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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57
마지막 날 밤, 저녁 때 잠깐 호텔 주인의 심부름 몇 개를 해 주었더니 95 파운드를 받았다.
DAY 58
자...이때까지 새로운 길은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 마을에서 이렇게 오래 논 적이 없는데. 이제 런던으로 갈 일만 남았네요.
전에도 탔던 그 배입니다. 당일 도착합니다.
우리는 알가르브(Algarve)산 오렌지와 조생 버찌를 가득 실은 낡은 토레스-케베도(Torres-Quevedo) 비행선, 마드레 데 데우스 호를 타고 리즈보아를 떠났다. 런던까지 하루면 되는데, 잘 익은 과일 냄새 때문에 먹고 싶어 너무나도 괴로웠다!
포그 씨는 극히 평온하게 전망대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걱정할 이유는 전혀 없다. 무난하게 80일 내로 도착할 테니까.
혁신 클럽에 언제 가지? 흐흐, 나는 몸이 근질거려 견딜 수가 없었다. 상금을 타야 하니까!
-타임스
모험가 포그, 조만간 귀환 예정
도착을 기다리면서 나는 위험 요소가 있을지 모든 곳을 둘러보았다. 한 눈은 선원에게, 다른 눈은 선체에. 아주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하지만 이 하루의 평온함을 깰 요소는 아무것도 없었다.
드디어 도착합니다!
......
우리는 하이드 파크(Hyde Park)의 비행선 부두에 정박했다. 58일 만에, 나는 잉글랜드 흙이 얼마나 폭신한지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긴 시간이었지만 결국 런던으로 돌아왔다. 오늘도 역시 돈 받기에 딱 좋은 날이군!
나는 하이드 파크의 서펜타인(Serpentine) 둑길에서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증기 마차 한 대를 잡고서는, 주인님의 옷깃을 붙잡고 마차에 던져 넣었다.
“흉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네, 파스파르투.” 주인님이 지적했지만, 나는 무언가에 홀린 것만 같았다.
증기 새는 소리가 멈추고, 마차의 흔들림도 잦아들자 나는 주인님을 자리에서 끌어내 혁신 클럽의 웅장한 문 앞으로 데려갔다.
넓은 응접실에 도착한 후에야 나는 그를 놓아주었다. 주인님의 경쟁자 다섯 명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크게 충격을 받았는지 그들은 입을 벌린 채 서 있었다.
포그 씨는 잠시 자세를 바르게 잡고 말했다. 그 특유의 평온한 목소리로.
“신사분들. 돌아왔습니다!”
방 안이 환호로 가득 찼다. 이 사람들은 언제 또 들어온 거지? 거리에서 우리 뒤를 쫓아왔나? 눈치채지 못했다. 나는 갑자기 현실로 돌아왔다. 그제야 나는, 아주 비정상 경로를 따라 왔음에도, 주인님이 결국 20000 파운드를 땄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4000 파운드에 도중에 은행에서 꺼낸 돈까지 해도 15000 파운드는 남으니, 적지 않은 돈이다!
불현듯 혁신 클럽의 웅장한 실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삼십 몇 년 전 이 클럽이 설립된 이래 전혀 변하지 않은 그 모습이. 그중에서도 특히 기술의 집약을 보여주는 것은 벽난로 위에 걸린 금장 시계였다.
옆에서 회원 몇 명이 증기 마차를 클럽 코앞에 세운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중얼거렸다.
나는 축하해주러 온 군중들 사이에 파묻힌 포그 씨를 찾아 갔다.
“이번에도 이기셨네요, 무슈.” 큰소리로 한 번 더 외친 나는 이 상황이 사실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고 마음이 다시 벅차올랐다.
포그 씨도 나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나의 행동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지도 않았다.
이번에도 역시 그의 냉정한 눈빛은 흔들리지도, 누그러지지도 않았지만, 나는 그가 나와 악수하는 것을 기쁘게 여겼다고 믿는다.
내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나는 군중들이 이 중요한 순간을 목격하려고 쏟아져 들어오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몸을 이끌고 포그 씨에게 다가갔다. 그는 축하해주러 온 군중들에게 거의 잡아먹힐 뻔했다.
“성공했습니다, 무슈.” 내가 말했다. 나는 주인님의 손을 잡고 악수했다. 큰소리로 한 번 더 외친 나는 이 상황이 사실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고 마음이 다시 벅차올랐다.
포그 씨도 나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나의 행동이 온당치 않다고 지적하지도 않았다.
정말로, 비록 그의 냉정한 눈빛은 흔들리지도, 누그러지지도 않았지만, 나는 그가 나와 악수하는 것을 기쁘게 여겼다고 믿는다.
“자네를 하인이라 부를 수 있는 신사는 누구라도 정말 운이 좋은 걸세. 그리고, 자네는 나의 동지라 할 자격이 충분하네.” 포그 씨가 말했다. 나는 안다. 그에게 있어 이보다 대단한 찬사는 없다는 것을.
“포그 씨! 포그 씨!” 군중 속에서 한 기자가 소리를 질러 끼어들었다.
