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고 복수가 출감한다.
첫 수감은 현장체포라 어쩔 수 없었다지만, 이번 구속은 참으로 억울했다.
박 형사가 증거조작을 한 것이다.
복수는 출감하자마자 꼬붕이를 만나서 박 형사의 활동구역을 찾아간다.
중고레코드점이다. 전 경이 CD를 고르고 있다. 그 옆에서 한 동진도 CD를 고르고 있다.
주인에게 앨범에 대해 이것 저것 질문을 한다. 둘은 안면이 없다.
이 때 선글라스 여인이 강아지를 끌고 들어온다.
다짜고짜 핸드백으로 동진의 뒷통수를 후려치고 강아지를 안기고 사라진다.
동진이 다른 여인과 바람을 피운 모양이다.
그는 잠시 겸연쩍어 하다가 강아지를 한 쪽 구석에 묶어 두곤 CD 고르던 일을 계속한다.
건망증이 심한 동진은 강아지를 잊고 상점을 나갔고,
상점 주인은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탓에, 뜻하지 않게 경이 강아지를 맡게된다.
복수가 출감기념으로 박 형사를 골탕먹이고 귀가를 위해 선 버스 정류장.
복수는 경의 가방에 손을 넣는다. 작업개시다. 그러나 복수와 경의 눈이 마주친다.
복수가 놀라는 것도 잠시다.
경이 끌고 온 강아지가 도로로 뛰어드는 바람에 경도 도로로 몸을 기울이고
그녀를 향해 버스가 달려든다. 복수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손을 뻗지만 겁먹은 복수의
몸이 경을 보호하지 못하고 저만 살겠다고 혼자서 도로를 구른다.
고 복수도 전 경도 눈을 질끈 감을 뿐이다.
거친 소음은 버스 타이어 터지는 소리다. 그들은 때마침 펑크난 타이어 땜에 살았다.
목석처럼 서 있던 경이 안도의 미소를 짓고 졸도한다.
복수의 구둣발 등을 강아지가 핥고있다.
다음날. 꼬붕이가 발목을 삐어 따라간 병원. 병원복도 대기의자에 복수가 앉아있다.
CT실 안에 들어간 꼬붕이를 복수가 기다리고 있다.
불현듯 저만치서 여인을 부르는 조그만 여자. 환자복을 입은 경이다.
놀란 복수는 고개를 애써 돌린다. 엊저녁 응급실로 실려 온 그녀가 오늘까지 병원에 있다.
그가 그녀를 피해 가려할 때, 그가 쓰러진다. 그것도 그녀앞에서.
복수의 불치병이 자각증상을 일으키는 순간이다. 이 후 재생 불량성 빈혈임을 알게된다.
경의 팔에 안겨 쓰러지는 복수. 고 복수 앞에 죽음이 가깝다.
그는 자꾸만 아득하고 자꾸만 짜증이 난다.
꼬박 24시간을 잠도 안자고 먹지도 않고 TV만 봤다.
프로그램이 끝나 푸른 바탕화면만 들어있는 TV를 차마 끌 수가 없다.
"지갑 털다가 길에서 쓰러져 죽으면..."
복수는 그렇게 하루를 꼬박 세우고 그런 생각을 한다. 그리고 하루를 꼬박 잔다.
그는 다음 날부터 꼬붕이한테 당장 일을 구해 오란다. 꼬붕인 그런 재주 없다.
이 세계에서도 이 둘은 인맥이 없다.
일자리가 마련 될 때까지 그는 새벽 운동을 시작한다.
죽기 전까지 건강해져서 아버지한테 뭘 좀 해 드려야겠다.
그러다가 동네 한 구석에 잠바차림의 동네 아저씨들이 몰려 서 있는 것을 본다. 인력시장이다.
복수는 마침 한 사람이 결석한 그 틈에 끼여든다. 복수가 간 곳은 드라마 촬영장이다.
이 패거리는 엑스트라들이다.
참기 힘든 엑스트라를 하다가 그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스턴트맨이다. 성룡같다.
태어나서 이렇게 재미나고 감동스런 장면은 본적이 없다.
고 복수 생애 처음으로 목표가 생겼다. 그는 꼬붕이와 함께 스턴트맨 사무실을 찾는다.
