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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31일째; 늦은목이~선달산~박달령~옥돌봉~도래기재(12.58km)
2009년 11월 14일 토요일 맑음,
집을 나온 지 5일 째인 오늘은 8차次 순례巡禮를 마감하는 날이다. 산행을 끝내고 집에 간다는 생각에 잠까지 설치고 알람이 울리기도 전前, 4시 반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도래기재까지 12km 남짓 가서 영월을 경유, 집에 가던가 아니면 어제 저녁에 알아둔 김삿갓 골 입구에 있는 김 부장 농가에 가서 자고 내일 아침에 가던가 할 참이다. 보온 밥통의 밥으로 도시락을 싸고 김칫국을 끓여 해장 겸 아침식사를 한다.
방에 들여놓은 신발이 아직 마르지 않아 무개가 한 짐이나 된다. 방안에서 마른 양말을 신은 다음 등산화를 신고 제자리 걷기를 하여 물기를 배어 나오게 하고 다시 양말을 갈아 신었더니 감촉이 훨씬 좋아진다.
6시20분, 아직 깜깜한데 숙소를 나와 라이트를 밝히고 어제 떠나온 늦은목이를 오르며 순례巡禮를 시작한다.
[일출 日出]
늦은목이로 오르는 길에 멀리 동녘 하늘에 해가 뜨기 시작한다.
[늦은목이에...]
늦은목이에 도착..., 아직 어둠이 깔려 있다. 오늘은 토요일이라 산행객이 더러 있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벌써 단체 산객들이 떠들썩하게 우리가 가려는 선달산에서 내려오고 있다. 어디서 이렇게 일찍 오느냐 물었더니 이들은 새벽 3시에 우리가 오늘 가려고 하는 도래기재를 출발했다고 한다.
7시 20분, 우리도 늦은목이를 떠나 이 산행객들과는 반대쪽인 선달산으로 향한다. 시간으로 봐서는 해가 이미 떴을 텐데 구름 속으로 들어갔는 지 해는 보이지 않고...,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선달산으로]
어제 내린 비로 대간로大幹路의 낙엽이 촉촉이 젖어 있지만, 다행히 앞서 내려온 산꾼들의 발길에 의해 낙엽이 물방울을 다 털어낸 다음이라 등산화 안으로 물이 들어올 염려는 없어졌다.
[대간 표지 리본...]
국립공원을 벗어나니 대간 길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우선 나뭇가지에 대간 표지 리본이 많이 달려 있다. 아마 국립공원 구간에는 모두 때어 버린 것 같다. 그리고 또 이정표도 모양이 다르다.
선달산은 장중한 산으로 등로登路가 완만하다. 정상까지 서두름이 없이 느긋하게 오름이 이어지며 가끔 아름드리 춘양목도 보인다.
[선달산으로...]
[선달산, 1,236m]
늦은목이를 떠난 지 1시간 10분, 운무雲霧가 덮인 선달산에 올랐다. 선달산 정상에는 어래산 갈림길이 있다.갈림길에서 좌측으로 가면 어래산으로 가게 되는데, 그 능선 길은 경북~강원 도계道界이기도하다. 즉, 경북~강원 도계가 어래산에서부터 시작하여 회암령을 거처와서 이곳 선달산 정상에서 백두대간을 만나고 대간마루에 실려 박달령으로 달려간다.
돌이켜보면, 뜨거운 여름, 삼도봉에서 만난 충북땅이 백두대간 좌측으로 계속 따라 오다가 어제 형제봉 갈림길에서 떠나갔다. 그리고 한동안 대간 마루금이 경북땅에 머물다가 여기서부터 다시 강원도와 경북의 경계를 이룬다. 좌측 발은 강원도 땅을 우측 발은 경북 땅을 밟고 북동으로 나아간다.
선달산 정상석 옆에 있는 공터에서 단체 산꾼들이 라면을 끓여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데, 막걸리를 한잔 권했지만, 맛있게 드시라 하고 지나간다. 영주 국유림관리소에서 백두대간에 관한 안내판을 세워 놓았다. 행정구역은 봉화군인데 산림관리는 영주 국유림관리소에서 하는 것 같다.
