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에서 신답철교까지 6Km에 달하는 물길을 따라 산책하는 것 만으로 여유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다. 개발 과정과 역사적 유물이 제거되는 등의 문제점이 많긴 하지만 관광자원
이기 전에 시민들의 쉼터라는 기능 하나만으로 가치가 충분하겠다.
사람들 모이는 곳에 먹거리가 따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
이 으레 그렇듯 비싸기만 하고 맛은 제대로 즐길 수 없는 곳이 많다. 내가 치르는 것이 음
식값인지 자릿세인지 헛갈린다. 전망 좋은 곳에서 분위기 잡는 거야 뭐 기어코 뜯어말릴 일
은 아니겠지만, 아이들 데리고 하루 나들이 나온 서민들 주머니를 배려해주는 맛집도 우리
에게는 필요하다.
우리는 이런 곳을 " 착한 맛집"이라고 명명한다.
따라서 본 기사에서는 전망좋고 고급스럽고, 그러므로 비싼 곳들은 모조리 제외시켰다.이번
취재의 타깃이 될 '착한 맛집'의 기준은 1인 5천원 정도의 가벼운 주머니로도 즐길 수 있는
밥집과 조금만 더 보태면 넉넉한 술자리가 될 만한 곳이다.
청계천을 따라 흐르는 착한 맛집의 기준
1. 1인 당 5천원을 넘지 않을 것.
2. 술 안주꺼리도 술값을 제외하고 1인당 5천원 안팎을 유지할 것.
3. 무엇보다 친구 애인 가족과 다시 찾게 될 만큼 맛있을 것.
4. 청계천에서 길 한 번 이상 건너지 않을 만큼 가까운 곳에 위치할 것. |
대략적인 분포도 파악을 위한 초간단 약도
안동국시
양반의 고장이라는 안동.
안동에도 의외로 맛난 지방음식이 많다는데, 안동소주를 제외하고는 딱히 떠오르는 게 별로
없다. 그러니 '안동국시'라는 이 집의 업소명이자 대표음식인 안동국시엔 뭔가 독특한 맛이
있으리라 짐작하게 된다.
역시나 사무용 고층빌딩 지하 아케이드에 자리잡은 안동국시의 모든 음식맛의 근원이자 기본
은 사골육수에 있었다.
기본적으로 칼국수의 사촌 쯤 되는, 비슷한 요리법으로 만들어지는 안동국시의 국물맛은
상당히 달다. 당분을 넣어서가 아니라 푹 고은 사골국에 호박과 얼갈이 배추가 많이 들어
간 탓이다.
칼국수에 비해 가늘고 소면보다는 굵은 면발은 반죽에 콩가루를 넣는다. 그래서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데,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게 만든다.
기자의 입맛을 당긴 건 안동국시보다는 또 다른 안동 고유의 음식, 안동국밥이다.
경상도 사람이라면 대부분 즐기는 소고기국밥 맛, 혹시 아시는지. 육개장이나 평양온반보다
는 훨씬 덜 자극적이면서 무가 많이 들어가 역시 달달하면서 시원한 국물맛을 볼 수 있는
소고기국밥 맛, 딱 그것이다.
한 줄 요약 :: 안동국시는 그 독특함을 한 번쯤 맛볼 만 하다. 다음에 또 찾는다면 안동국밥을 먹게 되겠지만. |
때깔단 한 마디 :: 국밥은 맵지도 않고 담백하고 고기나 국 건더기도 푹 무르지 않아 맛있다. 안동 국시는 |
안동국시 :: 02-732-6493 :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5번출구에서 종각방향으로 100m,광교사거리(모전교)로 꺾어지는 코너 커피빈이 있는 빌딩 지하. |
황소고집
점심 시간에 뭘 먹을까? 모든 직장인의 고민이다.
황소고집이라는 매우 컨트리틱한 이름을 달고 있는 이 집에 흐르는 핵심은 바로 집 밥의
향수다. 원래 부터 이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듯이, 그저 묵묵히 연탄불에 돼지갈비
를 구워대시는 아주머니와 아저씨. 주인에게 풍기는 저 집념이 가게 이름과 잘 맞아 떨어
진다. 황소 고집스럽게 고기 만을 구워내신다.
2인분의 돼지고기는 양이 적다. 한 끼 식사에 35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 때문인지, 보이
고기가 적어 보이면서도 밥 한 끼 먹는데 아쉬움이 없는 이유는 집 반찬 때문이다. 화려하지
도 아주 맛깔스럽지도 않지만 집 식탁에서 느껴지는 수수한 끌림이 있다. 특히 이 집의 된장
국은 참 맛있다. 갓 지어낸 밥과 잘 어울리며 밥과 반찬과 국은 무제한 (셀프)리필이다. 음
식을 인정으로 만들고 있다.
순대 한접시와 모듬전 大 한 접시면 두세 명 막걸리 안주로 충분하겠다.
그게 경북집이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으스스 한가? 그럼 당신은 술꾼이 아니다.
경북집 :: 02-275-8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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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을 넣지 않아 시원한 맛을 지키면서도 풍부한 국물맛을 보여주는 지존급 매운탕.
한 줄 요약 :: 은둔고수 발견의 기쁨. 맛과 가격과 인심의 뿌듯함. |
때깔단 한마디 :: 회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고기 먹기도 바쁜데 무슨 회. 근데 이 매운탕 맛이 회까지 먹 |
어시장-전주식당 ::
02-2265-2468 : 제주산 광어회와 매운탕 1만원부터 3만원까지 / 각종 찌개류 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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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보이는 냉면 대접에 담아나온 것이 2인 분의 등심. 불판을 두 개 반 정도
채울만한 양이다.