복수와 경은 다시 만난다.
그가 훔친 그녀의 신분증, 그리고 강아지가 엮여서 만나게 되고,
복수는 경의 언니가 운영하는 여관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경은 강아지를 돌려주려 만난 한 동진과 가까워진다. 그의 예술적 기질이 맘에 든다.
어른스런 그의 태도가 참 좋다. 자유로운 자태가 황홀하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이 만난 사람 중에 제일 똑똑하다. 그러고 보니 그녀 주변엔 지적인 자가 없다.
그와 좋은 음악동료가 되고 싶다. 복수는 경의 동진에 대한 사랑은 가짜라고 여긴다.
그 의도가 불손하다.
한 동진이 문화부 기자라 줄이라도 엮어줄까 하는 기대심리가 경에게 있다고 우겨댄다.
경이 아니라는데도 혼자서 막무가내로.
또한 동진의 무책임한 친절을 경멸한다. 고 복수는 한 동진에게서 전 경을 구하려 한다.
별 치사하고 유치한 짓을 다 해 가면서. 미래는 복수의 행동이 웃긴다. 아니 불안하다.
복수를 빼앗기고 싶지 않다. 치어리더 송미래는 이제 이 일이 힘에 부친다.
낮일이 끝나면 간호대 진학 공부를 하는데, 장난이 아니다.
미래의 머리는 사실 공부 머리가 아니다.
책상 앞에 거울을 올려 놓고 거울보고 책보고, 책보고 거울 보는 산만한 여자다.
그래도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직업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버릇없는 여동생 대학자금 마련하고 규칙없는 고 복수를 먹여 살릴 수 있다.
차라리 공무원 시험을 볼까?
송미래는 점점 가슴이 아프다. 복수는 경의 남자가 되려한다. 무슨 짓으로든 빼앗겠다.
그러나 사랑 앞에서 자신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 미래를 바라보는 꼬붕이가 있다. 꼬붕이도 아프다.
미래는 아르바이트로 렌트카 전단지 모델을 한다.
그 업체 사장이 전단지를 보고 식사대접 하겠다고 불러내서 만났다. 전 강이다.
이렇게 경의 오빠와 알게 된다. 그 이후로 이 남자가 계속 귀찮게 불러낸다.
돈 줄테니까 아르바이트 뛰라며 시키는 일이 자신의 자동차 옆자리에 앉아 있는 일이다.
돈 때문에 일 하다 보니 돈 많은 이 남자가 참 편리하구나 하고 느낀다.
그리고 불륜이 깊어진다. 열심히 스턴트맨 되기에 목숨 건 복수에게 위기가 온다.
복수를 쫓아다니던 꼬붕이가 마약 건으로 입건되고 박형사가 복수를 찾는다.
꼬붕은 억울하다. 엑스터시라는 그 약은 외판원이 다이어트제라고 했다.
그래서 자기도 부업삼아 외판일을 한 거 뿐이다. 몇몇 매니저에게 약이 건내진 것 같다.
이 일로 박 형사는 복수 옆에서 떨어지질 않는다.
고작 스턴트맨 견습생에 불과한 복수 곁에 형사가 붙어 있으니 작업 동료들이 좋아할 리 없다.
박형사가 이런 식으로 치사하게 나올 줄 몰랐다.
그래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던 복수에게 촬영장 내의 도난사건이라는 또 다른 시련이 온다.
이미 박 형사로 인해 전과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스텝들은 복수를 불편해 한다.
그는 더 이상 기분 상해 못하겠다.
노후엔 조그만 제 집에서 살다 가자며 아버지가 분양받았던 조합주택이 사기를 당했다.
몇 달 뒷면 이 전셋집도 빼야 할 판이다. 남들도 다 이렇게 사나?
인간관계 없이 살던 고는 세상살기 복잡함을 알게 됐다.
길에 쓰러져 죽는 한이 있어도, 한탕해서 아버지 집세는 마련해야겠다.
효도도 각자의 방식이 있는 거다. 박 형사가 쫓아 다니는 통에 소매치기 하기가 힘들다.
그러던 중 스턴트맨 우두머리가 복수를 찾는다.
