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영화 '아마데우스'를 굉장히 인상깊게 보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전편을 통해 흐르는 모짜르트의 음악들 음악들.... 그리고 그의 죽음을 앞에 둔 장면들에서 나오는 레퀴엠의 선율...
이 글에서는 '아마데우스' 영화에서 레퀴엠이 나오는 장면 5영상과 칼 뵘 지휘의 연주곡 영상을 같이 올리겠습니다.
먼저 모짜르트 레퀴엠의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1. INTROIT (입당송): Requiem (주여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2. KYRIE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3. SEQUENTIA (연속된 노래들)
1) Dies irae (진노의 날, 운명의 날)
2) Tuba mirum (심판의 나팔소리 울려퍼지네)
3) Rex tremendae (두려운 왕이시여)
4) Recordare (주여 생각하소서)
5) Confutatis (사악한 자들이 혼란스러울 때)
6) Lacrimosa (눈물과 한탄의 날)
4. OFFERTORIUM (봉헌송)
1) Donmine Jesu Christe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여)
2) Hostias (주께 바치나이다)
5. SANCTUS (거룩하시다)
6. BENEDICTUS (주에 축복있으라)
7. AGNUS DEI (주의 어린 양)
8. COMMUNIO (성찬의식) : Lux aeterna (그들에게 영원한 빛을 내리소서)
그 중 영화에 삽입된 곡은 빨간색으로 표시된 1. 입당송, 3-1) 진노의 날, 3) 두려운 왕이시여,
5)사악한 자들이 혼란스러울 때, 6)눈물과 한탄의 날 전부 5곡입니다.
여기에 나오는 곡 해설의 출처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www.goclassic.co.kr/review/9908a.html
그리고 '아마데우스' 자막이 나오는 영화영상은 네이버의 혼수상태님의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
밀로스 포먼이 연출했던 1984년도 영화 '아마데우스'는 살리에리의 고해의 형식을 빌어 전개되는 데 모짜르트의 죽음이
이 레퀴엠과 상당히 관련돼 있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에쿠우스로 유명한 영국의 극작가 피터 셰퍼가 대본을 쓴 연극은 오랫동안 세간을 떠돌았던 '모짜르트 독살설'을
모티브로 삼고 있고 그 연극을 기초로 한 밀로스 포먼의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날 사신처럼 모짜르트를 찾아왔던 '검은 남자', 연극과 영화는 그를 당대 최고의 작곡가로 군림했던 살리에리의
하수인으로 묘사합니다. 죽음을 사주했던 인물로 지목되는 살리에리는 이탈리아 출신의 작곡가로서 당시 오스트리아
빈의 궁정악장이었으며 베토벤, 리스트 등에게 음악을 가르쳤던 스승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모짜르트는 서양음악사에 기록된 불멸의 작곡가들 중에서 첫번째 프리랜서였습니다. 그는 권력자 밑에서 굽실거리며
일하는 것을 거부함으로써 지옥처럼 여기던 궁정으로부터 얽매이지 않는 데는 성공했으나, 경제적으로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몸이 부서져라 일해야만 했던 작곡 노동자였고 영화는 그 모습을 부각시킵니다.
영화는 독살설을 전제로 구성했음에도 실제로 모짜르트를 죽음으로 몰고갔던 시대와의 불화, 혹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극심한 노동을 간과하지 않습니다.
(프리랜서이면서 경제적으로 어렵지않았던 최초의 작곡가는 후원자들의 지원을 받던 베토벤이라 합니다.)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이 곡의 작곡 의뢰는 잿빛 복장의 미지의 사나이로부터 행해져,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이미 병에
시달리고 있던 모짜르트에게는 심한 환영같은 충격을 심어주었다고 합니다.
이 당시 모짜르트는 이미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어느 정도 예측을 하였는 지도 모를 일입니다.
1. INTROIT(입당송) : Requiem(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1791년 여름, 문밖에 서 있는 남자는 온통 시커멓다. 검은 가면을 쓰고 검은 망토까지 뒤집어 썻고 왠지 불길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그가 돈을 내보이며 레퀴엠을 의뢰하자 입당송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가 들려온다.
