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6일.. 오후 12시가 다가오자 고릴라를 켜고, 스위트 뮤직박스 방송을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목이 멘 정지영아나운서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서 게시판에 들어가 보니 마지막 생방송이라고 한다.
그 때 흘러 나오는 정지영 아나운서의 말 '영원이라는 단어는 세상에 없나 봅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매일 그 자리에 있는 줄 알았는데, 당연히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는데...
새벽시간과 잘 어울리는 차분한 목소리와 조용한 선곡이 좋아서 2년전부터 틈틈히 들었던 방송인데.....
너무 갑작스러워서 할말을 잃어버렸다.
이제 그 차분한 목소리도.. 달콤한 사연들도.. 조용한 선곡도.. 들을수 없다니.....
정지영도 울고, 청취자도 울고, 스탭들도 울었던 마지막 방송... 아마 잊지 못 할 것 같다.
특히 '최유리씨 사연'과 '사랑이 사랑에게'에서 너무 목이 메여서 나도 쏱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없었다.....
"많이 그리울꺼예요 보고싶을꺼예요
이시간이 되면 습관처럼 여기로 달려오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아주 오랫동안 몸에 밴 일이라서요
너무 섭섭해하지 마세요
이 자리가 아닌곳에서도 저는 당신을 응원하고 있을꺼니깐요
그것 또한 버릴수없는 저의 일상이 되버린 일이니깐요."
"다음주 부턴 새벽 1시에도 심야영화 보러 갈 수 있고...
떤 모임에 가도 실컷 밥 먹고 수다 떨 수 있고
아무리 눈이 많이와도 새벽에 집에 갈 걱정 안해도 되고......
그런데 왜 이렇게 슬플까요.......
다음엔 어떤 방송도 이렇게 오래하진 말아야겠어요...
내일과 모레 이틀은 여러분과 십년의 기억을 좀 더듬어 볼게요..
"그대로 있어주면 돼" 장필순의 노래입니다.
내일 밤 12시에 뵐게요, 정지영이었습니다."
다음에는 오랫동안 방송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면서 마지막 생방송은 그렇게 끝이 났다.
사랑이 사랑에게,
목동 SBS 앞 횡단보도, 그 다섯 번째 이야기
그녀가 생각날 때면,
참을 수 없을 만큼 그립고 보고 싶을 때면,
라디오를 들어요.
그녀가 늘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어요.
그래서 덕분에 나도 그 프로그램의 팬이 되었죠.
밤 열 두 시부터 새벽 두 시까지 하는 심야라디오였는데,
그녀를 바래다주고 가는 길에,
혹은 그녀와 한강 둔치를 데이트하면서,
이어폰을 한 쪽씩 나눠 끼고 듣곤 했어요.
한 번은 신청곡을 보냈었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틀어줘서 깜짝 놀란 적도 있어요.
내 인생의 잊지 못할 멋진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날이었죠.
그런데 그녀와 헤어진 후엔..도저히 들을 수가 없었어요.
달콤한 디제이의 목소리를 들으면
그녀와 함께 했던 달콤한 순간순간이 떠올라 심장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라디오를 멀리 했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혹시 그녀가 그 라디오를 여전히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연을 올리고..다시 듣기 시작했습니다.
사연은 그 이후로 소개된 적 없지만
그래도..그녀가 홈페이지 게시판에 들어와서
내가 올린 사연을 읽어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한 달에 한 두 번은 꼭 그녀에게 전하고 싶은 내 마음을 거기에 썼어요.
그런데..이젠 그런 통로마저 막혀버리게 됐습니다.
그 프로그램의 디제이가 그만 두거든요.
아마 그녀도 그 소식을 듣고 많이 슬퍼했을 거예요.
많이 속상해하고, 많이 아쉬워하고, 어쩌면 많이 울었을지도 모릅니다.
난 들은 지 몇 년 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10년이나 된 팬이거든요.
그녀처럼 기억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었는데..
그녀를 생각하면 항상 함께 오버랩 되어 떠오르는 디제이의 목소리였는데..
이제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다시는 그녀의 목소리도 들을 수 없을 것 같은 절망감이 들어요.
가슴이 먹먹하고 슬픔이 차오릅니다.
그래서 오늘 케이크를 하나 사들고
처음으로 목동에 있는 SBS 앞까지 왔어요.
직접 전해 줄 용기는 나지 않아서, 경비실에 맡기고 돌아서는 길입니다.
그녀가 그토록 아끼고 사랑했던 디제이에게
그녀와 나의 추억을 대신해 꼭 선물을 하고 싶었어요.
고마웠다고, 잊지 않겠다고..
우리의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고..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잊지 않고 기억해 줄 거라고,
당신의 이름, 당신의 이야기, 당신의 사랑..모두 다 기억해 줄 거라고...
라디오 다시 듣기 : 2010-03-27 정지영의 스위트뮤직박스 다시 듣기 클릭
'내 마음의 일기'코너 배경음악 Like Wind
출처 ::
http://ww.cyworld.com/jupihistory/3085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