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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귀족(貴族)이라 하면 공후백자남(公侯伯子男)이라는 오등작(五等爵)을 연상한다. 공작이니 백작이니 하는 작위를 가진 귀족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유럽에선 2차 대전 이전까지 '에헴'하고 살아갔고 일부에서는 지금도 잘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영국의 작위는 요것만은 아니다. 물론 확실한 귀족작위는 이 다섯 개지만 이것 외에도 몇 개의 신분상의 제도가 나뉘어져 있는데 그것은 다른 유럽제국에는 잘 볼 수 없는 형태이다.
먼저 귀족계급인 오등작에 대해 알아보자.
이 오등작은 우리 동양에서도 쓰여진 제도이다. 고대 주(周)나라가 봉건제도를 실시하면서 오등작으로 봉토와 함께 제후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근대 일본이 명치유신 이후 화족(華族)계급을 만들면서 유럽을 본 따서 오등작을 실시했지만 2차대전의 패전으로 몽땅 사라져버리고 왕실가족이라 불리는 저거네 임금 근친의 가족 빼고는 작위란 없다.(일왕의 가족들은 대부분 미야(宮)라고 불리는 親王)
먼저 귀족 이전에 유럽 군주의 작위부터 살펴보자.
유럽에서는 황제(皇帝, Emperor)하면 몇 명 없다. 즉 로마황제의 제관(帝冠)을 이어받아 나뉘어진, 서로마제국으로부터 내려온 합스부르크 가문의 신성로마제국 황제(나중에 오스트리아 황제로 변신)와 동로마황제로부터 내려온 러시아황제, 그리고 나폴레옹이 신성로마제국을 해체한 후 이탈리아를 정복하여 교황에게 타낸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이 신성로마제국의 해체시킨 이후 그 프랑스 황제를 쳐부수고 독일제국의 성립으로 탄생한 호엔쫄레른 가문의 독일황제 정도이다.
이들 황제 빼곤 영국도 겨우 '인도황제'라는 명칭을 가진 빅토리아를 제외하고는 모두 왕(King)일 뿐이다. 영국은 빅토리아를 제외하고는 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무지 대제국이라 일컫는 대영제국을 가졌어도 로마황제의 제관을 가지지 않는 한 유럽에서는 황제가 될 수 없다.
왕의 나라 영국은 국가의 명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연합형태의 국가이다.
국호인 the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는 이 연합왕국의 성격을 잘 표현해 주는데 영국 국왕의 왕관은 브리튼에 있는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즈 그리고 덤으로 붙어있는 북아일랜드의 왕관으로 구성한다. 즉 형식상 지방분권으로 인해 각 나라들은 독자적 의회를 가지고 있는데 스코틀랜드가 대표적이다(웨일즈는 프린스 오브 웨일즈가 영국 국왕의 후계자).
이러한 영국의 국가체계는 귀족가문들도 나누어버리는데 잉글랜드 출신의 귀족들과 스코틀랜드 출신의 귀족들 등등 각 지역의 대표적 귀족가문으로 크게 분리된다. 물론 우리의 중앙집권식 사고방식으로는 이해가 안되지만 그들은 각 나라별로 분리된 가문들을 두고 있다. 그래서 자기들을 부를 때 꼭 잉글랜드계니 스코틀랜드계니 하는 구분을 필요로 한다.
영국의 귀족가문을 살펴보면 잉글랜드 출신의 귀족가문이 제일 많다. 물론 오래도 되었지만 주체적 입장에서 왕국을 성립시켰기 때문에 그 덕으로 귀족가문이 다수 배출되었다.
유명한 가문을 뽑으라면 공작가문이 아니라 백작가문이 많다. 그 이유는 당시 공작은 왕의 형제나 근친 빼고는 드물었고 공국(公國)이 될 정도의 크기를 가지는 지역이 잉글랜드에선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오래된 백국(伯國, Earldoms)으로는 Derby, Essex, Devon, Lincoln, Winchilsea 등 사오백년은 됨직한 가문들이 많다. 그러나 귀족 중의 귀족 가문을 내세운다면 Howard家門을 손꼽는데 이 가문에서 작위를 가진 귀족가문이 10여개 나왔다. 즉 한 가문에서 수 개의 귀족가문이 갈라져나간 것이다.