“대모험가 필리어스 포그와 그의 충실한 하인 파스파르투의 다음 계획은 또 무엇인가요?”
주인님은 나를 보았다. 나는 미치광이처럼 웃었다.
“아마 한 번 더 해야겠지요.” 내가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먼 길을 가야 할 겁니다!”
나는 주위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을 둘러보며 눈썹을 묘하게 씰룩였다.
“아직도 내기하고 싶은 분?”
포그 씨가 굴리던 눈을 멈추었다.
“나는 오늘밤,” 그는 대단히 신중하게 말을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만찬 후 잠자리에 들 것입니다. 그만 가세, 파스파르투!”
“예, 포그 씨!” 나는 그렇게 말하고 뒤를 따랐다.
여행 일수 : 58일
방문한 도시 : 12개
이동 거리 : 14721 마일 (23691 km)
해상 이동 거리 : 0 마일
육상 이동 거리 : 3149 마일 (5068 km)
공중 이동 거리 : 11573 마일 (18625 km)
선호 교통 수단 : 비행선
자산 변동 : +15995 파운드
총 지출 : 5470 파운드
항상 연재 전후로 인생 격변기를 맞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일 년 전이긴 했지만. 살던 곳도, 하던 일도 완전히 바뀐 삶에 적응하느라 정말 정신이 없었습니다. 더이상의 격변은 없었으면...하지만 인생이란 것이 걱정 하나를 덜면 새로운 걱정이 생기는 모양입니다. 그것도 지금껏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걱정.
어쨌든, 이번에도 여러분과 함께 여행을 해 보았는데 역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여정이었네요. 다만 같은 도시에 들르면 같은 일이 일어나는지라 후반이 좀 지루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리즈보아에서는 다른 길이 없어요 ㅠㅠ 뭐...다회차의 문제겠지요. 그래도 세 번은 하고 싶다! 해서 한 연재입니다. 아직 아프리카에서, 남아메리카에서,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지만 이제 그냥 궁금한 영역으로 남겨야 하지 않을까...(물론 연재하지 않아도 혼자 확인하면 되지만 ㅋㅋ)
시원섭섭, 복잡다단한 마음입니다. 본진 바꾼 뒤 만족스럽던 생활이라 연재도 편하게 하고 마치려고 했는데 갑자기 온갖 업무가 닥치고 가내 복잡한 일이 생겨서 정신없는 와중에 간신히 끝냈습니다. 어, 58일이면 너무 일찍 끝나는데? 하면서 한편으로는 이정도에서 끝나는 게 낫겠다 싶은 그런 마음...
넋두리는 여기까지 하고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모든 포그 씨에게 영광을!
이걸 세계일주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성공!
“어…그런데 제가 큰소리 치기는 했지만, 다음에도 또 도전하실 건지……?”
“글쎄…때가 되면 할 수도 있겠지…물론 누군가 도전해 온다면 기꺼이 응할 테지만.”
“때가 된다면…….”
정신없었던 세 번의 여행. 다음 ‘때’란 과연 언제일까? 잠시 생각에 빠진 사이 포그 씨는 성큼성큼 나아갔고, 의문을 남긴 채 나는 그를 뒤쫓았다.
“무슈! 같이 가셔야죠!”
Fin.
첫댓글 잘봤습니다 각 대륙별로 한번씩 들리는 것도 좋을거 같은데...허허...
고맙습니다. 아직 미탐사 도시가 참 많은데...아마 그걸 다 할 수는 없겠죠.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ㅋㅋ 네번째 여행 하나요
근데 일주 못한건데 돈받네요.ㅋㅋㅋㅋㅋ
그러니까요 ㅋㅋ 바다만 하나 건넜다 오면 되는 건지
사실 북극점만 찍고 돌아와도 되는 거였는데.. 북미는 그냥 양심과의 타협이라는 느낌입니다?
맞아요 구색만 맞추기...ㅋㅋㅋ
원작은 아마 하루 차이였죠? 넉넉하게 끝났군요. 잘봤습니다!
1회차 때는 원작처럼 꽤 긴장감이 있었는데. 이제는 너무 쉬워서 여기에 돈을 거는 놈들은 무슨 생각인가 싶어요. ㅋㅋ
고맙습니다.
아프리카가 안뜨다니 이게 왜 세계일주입니까! 다시 연재해주시지요!(?) 그동안 잘 봤습니다 ㅋㅋ
ㅋㅋㅋ 탕국도 자꾸 우리면 밍밍해지는지라...고맙습니다.
다음여행(?)은 여러 여성들과 플래그를 꽂는 루트로 가죠.
하인:이제 그만 여행가요...
주인님:나의 아내가 될 여성들을 찾는 여행을 해야지!
아우다가 있는지 저도 궁금합니다 ㅎㅎ
음 초고속으로 가면 한번에 2바퀴를 돌 수도...? 넘 뇌절인가요?
음? 태평양과 대서양을 건너는 방법이 각각 두세가지쯤 되는데 갔던 도시 겹치지 않게 잘 피해서 다니면 될지도요..? 도전할만 한듯요.
@koringenieur 아 그런데 그러러면 80일 기한은 무시해야겠네요
잘 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