한창 돈에 쪼들리던 모짜르트는 그리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검은 가면의 사내는 "가장 이른 시간에 '레퀴엠'을
작곡해 달라"는 주문과 함께 선금을 던져주고 사라진다. 언제 온다는 기약도 없이, 조만간 다시 오겠다는 짧은
한마디만 남기고...
아버지의 화신을 본 듯 얼이 빠진 모짜르트는 콘스탄체의 부름에 끄떡도 하지 않고 멀어져가는 레퀴엠 의뢰자의
뒷모습만을 바라본다.
모짜르트의 아버지 레오폴트 모짜르트와의 갈등은 이 영화에서 상당히 교묘한 장치로 이용됩니다.
그는 모짜르트가 죽기 4년전인 1787년 세상을 뜹니다. 흔히 하이든의 작곡으로 잘 못 알려져 있던 장난감교향곡,
트럼펫협주곡을 작곡하고 바이올린 교본 등을 편찬한 상당한 수준의 궁정음악가이었기 때문에 모짜르트의
음악적 수업은 그 아버지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짜르트가 성장하고 아버지로부터 독립하면서, 짤스부르크에서 정착하기를 원했던 아버지를 떠나
비엔나로의 이주, 궁정에서의 탈출, 무절제한 생활과 콘스탄체와의 결혼 반대,콘스탄체와 아버지와의 불화,
어머니의 죽음 등 많은 갈등을 빚어 왔습니다.
아버지를 존경하고 두려워하면서도 반항했던 모짜르트, 그리고 임종도 하지 못한 아버지의 죽음은 그에게 심한
죄책감과 정신적 압박을 주었을 것입니다.
영화에서 레퀴엠 의뢰인이 쓰고 있는 가면은 그 전 장면의 가면무도회에서 아버지가 쓰고 있던 가면입니다.
의뢰인이 나가고 나서 창가로 가서 그의 뒷모습을 보기 전 벽에 걸린 아버지의 초상을 쳐다보는 데서 그가 이미
아버지의 화신을 본 듯 얼이 빠져있음을 암시합니다.
영화는 계속해서 노년에 자살을 시도하다 실패하고 정신병원에 갇힌 살리에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살리에리의 고백을 바탕으로 전개됩니다.
이곡을 칼 뵘이 지휘한 연주 영상입니다.
(해설)천천히 암울하게 흐르는 현악기의 선율 사이로 바셋혼과 파곳이 깊은 사색의 소리가 어어진다.
그리고 서로 주고받으면서 곡이 서서히 상승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서주 다음에는 베이스로부터 소프라노까지
"Requiem"을 시작으로 계속 이어지게 된다. 그 뒤에 "et lux perpetua" 에서는 말 뜻대로 "끊임없는 빛"처럼 밝아지면서
소프라노 독창으로 이어진다. "Te decet hymnus Deus"라고 시작되는 소프라노의 독창 뒤에는 바순과 현이 이를 받쳐주듯이 진행된다. 다시 투티를 거쳐서 "Exaudi orationem neam"를 부른 뒤 서서히 종결부로 치닫게 된다.
추가로 조금 더 설명하면...
Te decet hymnus, Deus, in Sion 천주여 시온에서 찬미함이 진정 마땅하오니
Exaudi rationem meam 주여, 내 기도를 들어주소서
투티(tutti)라는 말은 다 같이 부르거나 다 같이 합주하라는 말입니다.
3. SEQUENTIA(연송)
1) Dies Irae(진노의 날)
시카네더가 <마술피리> 작곡을 재촉하러 왔다. 팀파니 리듬에 맞취 문을 두드리는 시카네더..
그러나 모짜르트는 <레퀴엠>의뢰자가 재촉하러 온 줄 알고 다른 곳으로 피한다.
합창에 의한 굉장한 효과가 목소리의 화음과 트럼본의 울림, 장엄한 트럼펫의 예고, 현의 불길한 트레몰로와
팀파니의 급박한 타격에 의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살리에르가 몰래 고용한 하인 안나는 모짜르트의 집에서 더이상 하인 역할을 못하겠다며 울부짖는다.
시카네더는 배우이자 가수이고 극작가입니다. 모짜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의 작사자입니다.