스코틀랜드는 항상 소수의 입장에 서서 불만도 많았을 것이다. 이 지역도 오래된 가문이 다수 있는데 대부분 왕위를 가지고 있던 Stuart왕조의 친인척으로서 번성해왔다. 대충 보면 Fitzalan이나 Stewart, Douglas, Campbell, Murray, Gordon 등이 스코틀랜드의 명문들에 속하는데 물론 작위는 하나 이상 가진 가문들이다.
오늘날 영국 상원(上院, the House of Lords)은 귀족들의 집합체이자 이른바 귀족 계모임이라 생각하면 된다. 민주주의의 발달로 할 일 없어진 귀족들을 모아서 놀라고 만들어 준 것은 아니지만 귀족의 힘이 약화되고 하원(下院, the House of Representatives)의 힘이 강해지자 상원은 힘을 쓸 수가 없어 그냥 우리들이 보기엔 별 시답지도 않은 귀족들의 놀이터쯤으로 비춰지는 것이다.
이 상원에 귀족들이 모이는데 과거 세습귀족들은 대부분 상원의원이지만 상원의원에도 성직(聖職)으로 된 의원(Lords Spiritual)과 세습의원(Lords Temporal)으로 구분된다. 영국은 성공회의 나라이기 때문에 성직자의 상원 진출은 빈번했다.
자 이제 귀족들을 비롯한 신분제도의 구성을 보자.
영국엔 신분 높은 공작으로부터 남작까지 세습귀족이고 세습은 가능하나 귀족이 아닌 준남작, 그리고 기사, 기사를 보조하는 시골 신사인 향사로 구성되어 있다.
공작(公爵, Duke)은 두 종류가 있는데 일반 공작과 왕족으로서의 a royal duke가 있다. 엘리자베스 2세의 차남 앤드류는 요크 공작(Duke of York)인데 공작이라도 a royal duke인 셈이다.
현재 공국(公國, Dukedoms)을 가지는 공작의 지위를 가지는 가문은
Norfolk(Fitzalan-Howard家), Somerset(Seymour家), Grafton(Fitzroy家),
Marlborough(Spencer-Churchill家), Atholl(Stewart-Murray家),
Hamilton(Douglas-Hamilton家), Devonshire(Cavendish家),
Wellington(Wellesley家), Rutland(Manners家), Argyll(Campbell家),
Westminster(Grosvenor家) 등 20여 개정도가 있다고 한다.
공작의 아들들 중 상속자인 장남을 제외하고는 모두 일대귀족(一代貴族)이 되는데 경칭은 모두 Lord라 불린다. 예를 보면 이름이 Edward Campbell이라는 공작의 상속자 아닌 아들은 그를 모두가 'Lord Edward'라 불러주는데 우리말로 번역하면 '에드워드 卿' 쯤 될 것이다.
그럼 공작의 장남은 무어라고 부를 것인가?
공작의 상속자 정도면 귀족작위를 가지는데 보통 백작 이상의 작위를 지닌다. Campbell家門이 가지고 있는 작위인 Duke of Argyll의 상속자는 보통 Marquess of Lorne라 부르는데 후작 작위이다.
후작(侯爵, Marquis)은 공작과 비견되는 상등작위로서 2번째로 높다.
현재 영국의 후국(侯國, Marquessates)은 Bristol(Hervey家),Exeter(Cecil家), Anglesey(Paget家), Abergavenny(Nevill家), Milford Haven(Mountbatten家) 등 30여 개 가문이 있다고 한다.
이 후국이 많이 생긴 시대는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왕관이 합쳐진 스튜어드 왕조가 성립한 이후로 오늘날 후작들은 대부분 역사가 200여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후작의 아들들도 장남인 상속자를 제외하고 모든 아들들이 일대귀족이 되는데 공작과 동일하게 취급된다.
후작의 상속자도 작위를 가지는데 Paget家門이 가지는 작위인 Marquess of Anglesey의 상속자는 Viscount Maidstone라 불리는 자작의 칭호를 가진다.
