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에게라고 ㅎㅎㅎ 이녀석은 누구를 지정하는 법이 없네요. 근데 아빠한테는 따로 썼네요.
청년부에게 온 편지는 목사님께서 발빠르게 청년부 방에 올려 놓으셨네요.
사실 가족들에게 온 편지라 공개해도 될까 망설였지만 더운 여름 재미있게 한 번 웃으시라고 제가 서비스드립니다.
목사님께서 아주 재미있어 하시면서 즐겁게 읽으셨거든요. ^^ 그 즐거움을 공유하시라고 큰 맘 먹었답니다. ^^
가족들에게
누구는 당분이 부족해 항상 생각하며 사는데 이런 나의 생각을 돈으로 사 지방을 쌓아갈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보냅니다.
소포에 편지를 같이 보내서 그 내용을 봤겠지만, 거기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는 편지로 받겠습니다.
인터넷으로 보내는 것도 있는 것 같은데 전 아날로그, 360원짜리 우표를 붙인 것만 받을게요.
전 항상 당분이 부족해 케이크, 도넛, 크림빵등 군입대 전 즐겨 먹던 것들을 그리며 살고 있어요.
하지만 놀랍게도 주님의 은총으로 부식이 만나처럼 쏟아집니다.
항상 감사하며 먹고 있습니다. 그리고 연락을 받으셔서 알겠지만 제 늑골에 종양이 있을 수도 있다하여 X -ray와
CT촬영을 해서 결과는 다음 주에나 나오겠지만,
전 이런 기도로 ( 주: 아마 간식을 위한 기도인 것 같습니다.ㅋㅋㅋ)
승리할 수 있는 문제보단 내마음을 아시는 주님의 놀라운 은혜를 알았습니다.
병원에 가기 전 햄버거가 먹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병원에 가서 점심을 못 먹어서 소대장이 병원 내에 있는 식당에서
햄버거를 사주는 겁니다. 또 며칠 뒤에는 군대리아가 나오더군여.
먹고 싶었던 햄버거를 먹자 이번엔 라면이 먹고 싶다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다시 군대 병원에 가기 전 소대장이 밥 대신 먹으라고 컵라면을 주는 것입니다.
게다가 분대장이 배고프지 않다며 반 정도를 저에게 덜어 주시는 겁니다.
생각하던 것이 이루어지자 별의별 음식을 생각하고 있으나
욕심이 과하면 안되고 그저 맛있는 걸 주는 대로 받을 생각입니다. ( 주 : 아이고 우리 산하야 ㅋㅋㅋ)
아직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가진 않았으나 준비하는 과정과 다음 시간표를 보면 이젠 힘을 좀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군대 생활에 침울해 하고 있던 일주일 전에 종교 행사를 갔는데 교회에서 그렇게 운 건 오랜만이었습니다.
주일마다 가끔씩 아무렇지도 않게 불렀던 "찬양하세", "살아 계신 주"가 저를 울게 할 줄은 몰랐습니다.
지친 마음이 눈물처럼 떨어지고 말씀을 듣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으며 '가나파이'로 기쁨을 두 배로 채웠습니다.
이 일들은 군 생활 중에서도 주님은 나와 함께 하신다는 것을 깨닫게 했습니다.
사회에선 몰랐던 주님을 여기서 알게 됐네요. 형도 빨리 와야 할텐데......
그런데 이번 주에 교회 갔을 땐 5주 차 된 녀석들도 예배에 참석했는데 시장판인 줄 알았습니다.
찬양, 예배 순서순서마다 1주 차인 제 전우들을 놀리는 '짬지', '각개전투', '가스가스' 등
앞으로 겪어야 될 일들에 대해 겁을 주는 것도 같고 동정 (?)하는 것 같았습니다.
다시 은혜 받을 마음으로 갔던 제 마음이 침묵으로 가라 앉았고
말씀 중에는 양쪽에서 들리는 기침 소리에 5.1채널 돌비 사운드도 군대에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신성한 예배 중에 혼란스런 짓을 한 이들이 최전방에 갈 줄 믿고 이 문제들에 대한 소견서라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아으, 사랑하는 가족들
내가 겪은 일들을 편지에 모두 담으려면 손의 뼈가 갈라지겠지만
나에겐 그걸 바칠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편지마다 쓸 수 있는 말들은 제가 언제나 가족들을 생각하고 보고 싶어하고, 기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뱃살을 확장해 나가고 계실 아버지와, 집안 독재하는 어머니와 공부와 별거하는 채린이,
왕따인 형도 ( 주 : 이건 아마도 산하의 소망인 듯 합니다.^^) 모두 하나님의 가호 안에 살아가길 바랍니다.