갓 껍질을 벗겨나온 살결에 '싱싱'이라고 씌어있는 듯 한
꼼장어를
먼저 불판에 초벌 굽다가 가위로 썰어 양념을 버무려 다시 굽는다.
한 줄 요약 :: 패밀리 비즈니스의 모범 사례적인 풍경. 온 가족의 친절이 분명 음식 맛에도 영향을 끼 |
때깔단 한마디 :: 이제 북창동 안 갈란다. |
오라이
등심 :: 02-2279-8449 : 돼지등심 특수양념구이(동그랑땡) 200g 8천원 / 자연산 꼼장어구이 200g 1만원 / 삼겹살, 생돼지목살 8천원 / 소갈비살 소금구이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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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한 덩이 문 중닭 한마리가 간이수영장에 잠겨 있다.
진하게 우러난 닭 국물을 더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생각이 드는데, 가게 자체가 남는
국물이야 어떻게 되든 방치하는 듯한 태도가 좀 아쉽다.
국수 사리를 한 번밖에 안 준다는 건 좀 섭섭하지만.
한 줄 요약 :: "술 줘!" "소주요?" "아, 그럼! 여기 양주는 없잖여!" |
때깔단 한마디 :: (수줍게) 닭 한 마리라는 것, 처음 먹어 봤어요. (맛있냐고 묻자 고개 끄덕거리면서 계 |
4호선 동대문역 9번 출구 - 종로 6가 방향으로 한 블럭 가다가 기업은행을 끼고 청계천 방향 으로 - 청계천 약간 못 미쳐 오른쪽을 보면 생선구이집들로 시작하는 먹자골목 - 약 50m 안 쪽 위치. : 닭 한마리 1만 3천원 / 감자,국수사리 2천원 / 떡사리, 공기밥 1천원 |
인근의 상인들이 가장 맛있다고 손꼽는 식당. 이런 평가를 받고 있다는 식당이 궁금하지 않
을 수 없다. 유정식당 역시 대충 방향만 잡고 가면... 찾기 힘들다.
이런 골목 안에 들어앉아 있으니까. 동평화 건물 뒷 골목이다.
식당에 들어서면 당혹스럽게 한 건 바로 벽 한면을 가득 채울만큼 많은 메뉴 수다.
만 원 짜리 게장백반. 수 많은 메뉴의 소나기 중에 꿋꿋이 대표메뉴로 내세우는 듯한 자태.
윤기를 간직한 속살은 촉촉하니 싱싱하지만 양념이 매운 와중에도 단맛이 좀 센 편.
이 집에서 내 세우는 또 하나의 대표메뉴는 바로 이것이다.
된장/김치/청국장의 목살 3종찌게. 특이하게도 찌게만 만원. 물론 혼자 먹기에는 양이 많다. 두 사람이서 하나를 시키라는 뜻이겠지만 세 사람에게도 부족한 양이 아니다.
한 줄 요약 :: 비 평균치를 상회하는 맛 정도라고 보면 된다. 일본/중국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맛이라는 사 실도 참고할 만 하다. |
때깔단 한마디 :: 맛있긴 하지만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맛이랄까. |
동대문에서 청계7가 방향으로 한 블럭 거리 동평화 시장 빌딩 뒷골목. : 게장백반 1만원 / 김치/된장/청국장 목살찌개 1만원 / 계란찜,탕 종류 5천원 |
삽겹살집 서문도식당과 같은 공간을 쓰며 간판을 나란히 하고 있다.
바깥의 철판에서 초벌로 볶아온 곱창볶음을 테이블 위에서 천천히 지져가며 먹는다.
볶음에 넣은 양념이 접시에 딸려나오는데, 그것을 찍어 상추에 요렇게 쌈 싸먹어도 맛있다.
한 줄 요약 :: 돼지 냄새가 나지 않는 깔끔함과 살집도 비교적 두툼한 곱창이 맘에 든다. |
때깔단 한마디 :: 술 없이 먹으려니까 심심하다. 양념이 훌륭하다. |
: 야채곱창 7천원 / (양념,소금)구이 곱창(막창) 8천원 / 순대곱창볶음 8천원 / 소곱창 1만 2천원 |
대중옥
옛날엔 청계 8가인 이곳에 찾아온 손님들이 왕십리까지 줄을 설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는 이 곳.
그 흔한
현수막이나 사진 한 장 없이 명성을 증명하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인다.
대중옥의 대표메뉴는 선지해장국이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맛볼 수 있었던 선지해장국과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 일단 테이블 위에 내온 뚝배기를 접하는 순간 뿜어내는 그 강력한 기
운에 긴장하게 된다. 우선 고기는 한 점도 없고 사골과 잡뼈에 우거지만 넣고 끓인 국물은
진득하니 한 자리를 지켜온 세월을 말해준다.그리고 선지. 그동안 먹어왔던 선지가 아니다.
한 줄 요약 :: 커다란 가마솥에서 뭉클거리며 피어오르는 증기조차 맛있어 보인다. |
때깔단 한마디 :: 밥을 먹는다기 보다 보약을 먹는 듯한 기분. |
대중옥 :: 02-2293-2322
: 선지해장국 4천원 / 설렁탕 5천원 / 추탕 7천원 / 갈비찜 3만원 / 24시간 영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