩 뿜어져 나오는 가는 신음소리와 지칠줄 모르는 동하의 탐닉이 파도처럼 출렁이었다.
이제. 두사람은 그이상 더 오를곳 없는 마지막 절정을 향해. 몸위에 몸을 포갰다.그리고 둘은 오직 온전한 하나가 되기위해 몸부림 쳤다.
뜨겁고도 질척한 터널로 빠져들며, 동하는 마음속으로 정녕 이여인을 영원히 사랑하리라,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밤은 깊어가고, 두사람의 뜨거운 사랑은 그리고도 한참이나 계속 되었다.
첫댓글 더울님의 연작 솜씨!,..... 보통 작가들에 버금 가신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군요?
잘 쓰시네요. 다음편 기대합니다. 꼴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