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서 식사준비를 하는 우리 주인님이 목에 잔뜩 힘을 주고 자주 하시던 말씀이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인데, 그 말을 들을 때면 나는 언제나 '네네! 그러문입죠.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주인님.'이라고 하면서 한껏 허리를 연신 굽신거리곤 했다. 사실 아무리 훌륭한 주방시설과 식재료가 있다 한들 누군가의 정성스런 손길을 거치지 않고서는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얻어 먹을 수 없다. 무위도식으로 살아가는 나같은 사람의 유일한 생존 전략은 그저 강자에게 굽신거리고 아양을 떠는 일밖에 또 무엇이 있을까.
무릇 세상사 다 그렇지 않은가.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으니 모두들 열심히 일하고 그 대가로 가족을 먹여 살리며 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것이다. 서양 격언에도 ' No pains, no gains'라고 하여 아무 하는 일 없이 감나무 밑에 누워 이제나 저제나 하면서 홍시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사람을 경계하지 않았을까. 거의 50년에 이르도록 끼니 거르지 않게 밥을 챙겨준 주인님에게 '감사합니다.'란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나뿐만 아니라, 동기 제위(諸位)도 위대하신 부인께 고마움을 가슴 깊이 새기고 항상 잊지 않으시길...
2024년 들어 제18대 동기회 집행부가 구성되면서 이전에 동기회를 위해 헌신했던 간부들이 일제히 물러난다는 퇴임의 변(辯)을 올렸구만글쎄. 지난 2년간 동기회의 친목과 성장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를 많이 써 온 박승우 회장님의 퇴임사는 없고 총무님들의 글만 올려져 있으니 어울리는 모냥새는 쪼매 아닌 듯하지만...본고(本稿)를 빌어 전임 박승우 회장님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말이 나온 김에 되돌아 보면, 내가 수도권에 올라와서 그 동안 만난 동기회 회장이 근창군(15대), 동택군(16대), 그리고 승우군(17대)이었는데, 그들 모두가 한결같이 기본 성정이 이타적·헌신적이었던 데다 조직의 일에 솔선하는 사람들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해서리 조직의 수장(首長)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하긴 뭐 문재인은 조직의 대빵을 한 경험이 전무했음에도(자기 말을 들으면 부산에서 구멍가게 수준의 로펌에서 노무현과 공동대표를 했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네) 대통령의 직까지 오르긴 했더만, 쩝! . 아, 또 포청천 병일군한테서 이 글 내리라는 불호령이 떨어지면 우짜까잉...
그 동안 많은 회장들이 동기회를 이끌다 임기를 마쳤지만 20여 년간 한결같이 동기회의 운영을 맡다 이번에 물러나게 되는 승옥군(기획), 기석군(재무), 그리고 승기군(행사)의 그간의 노고를 잊을 수가 없다.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듯 이들이 긴 세월 음으로 양으로 동기들의 친목과 조직의 발전을 위해 애써 온 결과 오늘까지 동기회는 잘 운영되고 있다고 여겨지는 건 나만의 생각은 아닐 터. 재작년 연말 '성동인의 밤' 행사에 우연히 참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70여 년의 고교 졸업기수 중 단연 뛰어난 활동을 보인 게 우리 21기였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훌륭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데는 동기회 집행부의 노력과 회원 모두의 적극적인 지원에 기인한 결과라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그 가운데 이들 세 명의 동기들의 역할이 가장 컸지 않았나 생각된다. 아 참! 본인이 물러나겠다고 완곡한 의사를 표명했음에도 후임자가 없어서리 어쩔 수 없이 하던 일 계속하게 된 포청천 병일군의 노고를 빼먹을 뻔했구만. 아득한 옛날부터 일흔이 넘은 지금에 이르기까지 카페를 그리도 활성화시켜 운영해 온 그의 성과는 동서고금(東西古今)을 살펴 보아도 찾기 어렵고 그 역할은 앞으로도 계속 되리니...그간의 고생과 애씀에 대하여 병일군, 승옥군, 기석군, 그리고 승기군에게 감사의 말씀 전하니, 부뚜막의 소금을 열심히 집어넣은 그대들에게 건강과 행운이 깃들진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