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산
청송 방광산 (519m)
두루뭉실 순한 청송의 진산
활공장 거쳐 옹점으로 이어지는 소나무 숲길
방광산(518.7m)은 청송의 진산이다. 주왕산을 품은 청송의 진산이기에 화려한 바위산을 떠올린다면 '땡'이다. 방광산은 519m의 낮고 평범한 산세의 육산이다. 군청과 학교 등이 방광산 기슭에 안겨 있는 것만 봐도 전형적인 지역의 진산이다. 이런 진산이 그렇듯 방광산 역시 지역민들에게 수수한 죽마고우 같은 존재다. 아침에 눈 뜨면 운동 삼아 찾는 뒷산이다. 외부인들에게는 주왕산이 가장 유명하지만 청송군민들에게 방광산은 예로부터 기우제를 올린 일상 속의 산이었다.
산세는 북에서 남으로 뻗어 와 용전천에서 서쪽으로 가라앉는 형세이며 경사가 느긋하고 마사토 등의 흙이 많은 유순한 스타일이다. 그래서 임도가 많고 정상 부근에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있다. 활공장은 청송군청에서 산악스포츠 부흥을 위해 지난해 만들었으며 연결된 임도 역시 지난해 만들어졌다. 능선의 임도는 방광산~중대산~태행산을 잇는 산악마라톤 코스로도 이용된다.
산행은 청송경찰서와 청송여중고에서 드는 두 곳의 들머리가 있다. 이곳 주민들은 경찰서~활공장~정상 헬기장~청송여중고로 도는 3km 산행을 운동 삼아 자주 이용한다. 외지에서 왔을 경우에 이 코스는 너무 짧으므로 북으로 이어진 능선을 종주해 옹점까지 산행하는 게 적당하다. 학교로 입산할 경우 운동장에서 오른편으로 가면 등산로 표지판과 입구가 있다. 지능선을 타고 정상에 닿는 오름길은 1.5km로 중간에 벤치와 운동기구 등이 있어 쉬엄쉬엄 몸풀기에 안성맞춤이다. 등 뒤로 간간이 청송읍의 신수가 드러난다.
40분 정도 오르면 풀 높은 헬기장에 삼각점이 있는 정상이다. 별다른 조망이 없으므로 활공장이 있는 서쪽 봉우리로 간다. 산길과 임도가 섞여 있는 길을 0.5km 가면 헬기장을 지나 활공장이다. 조망 명당으로 읍내를 굽어보는 것은 물론 멀리 주왕산 기암도 얼핏 보인다. 그 외에 청송의 산들이 파노라마로 포진해 있음은 두 말할 나위 없다. 읍내 전경에서 눈에 띄는 것은 주왕산 기암을 축소해 놓은 듯한 현비암이다. 현비암은 용머리며 몸통은 남으로 이어진 낮은 산줄기인데, 강줄기(용전천) 앞으로 용이 기어 나오다 빨래하던 아낙네가 놀라 "용이다" 하고 소릴 지르자 멈춰 산이 되었다는 전형적인 전설이 전한다. 현지 주민의 말에 따르면 현비암 뒤에 도로가 있는데 이는 일제강점기에 용의 기운을 끊기 위해 일부러 만든 도로이며, 그 후 청송에서 인재가 안 난다는 얘기가 있다고 한다. 최근에 복원사업이 진행 중이다.
현비암은 '어질 현'에 '왕비 비'를 쓰는 데 세종대왕의 정비인 소헌왕후 심씨에게서 유래하며, 현비암을 품은 보광산에는 심씨 시조 묘가 있다. 청송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청송 심씨이며, 조선시대의 명문가로 주왕산의 토지 상당수가 조정에서 하사 받은 청송 심씨 땅이라고 한다.
활공장에는 삼각점과 정상 표지석이 있어, 지도상의 조망 없는 정상을 대신해 실질적인 정상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방광산에서 활공장 외에는 조망이 트이는 곳이 없으므로 산행시 활공장은 반드시 거치는 게 좋다. 이곳에서는 오는 10월 17~18일 이틀간 문화관광부장관기 전국패러글라이딩대회가 열린다. 또한 산악마라톤대회도 열릴 예정이다.
다시 정상으로 가서 임도를 따른다. 임도라 해도 소나무 숲이 울창해 나름 운치가 있다. 이후의 3.5km에 달하는 능선 숲 임도는 오르내림이 이어지지만 힘든 정도는 아니며 일행과 나란히 걸으며 대화를 나누기에 알맞은 편안한 구간이다. 오로지 직진만 하면 되기에 길 찾기도 쉽다.
산행 중 간간이 마주치는 게 '입산금지 송이채취구역' 현수막이다. 방광산은 가을철에 송이가 나는데 개인이 낙찰 받아 운영하므로 등산객이 무단채취시에는 절도죄로 형사고발 당한다고 한다. 송이 채취시기인 9~10월에는 낙찰 받은 산주들이 예민하므로 산행시 오해받을 행동은 하지 않는 게 좋다.
북쪽 숲 임도로 가다 보면 '기점 4.8km'란 이정표 갈림길을 만나는데 오른쪽으로 가면 된다. 날머리인 옹점리에 가까워지면 갑자기 시야가 트이며 과수원 평원이 나타난다. 옹점은 옛날 옹기 굽는 마을이었다는 데서 유래하며 지금은 과수농가로 바뀌었다. '옹점 사과'는 청송에서도 질 좋은 사과로 알려져 있다. 옹점은 지형이 상당히 특이한데 산속의 분지 형태로 중대산의 여러 줄기가 이곳에서 가라앉는 게 눈으로 보인다.
옹점의 과수원 뒤로 두루뭉술하게 솟은 산이 염불천지산이며 오른편 중대산에서 내려앉는 지능선 산줄기 중턱에는 하얀 너덜지대가 보인다. 이곳을 '무너진 절터'라 한다. 옛날 이곳에 절이 있었는데 괴상한 주지가 오고 나서 고기를 먹고 악행을 저지르자 산 위의 바위가 굴러떨어져 절터가 무너졌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염불천지산도 무너진 절터에서 연유한 이름이다.
과수원 임도 사거리를 직진하여 지나면 '파천면' 표지판 앞에 도로가 지난다. 이곳이 읍내에서 옹점으로 이어진 도로이며 방광산 산행의 날머리다. 총 거리는 5km이며 2~3시간 정도 걸린다.
*교통
청송시외버스터미널에서 들머리인 청송경찰서와 청송여중고는 1~1.5km 내외로 멀지 않다. 날머리인 옹점리는 청송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1일 4회(10:20, 13:10, 18:55, 20:15) 있으며 이 버스가 회차하여 10:35, 13:25, 19:10에 옹점에서 청송터미널로 간다. 다만 20:15분 막차는 20:30분경 옹점에 도착, 파천면 신기리 송강리와 관리를 돌아 청송버스터미널(도착 20:50)로 간다.
옹점에서 읍내까지는 4~5km로 가까운 편이라 콜택시를 타도 부담은 없다. 옹점고개에서 남쪽 내리막으로 도로를 따라 잠깐 내려가면 중대산 들머리인 만지송쉼터가 있다. 택시기사에게 만지송쉼터로 오라고 하면 된다. 청송개인택시(054-874-4488), 청송택시(054-873-2029).
글쓴이:신준범 기자
참조:중대산~방광산
참조:중대산~태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