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재 꽃님들, 3월 초하루 인사 드려요. 오늘은 이미 모두가 아주 잘 아시는 이야기지만 황순원님의 아름답게 슬픈 단편소설 소나기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소나기는 1952년 신문학지에 처음 발표가 되었고 현제까지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풋풋하고 서정적인 첫사랑을 담은 소설이지요. 너무도 유명한 이 소설에서 처음으로 소년과 소녀라는 단어를 썻다고 들었어요. 소년, 소녀. 참 예쁘고 아름다운 단어예요.
소년은 개울가에서 물장난을 하고 있는 소녀를 만났고 그 소녀가 윤초시의 증손녀딸이란 것을 알았다. 며칠 안보이던 소녀를 개울가에서 다시 만났을때, 소녀는 조개 하나를 내밀며 이것이 무엇이냐고 물었고 소년은 비단조개라는 이름을 알려주자 이름도 참 곱다고 했다. 둘은 산너머에 가 보기로 했다. 허수아비를 흔들며 들길을 걸었다, 소년은 들국화 싸리꽃 도라지꽃 등을 한아름 꺽어 소녀에게 안겨 주었다. 소녀의 흰 얼굴이, 분홍 스웨터가, 스커트가 안고 있는 꽃들과 함께 범벅이 된다. 모두가 큰 하나의 큰 꽃묶음 같다.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를 비해 원두막을 갔으나 원두막이 오래 되어 비가 새서 세워 놓은 수숫단을 헤집고 소녀를 그 안으로 부르고 소년은 비를 맞았다. 소녀가 속삭이듯이, 이리 들어와 앉으라고 했다. 비에 젖은 소년의 몸 내음새가 확 코에 끼얹혀졌다. 비가 그치고 개울이 있는 곳으로 와 보니, 엄청나게 물이 불어 있었다. 소년이 등을 돌려 댔다. 소녀가 순순히 업히었다. 그러고 몇일을 소녀는 개울가에도 5학년 반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몇일 후 만난 소녀는 알아보게 해쓱해져 있었다. 소나기를 맞은 것 땜에 병이 났던 것이다. 소녀는 스웨터 앞자락에 물이 들은 것을 보였다. 그날 도랑을 건널 때 네 등에서 옮은 물이다 했다. 소년은 얼굴이 확 달아오름을 느꼈다. 소년의 아버지는 윤초시 댁에 제삿상에 올리라고 암닭을 잡았다. 동네 어른들의 말이 내일 소녀네가 양평읍으로 이사 간다는 것이었다. 거기 가서는 조그만 가겟방을 보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그 날밤 소년은 자리에 누워서도 내일 소녀네가 이사하는 걸 보나, 어쩌나, 가면 소녀를 보게 될까 어떨까. 그러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는가 하는데 윤초시 집에 갔던 아버지가 돌아와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자식복도 없다며 어린것이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어. 글쎄 죽기 전에 자기 입은 옷을 꼭 그대루 입혀서 묻어 달라구....이렇게 이야기는 끝나지요.
모두가 이미 잘 알고 있는 소나기의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있어요. 이 아름답고 슬픈 소년과 소녀의 첫사랑 이야기의 배경이 지금 캔디 아지매가 살고 있는 독골길이 이라는 이야기를하고 싶어서예요. 그렇지만 현제 황순원의 소나기 기념관은 그 소설과 전혀 상관이 없는 곳인 양평군 서종면 소나기마을길 24에 있지요. 그 기념관은 2009년 6월 13일 서종면에 설립이 되었는데 하지만 원래는 개군면 독골길에 세워져야 했던 것이었어요. 그런데 그 당시만 해도 개군면은 그 기념관의 가치를 과소평가를 하였고 독골마을에는 고작 두 세가구에 몇 안 되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으니 문학관에 대한 관심도 없었지요. 소나기 속의 아름다운 독골길은 돈을 벌려고 땅 개발에 관심이 있는 몇이 싼값에 골짜기를 사 들였고 소나기 기념관 같은 것인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결국 소나기 문학관은 서종면 에서 설치를 하겠다고 했고 그래너 그곳에 짓게 되었다는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를 하네요.
그 소년이 소녀를 등에 업고 건넜던 개울은 30년전 보다 좀 더 오래 전, 정부에서 농민들에게 사 준 소를 농민들, 원덕쪽 사람들이 마을 차원에서 개울 건너 산 아래 모아서 반 방목으로 키운다 했고요. 그리고 방목으로 모자란 소 사료를 옮기느라고 다리를 놓는 바람에 개울 폭이 조금 넓어 졌어요. 그러나 소 방목장은 실패로 돌아가고 전원주택의 붐을 타고 집들이 들어서면서 마을이 형성 되었지요. 소 사료를 옮기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세워진 다리는 30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나 40여 가구가 넘는 마을이 형성이 되면서 비만 오면 잠수교가 되어 사람들의 통행을 막아 더 이상 다리로서는 그 역활을 못해서 그 위쪽으로 흑천1교를 세워 현제 사용을 하고 있지요.
