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한통 1만원에 김치도 품귀… 채소 직접 키워 먹는다
식탁물가 올라 식자재 자급자족
베란다 자투리 공간에 채소 재배… 원예 도구-씨-모종 등 판매 늘어
지자체서 상자텃밭 세트 무료 보급… 상추-깻잎 등 심어 이웃과 나눔도
한혜련 씨가 집 베란다에서 직접 재배하고 있는 바질, 루콜라, 고수 화분. 독자 제공
부산 기장군에 사는 한혜련 씨(40·여)는 아파트 베란다에 화분 3개를 두고 바질, 루콜라, 고수를 키운다. 그는 3년 전부터 대파와 상추, 애플민트까지 몇 가지 씨앗을 구비해놓고 필요한 식자재를 돌아가며 재배하고 있다. 한 씨는 “직접 텃밭을 가꾸면 식자재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장 볼 때 함께 따라오는 비닐·플라스틱도 줄일 수 있어 환경에 보탬이 된다”고 했다.
최근 라면부터 김치까지 식탁 물가가 줄줄이 오르는 가운데 베란다 옥상 마당 등 자투리 공간을 텃밭으로 활용해 ‘채소 자급자족’을 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상추 깻잎 등 익숙한 품종 외에 한 포기 값이 1만 원에 가까워진 ‘금추(금+배추)’를 집에서 직접 재배하기도 한다.
○ 60% 늘어난 씨앗·모종 판매량
경남에서 삼남매를 키우는 A 씨는 올여름 아파트 베란다에 가정용 발광다이오드(LED) 수경재배기를 들이고 ‘베란다텃밭’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상추 깻잎 바질 토마토 케일 오이 등을 직접 재배하고 수확량이 많을 때는 이웃들에게 ‘쌈 나눔’을 한다.
주말농장 텃밭을 분양하듯 주민들에게 ‘상자텃밭’을 보급하는 지방자치단체도 늘고 있다. 경기 하남시는 올 초 도시 농업에 관심 있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상자와 상토(흙)로 구성된 상자텃밭 세트 1000여 개를 분양했다.
‘채소 자급자족’에 대한 높아진 관심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홈가드닝 상품군 누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늘었다. 상승 폭은 △씨앗·모종(방울토마토, 상추 등) 60% △배양토 30% △원예공구(모종삽, 원예가위 등) 20% 등이다. 위메프도 최근 상추 모종과 대파 모종 판매량이 전년 대비 98%, 197% 늘었다고 밝혔다. 무씨(27%), 고추씨(67%) 판매량도 증가했다.
○ 직접 심는 게 ‘배테크(배추+재테크)’
최근엔 배추를 직접 재배하는 가구도 늘고 있다. 농산물유통정보시스템(KAMIS)에 따르면 16일 배추 10kg 도매가격은 3만2940원. 이는 평년(1만6627원)의 2배 수준이다. 18일 쿠팡에서 배추 종합순위 1위 상품인 ‘곰곰(쿠팡의 식품 PB) 국내산 배추 1통’ 가격은 9490원으로 1만 원에 육박한다.
포장김치 가격이 오름세인 점도 배추 키우기 열풍에 한몫하고 있다. 포장김치 업계 1위 대상은 다음 달 1일부터 종가집 김치 가격을 평균 9.8% 올리기로 했다. 이마저도 수요가 몰리면서 일부 온라인 쇼핑몰과 마트에선 포장김치 ‘일시품절’이 잇따르고 있다. 경기 성남시에 사는 직장인 B 씨는 최근 집 테라스 정원에 배추 모종 33포기를 심었다. B 씨는 “모종 값을 다 합쳐도 8000원이다. 요즘 다 자란 배추 한 포기 값이 8000원을 넘으니 직접 재배하는 게 ‘배테크(배추+재테크)’”라며 “이걸로 김장까진 못 하더라도 올겨울 배춧국과 동치미는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