[선달산 옹달샘]
선달산을 30분 정도 내려오자 선달산 옹달샘(150m) 표지판이 있다. 여름이라면 물을 보충해야 할 옹달샘..., 대미산黛眉山 눈물샘이 생각난다. 이번 산행에는 물을 2병 가지고 다녀도 충분하다. 여름처럼 물 걱정을 안해도 되고 힘도 덜 들지만 해가 짧아 일찍 산을 내려가야 한다.
[당단풍나무]
대간 길 옆 당단풍 나무에 마른 잎이 잔뜩 달려 있다. 때가 되었으면 자리를 내 주어야지 언제까지 메달려 있을려나...? 그러나 대부분의 나무들은 잎을 떨쳐내고 몸을 가볍게하고 있다. 사람과 나무의 겨울나기가 정 반대인 듯하다. 사람들은 날씨가 추워지면 옷을 두껍게 입는데 비해 나무는 옷을 벗고 가볍게 한다.
[물야저수지]
우측으로 물야 저수지가 나타난다. 소백산에 들어서면서부터 대간 길 우측으로 비슷한 규모의 저수지가 비슷비슷한 위치에 연속해서 나타나는데..., 지도를 확인해보니 영주시에 4개, 봉화군에 1개의 저수지가 있다. 영주시에는 금계호, 순흥지, 단산 저수지, 부석 저수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 보이는 봉화군의 물야 저수지.., 이 5개의 저수지가 소백산의 대간 길을 따라 비슷한 형태로 만들어져 백두대간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담아 인간들의 삶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 같다.
[언제 보아도 헷갈리는 참나무 이야기...]
[쉼터]
박달령을 1.4km 앞두고 나타난 쉼터에 앉아 사과를 먹으며 잠시 쉰다.
[박달령으로...]
[박달령이 가까이..]
박달령으로 내려가는 길은 순하고 편안하다. 헬기장과 그동안 많이 보아온 백두대간 표지석이 시야에 들어 온다.
[박달령, 970m]
[박달령 숲안내]
박달령에...,박달령은 봉화군에 속하는 재로서 물야면에서 춘양면을 거처 영월군 하동면으로 이어지는 비포장도로가 나 있다. 충북 제천에 있는 천등산 박달재(453m)와는 이름만 같을 뿐이다. 그리고 이 곳은 고도가 해발 970m의 고산 준령에 해당한다.
주위에 헬기장, 쉼터, 화장실, 성황당이 있고 주위 정리는 물론 청소도 잘 되어 있으며 특히 화장실에는 두루마리 휴지까지 비치되어 있어 지나는 사람의 마음을 밝게 해준다.
쉼터에서 잠시 쉬다가 박달령을 떠나 1시간쯤, 12시가 가까워 점심 먹을 자리를 살피며 가고 있는데..., 갑자기 대간 마루금 우측에서 후다닥 소리가 나서 보았더니 5~6마리의 멧돼지가 가파른 너덜돌 비탈 길을 줄달음치며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멧돼지를 1마리씩 뛰어가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이렇게 여러 마리가 단체로 이동하는 것을 보기는 처음이다. 이 녀석 들도 험하고 가팔라 오르기가 힘든지 꾀~꾁인지 꾸~꿀인지 소리를 지르며 오르는데 덩치가 그리 크지 않아 중中 돼지 정도로 보인다. 새끼 거느린 암퇘지는 위험하다던데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도래기재로...]
[주실령 갈림길...]
옥돌봉을 0.28km 앞 두고 주실령 갈림길 이정표가 나타났다. 잡목과 운무로 시계視界가 나빠 확인은 되지 않지만 지도를 보니 박달령에서부터 대간 마루금을 따라오던 봉화군 물야면~춘양면 면계面界가 여기서 대간大幹 마루를 떠나 우측으로 뻗어가서 주실령을 거치고 예배령을 지나 문수산(1,207m)에 이르는 문수지맥을 따라가는데 이정표에는 기맥분기점이라 표기해 놓았다. 즉 문수지맥이 여기서 분기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물푸래 나무 옆을 지나 옥돌봉으로...]
[옥돌봉, 1,244m]
이번 순례巡禮에서 마지막으로 만나는 명찰이 달린 산, 옥돌봉에 올랐다. 전망안내판을 일별하고...,
[옥돌봉을 떠나 도래기재로...]