개군면 사무소에서 우연하게 독골길에 소나기 기념관이 세워 졌었어야 하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황순원의 단편 소나기를 주문하여 다시 읽었어요. 소년이 소녀에게 비단조개 이름을 가르켜 주던 그 개울가, 송사리와 물장난을 치던 소녀가 쪼그리고 앉았던 돌다리를 생각하며 마음은 개울가를 더듬었어요. 소녀에게 도라지꽃 개망초꽃 칡꽃을 한아름 안기고 소나기를 피해 쪼그리고 앉았던 세워진 수수단이 세워졌던 곳이 아마도 산 바로 아래, 그리고 개울이 가까운 우리집쯤이 마당쯤이 아닐까 생각을 해 봅니다.
들꽃님들께 드리는 3월의 꽃편지는 소나기에 흠뻑 젖은 소년의 몸 냄새로, 소녀에게 들려져 있던 들국화,싸리꽃, 도라지꽃 그리고 칡꽃의 꽃빛으로 물들이고 싶답니다. 지금도 소년과 소녀의 어여쁜 웃음 소리가 독골길 어딧쯤에서 들릴것 같은 행복한 착각을 하네요. 3월에도 여전히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기를 바랄게요.
별노래님 길마가지
첫댓글 그렇군요.
독골길이 참으로 의미가 있는 장소로군요.
캔디 님 덕분에 오랜만에 '소나기' 얘기를 되돌아 봅니다.
근데 '몇일'은 맞춤법이 바뀌어 소리나는 대로 '며칠' 로 써야 한답니다.^^
예~쌤 수정했어욤.^^
소나기. 언제 읽어도 설레고 가슴뛰는 이야기
독골길을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캔디님 오늘은 저도 소녀가 된듯 하루를 보낼 것 같습니다.
다시 읽으니
더욱 예쁘고 애뜻하고
그러네요.
고마워요, 주이언니.^^
3ㆍ1절에 초하루편지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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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양평군 3.1절 기념 행사에
다녀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소나기를 읽으면서 독골길을 따라 걷는 3월 초하루 편지
감사합니다
캔디님
3월도 모든 향기를 함께 합니다
굿데이♡♡♡
세월따라
많이 변했지만
아이적 진달래 따 먹던 골짜기의
이야기를
다시 알게 되었지요.
고맙습니다~
황순원의 소나기
소설을 꼭 읽지 않은 사람들도 그 이야기는 알아
아마 누구든
그 소년이 되었고 그 소녀가 되어봤을겁니다.
저도 읽은지 오래라 캔디 님의 글을 읽고 보니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전 소나기 생각하면
소년이 소녀에게 꺾어다 준 마타리가 늘 연상된답니다.^^
지금 캔디님이 살고 계시는 그곳이 소나기의 배경이 된 곳이라니
참 신기합니다.
소나기 문학관이 있어야 할 그곳엔 지금
캔디 님과 캔디 님의 그분이
아버지 모시고 알콩달콩 살고 계시니
저에겐 더 의미롭습니다.^^**
찬바람이 쌀쌀한 3월 초하루입니다.
캔디 님의 꽃편지로 잠시나마 어릴 적 동심으로 돌아가 보렵니다.
고맙습니다.^^*
마타리꽃을 보며
우산 같다던
얼굴이 흰 소녀가
그려 지지요.
그 곳에 산다는게 좋네요.
나영님, 냉이 캐러 오세요.^^
가슴이 아련해지는 글 잘 읽고 갑니다.
오래전 참 많이 좋아했던 동요 같았던 아름다운 노래
"어느 산골 소년의 사랑이야기" 라는
노래가 생각납니다 .
"어느 산골 소년의 사랑 이야기"
풀잎 새 따다가 엮었어요
예쁜 꽃송이도 넣었구요
그대 노을빛에 머리 곱게 물들면
예쁜 꽃모자 씌워주고파
냇가에 고무신 벗어 놓고
흐르는 냇물에 발 담그고
언제쯤 그 애가 징검다리를 건널까
하며 가슴 두근 거렸죠
흐르는 냇물 위에 노을이 분홍빛
물들이고 어느새 구름 사이로
저녁달이 빛나고 있네
노을빛 냇물 위엔 예쁜 꽃모자 떠가는데
어느 작은 산골 소년의 슬픈 사랑 얘기
노을빛 냇물 위엔 예쁜 꽃모자 떠가는데
어느 작은 산골 소년의 슬픈 사랑 얘기
감사합니다 ^^
예, 가사가 참 예쁜 노래지요.
