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일기(3) - 2023년 8월 26일(토)
1. ‘서이초 교사 사망’으로 촉발된 교권보호 집회가 지난주부터 ‘국회의사당’으로 장소를 옮긴 이후, 오늘의 광화문 집회 중 가장 큰 이슈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 방류’ 항의 집회이다. 그동안 일본은 ‘방류’를 확정짓고 실행하기 위해 치밀하게 IAEA와 미국 그리고 한국에 대한 공작을 추진해왔다.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세력과의 대결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은 일본을 중요한 파트너를 설정하였고 파트너의 힘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을 끌어들이려고 압력을 가했다. 결국 정치적, 군사적 배경에서 강화된 한미일 동맹은 한국 사회의 중요한 문제인 일본 전쟁범죄에 대한 사죄 및 보상을 거부하는 일본의 오만을 그대로 받아들였을 뿐 아니라, 오염수 방류까지 용인하게 만들었다. 미일동맹은 현재의 상황에서 협력의 필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미국은 철저하게 현재의 이익을 위하여 일본의 반인권적인 행위나 인류에 대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문제에 눈감고 있는 것이다. 일본 또한 미국의 정치적 필요성을 이용하여 오염수 방류 뿐 아니라 다시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의 복원까지 시도하고 있다.
2. 이렇듯 일본의 움직임은 한국에게는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있는 상황임에도 한국의 정부는 오히려 그것을 인정하고 기꺼이 협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본은 ‘강제징용’에 대한 판결을 거부하고 어떤 배상도 하지 않은 채 버티고 있었는데, 윤석열 정부는 ‘제3 변제’안이라는 기괴한 논리로 일본의 부담을 자발적으로 덜어주었고, 거기에 더해 ‘오염수 방류’라는 미래에 어떤 위험을 발생시킬지 모르는 행위를 묵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강조하는 것이 ‘한미일 동맹’의 강화라는 것이다. 일본은 미국을 이용하여 한국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려 하고 있고 미국은 한국을 끌어드려 좀 더 강한 방어망을 확충하려 하는 계획이 추진되면서 서로의 이익을 위해 한국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3. 이 과정에서 한국을 허울좋은 ‘동맹’이라는 추상적인 가치에 몰입하여 실제적인 이익과 국가적 자존심을 팔아버리고 있다. 일본의 잔혹한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묻지도 않을 뿐 아니라 고통을 받은 징용자의 개인적 권리와 존엄을 국가가 무시하고 있으며, 연일 독도를 자국영토라는 사실을 발표하는 일본에 제대로 된 항의도 하지 못하면서 결국 ‘오염수 방류’라는 결코 허용할 수 있는 일본의 행태를 자발적으로 방치한 것이다. 이쯤에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일본의 총독이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최소한 국가의 안전망과 이익과 권리도 지키지 못할 뿐 아니라 국민의 권리까지 파괴하는 정부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다는 말인가?
4. 오늘의 광화문 집회는 민주당과 정의당을 비롯한 야당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8.24일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었고, 일본은 오염수의 농도가 국제 기준 이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한국의 보수언론 또한 입을 맞춰 오염수가 결코 몸에 해롭지 않다는 결과를 홍보하느라 바쁘다. 특히 ‘원자력’ 관련 교수들이 앞장서서 ‘오염수’의 무해성을 일명 과학적인 사실(?)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오염수의 무해성을 홍보하는 교수들이 숫자에 비해, 오염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독립적인 방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상당히 적다는 점은 아쉬운 상황이다.
5. ‘오염수’에 대한 문제점은 오히려 외국 전문가들의 견해를 통해서 제기된다. 가장 큰 문제는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재 오염수를 정화하는 핵심장치인 ‘ALPS’가 성능의 안정성을 백퍼센트 신뢰할 수 없는 것이다. 기계의 고장 및 관리의 소홀로 인한 문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도 고장에 대한 은폐나 정보 조작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에 앞으로 30년 이상 진행될 방류에 대하여 신뢰할 수 없는 것이다. 외부 전문가가 파견된다고 하지만 일본이 제공한 정보에 의존하고 있는 한 실질적인 감시나 검증에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ALPS가 ‘삼중수소’를 제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삼중수소’가 바닷물에 섞여 바다 생태계 속으로 들어간 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연구가 부족할 뿐 아니라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제대로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과학은 현재에 나타난 데이터를 통한 분석에 집중한다. 그들은 미래의 위험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침묵한다. 하지만 방류가 시작되고 그것을 중단시킬 수 없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보수적이고 과도하게 판단하지 않으면 우리가 실제 위험과 만날 때 대처할 방법을 놓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에도 가장 큰 위험에 놓인 국가가 방류를 허용했다는 점은 ‘위험 최소의 원칙’에도 부합되지 않는 국민들의 안전을 무시한 국가의 독단적인 결정임에 분명하다.
6. 미래의 위험에 대한 불안에 문제를 제기하고 반대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임에도 정부와 여당은 그런 불안을 괴담이나 ‘수산물 불매’라는 기괴한 프레임을 씌워 공격하고 있다. 알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하는 것이 우선인데 국민의 건강 문제에도 정치적 분열이라는 수단을 통해 ‘개소리’(개소리는 최근 등장한 철학적 용어이다. 거짓말과는 다르게, 한쪽 진영의 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해 치밀하게 조작되는 언어이다)를 떠드는 것이다. 최근 일련의 정치적 이슈에서 가장 큰 문제는 진실의 요구나 문제의 원인 규명에 대한 시도를 ‘괴담’이라는 용어로 단일화시키면서 거부한다는 점이다. 거기에 꼭 덧붙이는 말이 ‘야당 총수 보호’라는 상투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있s는 것이다.
7. 국가적, 사회적 문제까지 ‘정치적 이념’으로 오염시키는 현실은 문제의 진실까지 흐릿하게 만들고 사람들의 판단까지 자의적인 성격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자유’라는 이름으로 다양성을 파괴하고 언론의 자유와 사회적 진실을 파괴하려 하는 권력층과 부역자들이 넘치고 있는 지금, 정치적 이념과 관계없이 객관적 진리와 민주주의의 본질에 바탕을 둔 보통 사람들의 판단과 영향력이 확대되어야 한다. 정치적 이념으로 물들어버린 극단적인 이념의 영역이 무력해지지 않는 한, 정치적 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발언하고 행동하지 않더라도, 현재의 문제에 대한 최소한의 건강하고 상식적 수준의 판단을 유지하길 바랄 뿐이다. 그런 판단이 결정적인 상황에서 민의라는 이름으로 나타나는 것 이외에는 현재의 문제는 지루하고 끈질기게 지속될 것이다. 항상 정치는 국민 수준의 반영에 불과하다.
첫댓글 - 이념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며 다른 입장을 보이는 야당들과는 협치를 할 수 없다는 윤석렬 정권의 무지는 점점 더 목소리를 높여 나간다. 아직도 이념전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나라, 안타까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