딱 그의 체구가 필요한데, 같은 체구의 베테랑이 부상이란다. 이 극은 그의 데뷔전이다.
한 편 경은 동진의 애정결핍에 시달리고 있다.
동진 때문에 음악 만드는 일도 집중하지 못했다.
외로움을 잘 타는 동진은 경과 가까워진 후로는 조금이라도 떨어져 있으려 하지 않는다.
낫살이나 먹어서 어른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애다.
게다가 아버진 동진과 결혼날짜를 잡으라 안달이다.
결혼 얘기만 나오면 동진은 기겁을 한다.
경은 앨범계획이 잡혀 있다. 동진을 통해 알게된 인디 밴드 기획자와 자주 만난다.
그는 은근히 경에게 모멸감을 준다. 그래도 참는다.
앨범 만들어 주고 무대 제공받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상황이 경의 동료들도 익숙지가 않다. 경과 동료들의 세계에 금이 간다.
기획자가 바라던 바다. 경을 다른 형태로 상품화 해 볼 생각이다. 동진도 찬성한다.
그동안 맹꽁이 친구들이 경의 재능을 막았다고 경은 생각한다. 그녀에게 욕심이 생겼다.
경의 엄마는 경의 변화가 걱정스럽다. 이 때 엄마의 옛 사랑이 찾아온다.
경은 자신의 진짜 아버지를 맞을 준비를 한다. 그러나 비밀은 달랐다.
출생의 비밀을 가진 행운의 소유자는 아빠의 판박이 큰 오빠다. 경은 실망한다.
심지어 엄마가 불결하다 느낀다.
엄마의 과거와 큰 오빠의 불륜에 아버지 호텔 화재사건까지 집이 소란스럽다.
경은 갑자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경은 위로받고 싶다. 동진은 그래주지 않는다.
자기 일 하는라 바쁘다. 시간이 날 때도 그런 구차한 생활의 냄새를 싫어한다.
친구들을 보고 싶지만 면목이 서지 않는다. 왜 요즘은 고 복수가 안 나타나는지 모르겠다.
경은 점점 예민해져간다. 그런 경을 위해 복수는 녹음실을 알아 볼 작정이다.
녹음실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그럼 공짜를 알아봐야 한다.
무대뽀로 아무 음악가나 찾아가는 게 그답다.
자신이 출연한 극의 음악을 담당했다는 정보만 듣고 하는 짓이다.
경을 그냥 저렇게 놔두면 안 될 일이다. 복수가 볼 때 경의 기획자는 한 마디로 꽝이다.
고 복수의 노력이 기분좋다. 친구들을 다시 만나 자력으로 녹음 작업을 시작했다.
복수와 가까워진다. 하지만 공짜 녹음실에서의 작업이라 녹음실 작업이 비는 밤시간에
조금씩 녹음을 해야하고, 그래서 녹음 작업이 길어진다. 이 앨범을 과연 낼 수는 있는 걸까?
복수는 너무 무식하다. 경은 그와 의사소통이 안 된다. 은연 중에 경은 복수를 무시한다.
그리고 경은 동진을 그리워한다. 복수는 개의치 않는다.
누가 뭐래도 경은 그의 운명의 여자다.
죽기전에 진짜 사랑해 보라고 하늘에서 내려 주었다.
그가 다시 의식을 잃는다. 그래서 슬퍼지느냐하면 아니다.
복수는 좀 더 건강에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한다. 경하고 아직 뽀뽀도 안해봤다.
한 동진 그 놈의 자식은 얼마나 많이 경이와 있었는지 화가 난다.
화도 나고 할 일도 많아서 못 죽는다. 죽기 전까지 경이랑 신혼여행 가는것이 목표다.
참 못된 생각이다. 그러구 나서 죽으면 경이는 어쩌라고. 가만히 생각한다.
이제 목표는 경이랑 사랑하는것이 아니라, 자신이 경이를 떠나는 거라고.
경인 좋겠다. 스토커 없어져서... 아, 죽기 싫다.
복수가 갑자기 없어졌다. 경은 산만해진다. 정서불안해진다.
안되겠다. 찾아다 놔야겠다. 없으니까 신경 거슬린다. 경이 복수를 찾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