가끔 흥얼거리는데
소나기 소설과도 참 잘 어울리는
노래네요.
고맙습니다, 덕분에
예쁜 노래가사를 다시 읊어 봅니다.
^^
아름다운 이야기가 탄생한 곳에서 사시는군요
그래서 캔디님의 삶도 오밀조밀 아름다운가 봅니다
소년 소녀
그럼 그전에는 뭐라고 불렀는지 궁금해집니다
소나기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뒷동산에서 휘파람 불어주고
코스모스 하늘거리는 기찻길 함께 걷던소년이 있었지요 ㅎㅎㅎ
뒷동산에서 휘파람 불어주던
기찻길 함께 걷던
그 소년~~
이야기 좀 해 주세요.
잼나겠어요.^^
아름다운 초하루 편지에 날씨도 시샘을
하나 봅니다. 많이 춥지만 마음속은 더
따스해지는 글...
봄,봄,봄! 봄입니다.
화사하고 아름다운 날 되시길요♡
봄님이 소녀가 물장난 하던 개울을 건넜어요. 마당에 수선화가 잎끝을 올리고 꽃다지가 꼬물거리며 꽃망울을 물었어요.
춘삼월 추위, 그래봤자 우린 일어난다~하는 것 같아요. 이제 슬슬 밭일 시작할 생각에 기운이 납니다~
캔디님?
할매가 댓글이
왕지각입니다
뭔 분주중이라
오늘도 딸네가서 점심먹고 늦었네요
전 다읽고 댓글 달 시간이 안되서리
전 황순원 문학관
서종면 수능리를 몇년전에 남편이랑 같이 다녀왔습니다
아마도
제가 이곳에 글을 남겼던 기억이납니다
누구나 소나기를 가슴이 콩닥콩닥 할 때쯤 모두 읽어 봤겠지요
그때 서종면 수능리에 갔을때 너무 추운날이었어요
사람들도 아무도없고 여기저기 샅샅이 구경도 잘하고
그 문학관 지을 때
기부한 사람들도
누군가보고 또 얼마 기부했는가도보고
영화관엔 남편과 나 둘이서 영화관에서 관람을 하면서 남편은 안방에나 온 듯
쿨쿨 ㅎㅎ
그 캄캄한 칠흑같은 밤에 그 소년이 윤초시댁
증손녀가 아니였던가요? 소년은 소녀의 이야길 듣고 소년의 눈물방울이 영롱하게도 그렁그렁하는걸 보면서 나도 얼마나 울었는지
나오니까 눈이 퉁퉁 부었네요
남편왈 쿨쿨자고 일어나 뭐라카던데 울었나?
예 그 소녀가 윤초시댁 증손녀딸이 맞습니다. 증을 빼 먹었네요~~영화도 상영을 하여 주는군요.
감성이 풍부하신 백목련님
옆에서 한 숨 푹~쉬신 옆지기님 ㅎ
잘 어울리세요.
억울해도
소나기 기념관을 가 보야겠군요~^^
양평은 이래저래 아름다운 곳이군요.
서울과도 가까워서 서울 문화를 맘껏 누릴 수도 있고요.
독골길이란 명칭도 처음 들었습니다.
소나기, 마지막 수업, 어린왕자~
이런 소설을 읽으면 가슴이 아릿해지면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우정과 사랑에 감탄하게 돼요.
어린 나이에 이승을 떠난다는 것은 본인은 말할 것도 없지만 부모님 마음에는 얼마나 큰 못이 박힐까요?
소나기의 소년과 소녀의 고운 마음에 기대어 두 손을 모읍니다.
별꽃님, 양평은 강이 많아 풍경이 아름다워요. 독골길은 흑천이 흐르고 이름도 얻지 못한 작은 계곡이 조잘거리는 곳이지요.
소년이 소나기를 피해 수숫단을 헤집어 소녀를 들이던 그 곳, 독골길.
죽음도 예쁠수 있지만 어린 소녀의 죽음은 어떤 마음이어도 예쁠 수 없겠음을 아니까
더욱 안타까운 맘이지요.
다시 읽는 소나기가 소년과 소녀가
애틋했어요.
그렇군요.... 캔디님댁 앞에 흐르는 개울이 그 곳이었군요.
우리들 모두의 추억 속에 있는 아름답고 짠한 이야기 '소나기'를 캔디님 덕분에 다시 한 번 소환해봤습니다.
그러고 보니 캔디님댁을 한 번 더 가보고싶다는 생각..... ^^
양평집에 오시면
저희집도 오세요~
냉이 된장국에 따끈한 밥
해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