[550년 철쭉]
완만한 경사를 내려가는데..., 대간 길 옆에 '550년 철쭉, 40m, -산림청-'이라는 팻말이 있어 가봤더니 대
간 길에서 좌측으로 10여 미터 되는 곳에 철쭉나무가 있다. 울타리를 쳐 보호를 하고 있고 산림청의 '보호수'
안내판이 서 있다.
보 호 수
고유번호; 제2006-1호
나무이름; 철쭉나무 지정일자; 2006.5.25
나무나이; 550년 소재지; 경북 봉화 춘양 우구치산 1-1
나무높이; 5m 관리자; 영주 국유림 관리소장
나무둘래; 105cm
우리나라에서가장 오래된 철쭉나무로서보존가치가 크므로
보호수로 지정하여 보호관리 하고자 함.
남 부 지 방 산 림 청 장
[구룡산을 바라보며 도래기재로...]
다음 9차 순례巡禮에서 만날 구룡산이 잡목 사이로 아스라이 모습을 드러낸다.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
[진달래 길]
[도래기재...]
오후 2시 10분 도래기재에 내려섰다. 도래기재는 봉화군 춘양면에 있는 재로 서벽리 도래기마을과 우구치
리 하금정을 이어준다. 지방도 88번이 지나며 도로 위로 백두대간을 이어주는 동물 이동통로가 만들어져 있
다. 영주 국유림 관리소에서 도래기재 유래 팻말을 세워 두었다.
도래기재의 유래
도래기재는 서벽리 북서쪽 2km 거리에 있는 마을 이름을 따와서 도래기 재라고 한다. 도래기마을에는 조선시대에 역(驛)이 있기에 역촌마을이라 하여 도역리(道驛里)라 부르다가 이것이 변음이 되어 이제는 도래기 재로 통용되었다. 또 재 넘어 우구치는 골짜기 모양이 소의 입모양이라 하여 우구치(牛口峙)라 불린다.
[88번도로와 동물 이동통로...]
[다음에 만날 구룡산 들머리...]
구룡산 들머리를 확인하고 88번 지방도를 따라 좌측, 영월 쪽으로 걸어 내려간다.
행정구역상 도래기재를 지나 하금정~조제까지가 봉화군 춘양면이라 도래기재를 넘어다니는 춘양 버스가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내려가면서 혹시 버스정거장이라도 있을까 살펴 봤으나 보이지 않고 지나가는 승용차를 세워 보았지만, 그냥 내뺀다. 내리막이라 힘은 들지 않는데 계곡에서 올라오는 바람이 제법 쌀쌀하다.
완만한 경사 도로를 20여 분을 걸어오다 아무래도 택시를 알아봐야 할 것 같아 김삿갓골이 있는 영월군 하동면에 전화를 걸려고 휴대폰을 켰더니..,'하산하시면 연락 주세요. 영월에서...' 하고 김 부장한테서 문자가 들어와 있다. 순간적으로 반갑기도 하고 헷갈렸다. 운동이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 영월에...?
전화를 했더니 운동은 내일이고 오늘은 감곡에 있는 초등학교 동창회에 가야 하는데 내가 걱정되어 농장에 들렀다 가려고 왔다가 나와 연락이 되지 않아 지금 막 감곡으로 출발할까 하는 참이란다. 나는 구세주를 만난 것 같았다. 김 부장한테 내가 있는 위치를 일러주어 이리로 와 달라고 해놓고 우리는 우구치 계곡 입구 도로변에 배낭을 내려놓고 기다리기로 한다.
-- 오늘 산행 시간; 8시간 40분, 산행 거리; 15.6km(백두대간; 12.58km)--
백두대간白頭大幹 순례巡禮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지원支援을 받게 된다. 도로변에 가만히 기다리다 보니 추워서 좀 걸었으면 좋겠는데 김 부장 차가 그냥 지나칠까 염려되어 어쩔 수없이 추워도 참고 20여 분을 기다렸더니 김부장이 산타페를 몰고 왔다. 김부장 차를 타고 도래기재를 내려오는 길은 멀고도 커브가 많은 험한 길이라 새삼 백두대간을 내려간다는 것을 실감나게 한다.