그는 순회극단에서 배우생활을 시작해서 오페레타를 쓰고 주연을 맡는 등 배우로서 성공과 더불어 자신이 극단을
운영하는 등 상업적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시카네더 극단은 황제인 요세프 2세의 총애를 받아 빈에 정착하게 되고
모짜르트를 지원했던 요세프2세의 사망후 어려워진 모짜르트의 친구이자 후원자가 됩니다.
마술피리의 1791년 초연에서 파파게노 역을 맡아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1984년에 이 영화가 만들어 졌으니 벌써 30년 가까이 됩니다.
처음 이 영화를 보고 모짜르트의 저 웃음소리에 엄청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니... 우리의 모짜르트가 저런 웃음을....
그런데 실제로 모짜르트의 웃음소리는 저랬답니다. 어떤 글에선가 그 시대의 기록에 의하면 '쟁반에 쇠구슬 굴러가는
소리가 났다' 고 적어놓은 걸 본 것 같습니다.
(해설)SEQUENTIA(연송)는 6곡으로 나누어지며 첫 곡이 이 곡이다. 앞 곡이 상당히 의미심장한 종결을 맺음으로써
이 곡에서 경외감이나 전율감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다.
강렬한 투티와 추진력 있는 템포를 바탕으로 격렬한 감정을 유감없이 표현한다. 특히 소프라노, 알토, 테너의 "Dies irae"와 베이스의 "Quantus tremor" 가 서로 반복되면서 나타나는 부분은 매우 뚜렷한 인상을 심어준다.
베이스의 효과는 그 가사처럼 두려움을 느낄 정도이다.
마지막까지 현의 치열한 연주도 극적 효과의 상승에 큰 보탬이 된다.
Dies irae, dies illa 진노와 심판의 날이 임하면
Quantus tremor est futurus 하늘과 땅이 모두 재가 되리라
3) Rex Tremendae(두려운 왕이시여)
피폐해져 가는 모짜르트를 걱정하던 콘스탄체는 울분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이에 짜증이 난 모짜르트는 콘스탄체에게
'가서 잠이나 자!(Go back to bed!)라는 말을 던지는 데, 이 때 나오기 시작하는 음악이 이 곡이다.
장대하게 뻗쳐나가는 오케스트라의 서주를 받아 합창이 비통하게 Rex!를 외친다.
콘스탄체의 눈물과 위로에 모짜르트는 다시 곡을 쓰기 시작하지만 콘스탄체가 옆에서 잠이 들자 술병을 들고 잠옷바람으로 밖으로 놀러 나가 버린다.
모짜르트가 죽을 각오를 했나 봅니다. 아내에게 저런 말을 하는 걸 보니.....
아버지의 초상화가 또 등장하면서 모짜르트의 압박감을 표현합니다.
(해설)포르테로 시작되는 "Rex tremendae"는 그 뜻처럼 앞부분의 "Dies irae"와 이어지는 듯한 분위기이다.
처음 시작되는 부분의 합창은 당연히 강렬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salva me"에서는 역시 나를 도와달라는 의미처럼
애절한 분위기로 반전하게 된다. 특히 합창이 잦아들면서 더욱 간절히 도움을 바라는 심정으로 부르는 부분에서
감정의 정점에 도달한다.
Rex tremendae majestatis 위엄과 공포의 왕이시여
salva me, fons pietatis 그때에 우리를 도우소서, 자애의 샘이여
영화 OST와 칼 뵘의 연주 간에 속도차이가 많이 납니다.
영화에는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가 지휘한 곡이 삽입되었습니다.
칼 뵘의 이 연주는 전체적으로 느리면서도 길게 늘어뜨린 전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숭고한 마음이 들 때와 아주 편안할 때가 서로 공존하는 연주입니다. 그래서 처음 들으면 아주 편안하고 시간이
지나면 지극히 숭고한 마음까지 생기게 합니다. 근본적으로 뵘은 모짜르트가 부여한 이 곡의 성격 중 슬픔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한 번 끊겠습니다.
다음에는 정말 우리 기억에 많이 남는 장면, 병상에서 살리에리와 작업하는 장면과 마지막 모짜르트가
죽으면서 흘러나오는, 그가 다 완성하지 못한, 이 레퀴엠의 백미인 라크리모사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첫댓글 대학시절 보았었는데
많이 놀라며 보았던 기억이납니다.
좋은영화보며 음악에 푹~~~빠져 볼렵니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