백작(伯爵, Earl)은 작위 중 그 지위가 중간 밖에 안 되지만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다.
과거 봉건제도가 실시될 때 봉건제후의 첫 작위가 이 백작으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오늘날 유명하고 오래된 가문일수록 백작가문이 많은데 훗날 공작, 후작들도 이런 백작가문에서 파생되어 나온 가문이 영국에서도 다수를 이룬다.
즉 백작가문 출신으로 공을 세워 왕으로부터 자기 원 출신 가문보다 더 높은 작위를 가진다는 말인데 그 예를 찾아본다면 프랑스의 나폴레옹을 무찔러 영국의 영웅이 되었던 웰링턴 공작(Duke of Wellington)으로 알려진 Arthur Wellesley도 부친은 모닝턴 백작(Earl of Mornington)이었는데 그는 상속자 아닌 아들이었으나 스스로 공작가를 이룬 인물이 되었다.
영국의 백작가문은 공작과 후작과는 달리 상당히 많은 수를 지니는데 좀 이름 들어본 가문이라면 백작들이 아닐까 여겨진다.(정확한 수를 세워보지 못했지만 엄청 많은 편임)
영국의 백국(伯國, Earldoms)을 가지는 가문을 보면 Derby(Stanley家),
Devon(Courtenay家), Glasgow(Boyle家), Stanhope(Stanhope家),
Spencer(Spencer家), Cork(Boyle家), Craven(Craven 家), Orkney(Hamilton家),
Bradford(Bridgeman家), Perth(Drummond家), Airlie(Ogilvy家) 등 수백 가문이 있다고 한다.
백작의 지위는 시간이 지날수록 무척 애매한 위치에 서게 되는데 공작과 후작과는 달리 상속자 이외의 자손은 일대귀족조차 대접받지 못하며 상속자들은 대부분 자작과 남작지위를 가지는데 오래된 가문일수록 남작이, 근래의 가문일수록 자작이 많다고 생각하면 된다.
예로 500여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Stanley家門의 더비 백작(Earl of Derby)의 상속자는 Baron Strange라 불리우며, 200여년의 역사를 지니는 Bridgeman家門의 브레이드포드 백작(Earl of Bradford)의 상속자는 Viscount Cowdray라 불리운다.
이제 자작(子爵, Viscount)과 남작(男爵, Baron)인데 이 두 작위는 하위작위에 속하는 대표적인 지위이다. 특히 남작은 영국 귀족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아마 귀족작위 중에선 비교적 받기 쉬웠던 모양이다.
자작은 보조작위라 생각하면 쉽다. 즉 큰 영지를 가지는 공,후,백작들이 자기 영지 속의 조그마한 영지를 나누어서 쪼갤 때 자작과 남작령을 많이 만들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자작을 Viscount라 불렀을지도 모른다. 백작의 보조자라는 식으로...
남작을 뜻하는 Baron은 원래부터 영주(領主)라는 소리이다. 이 남작계급으로부터 우리가 아는 '영지(領地)를 가지는 귀족'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된다. 봉건제도의 기초를 이루는 지위인 셈이다. 그래서 보통 Lord라 불리면 영주를 일컫기도 하고 남작을 가르키기?? 한다.
영국에서는 보통 남작 지위를 가지는 사람을 굳이 Baron이라 구분 안하고 Lord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그래서 보통 이름 앞의 경칭을 보면 Lord가 많은데 공작과 후작의 아들들 뿐만 아니라 남작작위를 가진 사람도 모두 Lord에 파묻혀 버리기 때문에 구별 잘해야할 것이다.
자작은 200여명에 불과하지만 남작은 500여명이 넘는다. 즉 공작과 후작의 상속자들도 모두 하급작위를 가지는 귀족들로 수를 치기 때문에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일이 예를 들지 않는다.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귀족 작위들 중 백작 이하의 귀족들을 부를 때 대부분 Lord라는 경칭을 붙힌다.
귀족이 아니면서 경칭을 갖는 준남작(準男爵, Baronet)은
두 가지 특징을 가지는데
첫째 '귀족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즉 남작의 하위이나 귀족작위는 아니다.
