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는 진달래 꽃밭이
지난 14일 이른 아침부터 신탄진 벚꽃 축제 현장을 안내하며 함께 돌아보게 되었다.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현장을 찾았을 때는 이른 탓인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즐비하게 서 있는 점포들 대부분도 아직 문을 열지 않아 비교적 한산하고 조용했다.
그러나 어느 곳에도 주차할 마땅한 공간이 없어 차를 탄 채 주마간산하듯이 만개한 벚꽃 축제 현장을 죽 훑어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넉넉한 시간과 공간을 가지고 꽃을 꽃답게 구경할 수가 없었다.
옥천에서 대청호를 끼고 안남까지 이르는 벚꽃 길을 찾아 아쉬운 마음을 달래보기로 했다. 신탄진을 떠나 대청호 방면으로 조금 달리다 삼거리 검문소에서 우회전하여 대청호와 산 사이에 난 이름난 드라이브 코스를 택했다. 달리며 생각하지도 않은 진달래가 산을 온통 붉게 물들이고 있는 꽃밭을 반갑게 만났다.
때가 때인지 모르지만 진달래가 이처럼 많이 피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아름다운 봄 산을 보기는 처음 같았다. 아침 햇살을 받은 진달래의 꽃 색깔은 너무나 청정한 붉은 색이었고 새순 새 잎이 튼 커다란 나무 아래 만개한 진달래와 조화를 이룬 봄 산은 그대로 하나의 작품이었다.
옥천에 접어들어 벚꽃이 한창인 속리산에 이르는 대청호 변 길을 달렸다. 쏟아지는 밝은 봄 햇살 청정한 공기를 마음껏 들여 마시며 벚꽃이 만개해 흰 구름처럼 피어있는 벚꽃 길을 천천히 지나며 농익어 가는 봄을 즐겼다. 이 벚꽃 길을 지나며 앞 선 길에서 만났던 산에 만개한 진달래 꽃 밭을 또 만나 즐기고 즐겼다.
봄 햇살이 반짝이며 춤추는 대청호가 내려다보이는 한 찻집에 앉아 함께 한 일행과 진달래 꽃 이야기로 잠시 가슴을 붉게 물들였다. 찻집 아래 호수 모래밭에는 햇살을 누리며 거니는 젊은이들의 즐거운 모습이 눈길을 더욱 시원하게 했다. 호수 건너 앞산에는 산머리까지 진달래가 붉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찻집을 나온 일행은 들어오던 길로 되돌아 나가며 오른쪽에 봄 물 가득한 대청호, 왼쪽에 이어지는 진달래 꽃밭을 한번 더 즐기며 찬미하기에 모두는 입이 마를 지경이었다. 유성을 지나 동학사에 이르는 고개를 넘어서자마자 눈앞에는 만개한 벚꽃 길이 환하게 펼쳐져 모두는 환호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금강산도 식후경. 일행을 위해 대나무 통 밥 게장과 갈비 정식으로 회식 자리를 마련 해 준 자매와 함께 동학사 벚꽃구경에 나섰다. 벚꽃 길은 밀려 든 차와 사람으로 만원에 초만원! 차에서 내려 구경할 자리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주차장에서 돌아 나올 셈으로 차안에서 벚꽃 터널을 즐기며 신탄진에서처럼 한번 둘러보고 나오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차와 사람을 빠져나와 계룡대에 이르는 고개에 들어서니 다시 진달래 꽃밭이 길 옆 양산에 펼쳐져 가슴을 확 풀어 주었다. 다음 찾아 간 곳은 호수에 뿌리를 둔 갯버들들이 새 봄을 노래하는 탑정호. 호수를 한바퀴 돌아 한 찻집에 자리해 찻집 아래에 봄바람 타고 일렁이는 호수의 봄에 마음을 실어보았다.
오래 오래 머무르고 싶은 찻집을 뒤로하고 은진미륵 입구로부터 논산 쪽에 이르는 벚꽃 길을 즐겼다. 일행은 이렇게 대전 근교에 이름난 벚꽃 축제가 벌어지는 곳을 거의 다 찾아보았다. 그러나 이번 벚꽃 구경 길에서는 벚꽃보다는 산에 만개한 진달래 꽃밭을 만날 수 있었음이 무엇보다 큰 자연이 준 선물이었다.
진달래꽃은 흔히 복사꽃 살구꽃과 함께 봄꽃 삼총사로 불리며 사랑을 받아 왔다. 그러나 봄이 와도 이제는 복사꽃 살구꽃을 좀처럼 보기가 어려워졌다. 봄은 고향이 다시 태어난다는 계절. 봄 고향을 다시 피우는 진달래 꽃! 산에는 진달래 붉게 피어 꽃밭을 이루고 있다. 진달래 꽃 밭은 우리 가슴에 고향의 봄을 다시 피워 그리운 망향의 정을 채워 주리라. (2005. 4. 20.)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느낌이군. 이렇게 여정을 좋은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박형의 재능이 부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오. 또 보내준 주옥같은 글을 모은 책도 잘 받아 읽고 있오. 한 생명을 불태우며 쓴 것이란 생각을 하면 눈물겹도록 고맙소. 어찌든지 주님의 은총속에서 건강만 하소서!
첫댓글 까마득한 어린시절 창꽃 꺾어 한다발을 나무짐에 꽂아서 어린 우리들을 주려고 가지고 오시던아버지의 모습이, 별로이 군것질 할것이없었던 어린시절 창꽃잎을 따먹던 일들이 새삼 떠오른다네.
철따라 자연을 찾아 창조주가 연출하는 계절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천규의 정서가 부럽네 올봄, 하느님의 축복을 건강과 함께 듬뿍 받기를 ...
나도 대청호 드라이브 코스를 두어번 지나봤으나 그곳이 진달래 군락으로 봄의 여정의 백미가 되는줄 몰랐네. 참! 오늘 이호영 사무실에서 몇몇 동문들과의 모임이 있어 갔다가 박형의 玉稿가 활자화된 귀한 책자를 호영으로부터 받았네. 고마우이! 열심히 읽어볼께!
그림 같은 천규의 꽃 나들이 길을 따라가자니 "약산의 진달래 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라는 소월의 시귀가 떠 오르는군. 봄의 정취에 심취되어 있는 노년의 아름다운 모습이여 !!!
싱그러운 봄 꽃놀이 잘했다...잘했어...
탑정호. 은진미륵은 나의 추억이 가득담긴 곳인데 천규의 글을 읽으니 그 추억들이 아련히 떠오르는 군. 은진미륵사를 관촉사라고도 하는데 초등학교때 그리로 "원족"을 많이 갔지. 그 벗나무들은 그시절 그 나무인고?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느낌이군. 이렇게 여정을 좋은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박형의 재능이 부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오. 또 보내준 주옥같은 글을 모은 책도 잘 받아 읽고 있오. 한 생명을 불태우며 쓴 것이란 생각을 하면 눈물겹도록 고맙소. 어찌든지 주님의 은총속에서 건강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