김 부장은 내가 현역시절, 우리가 분당에 살고 있을 때, 우리 집에 들린 적이 있다는데 나는 기억에 없다. 김 부장은 대원隊員에게 인사를 건내고는 날씨도 추운데 사장님 때문에 괜한 고생을 한다고 너스레를 떨더니 전前에 한번 동해안 울진까지 회 먹으러 갈 때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88번 도로를 따라 도래기재를 넘은 적이 있다고 한다.
차가 도래기재에서 점차 고도를 낮추자 계곡은 점점 깊어진다. 상대적으로 도로 양 측에 보이는 산들은 점점 높아지며 그 세勢를 뽐내기 시작한다. 나는 계곡에서 마루를 쳐다보며 '내가 저렇게 높은 마루로 연결되는 대간 길을 가고 있단 말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는 어느새 내리천 변에 있는 내리를 지나고 옥동천에 이르더니 삿갓골 조금 못미처 김 부장 농가에 도착한다. 지나온 내리에는 민박집도 눈에 띄고 옥동천은 천川이라기보다 강江이라고 할 만큼 폭도 크고 수량水量이 많은 데다 물도 깨끗하다. 김 부장이 여름에는 행락객이 많이 와서 야영한다고 일러준다. 농가 집은 거의 폐가나 다름없고 터가 600평인데 2년 전에 경매물로 나온 것을 4천5백만 원에 매입 하였다고 하고 내년에는 김 부장도 정년퇴직이라 집을 새로 지어 여기 와서 살겠다며 2층으로 된 설계도를 보여 준다.
집 주위 밭에는 고추, 배추, 무, 상치 등 채소류가 많이 심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김 부장이 부지런히 일을 한 것 같다. 김 부장도 오늘 동창회 참석은 그만두고 서울로 가겠다고 해서 우리도 함께 가기로 한다. 우리를 춥다고 방으로 들게 하고 우리 주려고 포대에다 배추, 무, 시래기 등을 한 포대 담아서 차에 싣는다. 나도 나가서 밭에 있는 상추를 조금 뜯었다. 김 부장은 애써 무농약으로 지은 채소들이 밭에서 다 얼게 생겼다며 안타까워 한다.
오는 길에 삿갓골입구를 지날 때 김 부장이 여기 면面 이름이 하동면에서 김삿갓면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알려준다. 자동차는 영월~제천~장호원~양지로 오는데 대원은 뒷자리에서 잠든 지 오래고 나도 참으려고 했지만 길이 막히자 나도 모르게 졸다 보니 어느 새 양지까지 왔다. 8시가 다 되어 저녁을 먹자고 했더니 김 부장이 양지 CC 입구에 있는 청국장집으로 안내..., 청국장에 막걸리까지 한 잔씩 입가심한다.
김 부장 덕택에 귀로歸路는 편안했다. 김 부장은 우리집까지 편안하게 태워주고 게다가 무농약無農藥으로 재배한 배추, 무우, 상치에다 내가 좋아하는 시래기를 가득체운 포대자루를 떨어뜨려 놓고 차 한잔하고 가라고 해도 늦었다며 횅하니 가버린다. 이렇게 백두대간 8차순례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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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구치(牛口峙)란 이름 들어보니 기억이 새롭네. 5년전인가 백두대간할때 그 독특한 이름때문에 그리로 올라간 기억이나는구만. 이제 계절도 안 좋으니 몸조심 하셔유.
손사장 덕분에 550년 철쭉구경 잘 했오... 이제 산우의 등장이 잦아지는것을 보니 자신만만 한 것 같소. 몸조심 하세요. 화이팅...
아는 것이 무엇인지 손대장은 복도 많지,,,그렇지만 매번 이 순간이 가장 젊고 행복한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지혜가 더욱 돋보인다. 현재라는 Present가 곧 대간꾼 손대장과 대원에게 준 present(선물)이 아니겠는가? 동절기에 접어드니 대간 길 순례에 각별히 주의하기 바란다.
친구들의 염려와 격려에 감사~, 내일 부터 3박4일 일정으로 9차 산행을 갑니다. 도래기재~구룡산~태백산~화방재~만항재~함백산~피재까지..., 태백산의 설경을 은근히 기대하는데 어떨런지...?
아마도 위의 산행 대간 코스는 위험한 구간은 별로 없는 줄로 아는데 혹시라도 쌓인 눈 길이 잘못된 산행길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