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3000억원에 달하는 사기성 CP(기업어음)ㆍ회사채를 발행해 5만여 명의 피해자를 낳았던 동양사태. 이 피해자들이 지난 16일 동양그룹 이혜경 부회장과 배우 이정재씨를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
정재씨가 과거 부동산 시행사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동양그룹으로부터 100억원 단위의 부당한 재정적 지원을 받았으며, 이를 이혜경
부회장이 실무진의 만류를 뿌리치고 주도했다는 것이 동양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몇만 원의 보상도 아쉬운 이들에게, 이렇게 큰돈이
쉽게 오갔다는 얘기는 분명히 분통이 터질 만한 일이다.
그러나 아직 이 재정적 지원을 비상식적이라고 단정짓긴
어렵다. 대기업인 시공사가 시행사에 돈을 빌려주고, 분양 후 돌려받는 경우는 건설 업계에서 있음 직한 일이다. 더욱이 이 지원이
이혜경 부회장의 결정에서 비롯됐다는 주장 역시 아직은 근거가 없다.
그러나 딱 한 가지 의문이 남는 부분은 있다. 사건이 일어난 ‘시점’에 관한 것이다. 이정재씨 측은 보도자료 등을 통해 2011년 초 자신은 사실상 사업에서 손을 뗐다고 했다.
이
시점은 사건의 중요한 열쇠다. 이정재씨 말대로라면 동양과 이정재씨 회사의 돈거래가 발생한 것이 2011년 말이기 때문에
2011년 초 사업서 손을 뗀 이씨 자신은 이 일에서 관련성이 사라진다. 또한 자신을 보고 이 부회장이 돈을 대줬다는 세간의
이야기 역시 근거를 잃게 된다.
실제 돈 거래는 이뤄졌지만, 이는 이정재씨와 이혜경 부회장 개인간의 문제가 아닌
회사대 회사 차원의 문제로 바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정재씨와 이 부회장이 빠진 회사대 회사의 돈 거래라면, ‘이정재 빌라’로
홍보되던 빌라의 분양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도움을 줬다고 말할 여지가 생긴다. 동양이 이정재씨 시행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해 업체 이미지를 높임으로써 분양률 상승을 시도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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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동양사태 피해자들이 이정재씨와 이혜경 부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고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김아사 기자
이정재, 2011년에도 회사 운영 깊숙히 개입했을 가능성 커 그러나 2011년 사업에서 손을
뗐다는 이씨의 말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회사 등기부등본을 살핀 결과 이씨가 2009년 부동산
사업을 하기 위해 설립한 ‘서림 C&D(후에 제이엘앤컴퍼니로 이름을 변경)’란 시행사는 2011년 3월 이정재씨의 부친을
대표에 앉힌다. 이씨는 이때 지분 35%를 가진 최대주주였다.
더욱이 이 회사는 그해 5월에는 연예기획사업과,
매니지먼트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다. 당시 매니지먼트 업계에는 이씨가 개인 기획사를 따로 설립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으며, 당시
이씨의 프로필에도 서림C&D가 이름을 바꾼, 제이엘앤컴퍼니가 소속사로 등록돼 있다. 당시 최대주주였던 이씨가 적어도 이
시점에는 회사 운영에 깊숙히 개입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서류상에 드러난 이씨와 부친의 퇴사 시점은
2012년 11월이다. 분양을 6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부친과 함께 회사 직위를 사임하는데, 이 때는 동양과 이씨 시행사의 돈
거래가 있은 지 한참 후의 시점이다. 이정재씨가 자신은 동양과의 거래와 관련이 없다는 얘기를 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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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배우 이정재씨.
동양과의 돈거래는 2011년 말 발생 실제 이씨가 엔터테인먼트업을 추가하고 완전히 회사를 나오기
전까지 동양과 제이엘앤컴퍼니는 돈거래를 계속한다. 2011년 11월 ㈜동양은 특수목적회사(SPC)인 ‘티와이삼성동제일차’를 통해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320억원을 발행했다.
돈을 빌리는 곳은 시행사 ‘제이엘앤컴퍼니’였고, 동양이 연대보증을 했다. 동양증권이 매입을 보장해 신용등급은 A2+로 평가됐다. 동양은 나중에 이 중 100억원을 손실처리해 줬다.
물
론 이런 돈거래가 불법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만약 분양에 성공한 후, 시행사인 제이엘앤컴퍼니가 시공사인 동양에 돈을 갚으면 모두
끝나는 일이었다. 동양사태가 없었고, 분양이 잘 됐다면 파장이 이렇게 크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뜻이다.
현재 이씨의
회사가 동양에 돈을 갚았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애초 이씨가 서울 삼성동에 지으려했던 고급 빌라 라테라스는 공실 2곳을
제외하고 모두 분양이 된 상태다. 동양 측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법정관리 중인데다 매각을 앞두고 있어 대답하기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동양피해자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씨가 관여했던 회사가 동양에 돈을 갚지 않았고, 이씨가 자신이 사업에 손을 뗀
시점과 관련해 거짓말을 한 것이라면 이는 반드시 수사가 필요한 사건”이라고 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