저는 언제니 건강하게 살고 있음을, 내가 믿고 있사오니 걱정은 마십시오.
힘든 문제도 이겨낼 줄 믿고, 주님이 제 기도를 듣고 있음도 믿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 그저 기도하며 서로의 믿음을 쌓아갑시다. ( 주: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먹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말들도 많지만 이 흰 종이에는 모두 담을 수 없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진솔한 편지를 써서 보낼 것입니다. ( 주 : 이보다 더 진솔하려고?)
편지지와 봉투, 우표가 많이 필요해 질 것 같습니다.
지금은 케이크가 먹고 싶은 생각이 해처럼 떠오르고
지난 날들이 밤의 별을 걸어 옵니다. (주 : ???? 이런 모호한 표현은 하지 말라 가르쳤건만, 문장 공부를 진작 시켰어야 했는데 .ㅠㅠ)
많이 그립고 생각납니다. 기타를 치고 싶은 마음이 아주 큽니다.
G코드를 한 번만 칠 수 있어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텐데 말입니다.
군대가면 재미있을 거라는 교회 분들의 말이 거짓말로 바뀐 것 같습니다.
제가 어리광 부리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여기에선 작은 것 하나까지 간절합니다.
조금도 벗어날 수 없는 일정한 틀에서 산다는 것이 마냥 쉽지는 않습니다.
항상 배고프고, 이상하게도 화장실에 자주 가게 되는 것이 걸리적 거립니다. ( 주 : ㅠㅠㅠㅠㅠㅠ)
저를 위해 기도해 주셔야 겠습니다.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달라고
두 손 모아 기도해 주십시오. 그 기도가 저를 세우고 앞으로 나가게 할 것입니다. ( 주: 이미 하고 있어용)
언제나 기도해 주십시요. 저도 항상 기도하겠습니다. 기도로 승리하는 가족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제 디지털 편지를 받은 전우들을 보고 약간 부럽기도 했지만 어떻게 되었든 편지는 편지지와 봉투로 받는 것이 가장 기쁘고
즐거울 것입니다. 360원 짜리 우표와 함께 날아 올 편지는 제가 기대고 쉴 수 있는 작은 나무입니다.
이곳에서 하루하루, 사랑하는 가족들의 편지를 기다리겠습니다. 만수무강 하시고 믿음 안에서 승리 하세요.
아버지, 어머니, 채린이, 그리고 볼 진 모르겠지만 형, 모두 사랑합니다. 보고싶습니다.
2014년 6월 4일 29연대 1중대 3소대 129번 훈련병 이산하 드림
아, 글씨 해독하느라 힘들었습니다. ㅋㅋㅋ 진즉에 펜글씨 연습 좀 시킬 걸.
요즘 애들은 자판에 익숙해 글씨 잘 쓰는 아이들은 찾아보기 힘들더라고요.
어쨌든 제가 보낸 무수한 디지털 편지들은 산하에게 전달되기 전이었나 봅니다. ㅠㅠㅠ
산하야 부러워 하지 마. 부러우면 지는 거야 ㅎㅎㅎ 엄마가 매일 보내주마. 편지.
손글씨 편지도 예쁜 편지지에 써서 보내줄게. 우표랑 편지봉투, 볼펜도 가득 보내주ㅡ마.
그저 건강하게만 지내다...가 아니라 씩씩하고 멋있는 사나이, 성숙한 어른이 되서 돌아와 다오. 파이팅!
첫댓글 산하의 늑골은 감사하게도 안전하답니다. 엑스레이가 겹쳐져 찍혔다나 아무 문제 없답니다. 늑골보다 당분을 더 그리워하고 걱정했던 우리 산하의 기도를 하나님이 들으셨나 봅니다. 아이고 ~ 우리 산하 ㅋㅋㅋㅋ
멋있는 사나이~~가 되어가고 있네요...^^
"그저 건강하게만 지내다...가 아니라 씩씩하고 멋있는 사나이, 성숙한 어른이 되서 돌아와 다오. 파이팅!"
사모님께서 아들에게 바라는 글 굿이에요
산하선생 사진한장 올려놓았습니다. 보고싶을때.....
이산하 훈병의 육군훈련소 퇴소식이 7월2일(수)오전10시 입니다. 건강하게 퇴소 잘하고 자대배치 좋은부대(전방쪽, 집에서 먼곳이 좋음)배치 받도록 기도해 주세요.
@최영숙장로 아내도 저와 같은 기도를 드립니다.ㅎㅎ
국문과를 보내셔도 될 정도로 글에 센스가 넘칩니다.^^ 경주감리교회시인으로 거듭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