둘째, '세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귀족이 아니면서 이 경칭을 아들에게 물려줄 수 있다는 묘한 이 계급은 보통 Sir로 표시를 한다.
예로 John Home이란 사람이 준남작의 지위를 가지면 "Sir John Home, Bart."라 적고 부를 때는 "Sir John"이라고 불러준다. 그 부인은 "Dame"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일반적 여성칭호인 "Lady"라고 쓴다.
이제 잘 알려진 기사(騎士, knight)를 보자.
기사는 긴 칼 들고 멋진 말 타고 전쟁터에 가서는 신나게 싸우고 돌아와서는 여성들의 손을 잡아주면서 낭만적 무사도를 가지는 사람들을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이들은 원론적인 기사들이지만 중세가 전쟁 속에서 벗어나면서 차츰 기사란 계급은 국왕·공작·백작과 같은 대귀족이 아닌 지방의 소영주에게 기사의 칭호가 붙는 경우가 많아진다.
즉 명예로운 칭호의 하나로서 자리를 잡아가는데 이것은 11세기 이후 기사들은 이른바 귀족은 아니지만 지배계급으로서 자격을 인정해주는 형식적 경칭으로 남은 것이다.
진짜 기사는 보통 완성된 무인(武人)을 뜻하며 보통 귀족들은 출생에 의해서 얻지만 기사는 어릴 때부터 열심히 무인으로서의 자질은 연마해야 했다. 즉 이 기사가 되기 위해서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는 귀족들을 따라 다니면서
먼저 향사(鄕士, Esquire)라는 신분을 가지는데 중세의 기사 지원자를 뜻하는 말로부터 시작하였다고 한다.
향사는 보통 자신의 영주가 임명해주며 귀족의 자제 외에도 평민이라도 가능했다. 이른바 출세의 첫발을 내미는 계급이 향사인 것이다. 향사로서 귀족이나 기사를 따라다니다 능력이 인정되면 우리가 잘 아는 기사가 되고 기사가 되어 공을 세우면 귀족이 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는 것이다.
기사의 칭호는 근대 이후에 세습되지 않은 일대작위로서 영예로운 지위로 인식되었다. 즉 칼 들고 다니는 무인 기사가 아닌 왕실에 공을 세우거나 국가에 공이 있으면 칭호가 수여되었고 부를 때는 준남작과 동일하게 Sir가 붙어서 그 사람이 기사임을 증명해 주었다.
물론 준남작은 세습이 가능하나, 기사는 당대(當代)에 한해서 부여되었다.
향사(鄕士, Esquire)의 출발은 기사의 보조 수행원으로 시작하나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의 계급 명칭으로 굳어져 갔는데 즉 지방에 땅을 가지는 지주(地主)들에게 쓰여졌다.
그러다가 근래에 들어서는 변호사나 상대방에 대한 경칭으로 굳어졌는데 우리네 "영감(令監)"이란 단어가 뜻의 변화를 이루듯이 향사란 명칭도 이런 변화과정을 거친 것이다.
귀족작위들은 대부분 남자들의 전유물이다. 물론 여성형도 있지만 남편들의 직위를 표시하는 것이고 여자들의 지위는 숙녀(淑女, Lady)라 불리는 경칭으로 통용되어 있다.
귀족들 죽 오등작을 가지는 귀족들의 딸들은 모두 Lady라 부른다. Lady는 여성귀족에게 붙는 일종의 경칭으로 과거에는 아무나 쓸 수 없었다. Lady는 진짜 귀족의 딸인 셈이다.
물론 귀족의 딸 이외에도 남편이 준남작이나 기사이면 이 칭호가 따라 붙는데 일종의 여성계급이다. 그러나 오늘날 향사가 대중화되었듯 Lady도 일반 경칭이 되어 많이 쓰이는데 과거엔 국왕의 딸들도 이렇게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영국은 대륙의 다른 나라와는 조금 다른 귀족계급을 가지는데 물론 대륙의 나라들도 독특한 계급을 지니기도 하였으나, 영국의 경우 귀족은 아니지만 상당한 대우를 부여하는 준남작과 기사, 향사가 특이할 만한 계급칭호라 할만하다.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