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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고도 투어에서 6월에 출발하는 서티벳 대탐험.
오지여행의 백미로 한번 도전해 볼만한 코스입니다.
혹시 가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 지난해 랜드 쿠루져로 길 아닌 길인
신장공로를 달리며 티벳오지에서 경험한 여행담을 몇 자 적어봅니다.
탐사여행 일정은 라싸에서 시가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카일라스, 구게 왕국, 아리,
루트, 판공쵸, 둬마, 계산대판, 따홍류탄, 흑카대판, 예청, 카슈카르, 우루무치까지 이어지는 코스로 진행됐습니다.
사람이 거의 살 수 없는 가장 험하고 깊숙한 티벳고원의 무인지대를 가로지르고
곤륜산맥을 넘으며 3000km이상 달린 극한의 오지탐사여행이었습니다.
특히 신장공로는 해발4000m가 넘는 구간이 무려 915km, 5000m가 넘는 도로도
130km에 달하는 숨쉬기조차 힘든 구름 위로 난 하늘 길입니다.
11월부터 4월까지 천 길 벼랑의 험한 길과 혹한 등 악천후로 통행이 어려운 험로 중의
험로로 티벳고원의 한복판인 아리에서 곤륜산맥을 넘어 신강위구르 카슈카르까지 가는 군사도로입니다.
♡ ♡ ♡
"느림, 여유,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
한가지 씩만 생각하며 단순하게 살자"
여러번의 티벳여행에서 얻은 선물이자 나의 생활철학의 일부이다.
티벳은 가면 갈수록 더 가고 싶어지는 매력적인 여행지이다.
알려할수록 알수가 없는 신비로움이 배어 나오는 곳이다.
티벳인의 삶의 중심에는 자연과 신이 자리잡고 있다.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티벳인 들은 불교가 생활의 일부이고 생활자체가 신앙이다.
마니차를 돌리고 코라를 돌고 옴마니반메훔을 암송하는 것으로 하루일과가
시작되고 끝맺어진다.
티벳인들의 느림에서 오는 여유와 평온, 때묻지 않은 순수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이라는 넉넉한 포기,
아니면 살아남기 위해 척박한 자연환경에 순응, 동화되면서 축적된 자연성,
티벳불교의 심오한 불심......?
아무튼 빠름과 편안함, 영악함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티벳인들의 신실하고 투박한 삶은
우매해 보일 정도로 낯설다.
그러면서도 마음에 미묘한 울림이 오면서 신비와 관심의 대상으로 다가온다.
느림이 결코 느리지 않고 빠름이 빠르지 않다는 작은 진리를 티벳여행을 자주하면서
어렴풋이나마 몸으로 느끼게 된다.
빠름, 서두름, 성급함에 길들여진채 배려없는 조바심 속에 숨가쁘게 달려온 나,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인가.
나라는 존재가 시간에 떠밀려 흘러가는 한낱 미물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느림이 얼마나 삶에 여유와 행복감을 안겨주는지, 세상을 천천히 바라보면서 갖게되는
넉넉함이 마음자리를 얼마나 넓혀주는지....
그동안 마음의 눈에 보이지 않던 또 다른 세상을 볼수있게 하는 자각이 철들지 않은 나의 마음에
아주 작은 충격으로 전해온다.
5m의 꽃길은 자동차로 달리는 사람에게는 그냥 스쳐지나가는 한점에 불과하다.
하지만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에게는 꽃 향기와 예쁜 색깔의 꽃잎을 음미하며
자연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꽃길이다.
티벳인 들의 모든 것을 초월하며 이타행을 행하는 신실한 불심.
그것은 삶과 죽음이 따로 따로가 아닌 하나의 유기적인 순환구조로
윤회한다는 불교적 종교관과 사생관에 기인하는 것 같다.
티벳 최고의 불교경전인 "바르도 퇴돌" 흔히 티벳판 "사자의 서"로 불리는 이책은 죽은 후
새로운 생으로 다시 태어날때 까지의 과정을 설명한 안내서이다.
"죽음을 배우면 삶을 알 수 있다"
살아서의 삶의 행태, 즉 업보와 공덕이 죽은 후 새로 태어날 삶의 형태를 좌우하고
결정한다는 것이 이 경전의 요지다.
오체투지나 고행, 기도의 생활화도 업보를 사하고 공덕을 쌓아
사후에 보다 나은 생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함이다.
한가지 씩만 생각하는 티벳인들의 단순함과 내세를 의식한 지극한 불심이
느림과 여유의 원천이 아닌가 싶다.
어리석어 보일 만치 신에 의존하며 순수성과 자연성을 간직한채 불교와 함께
살아가는 티벳인들.
척박함과 부족함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그들의 삶이 우리에게는 문화적 충격을 넘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한다.
내가 아는 지인은 티벳이 일부 서양학자들에 의해 너무 부풀려 잘못 알려 졌다고 강변한다.
티벳불교나 사상, 그들의 생활상이 실제 이상으로 신비화, 미화되어 과장되게
바깥세상에 알려졌다는 것이다.
그는 티벳불교가 독특한 면은 있지만 수 많은 종교 중의 하나에 불과하며 티벳민족도
단순, 우매하고 못배운 가난한 민족 그이상 이하도 아니라고 폄하한다.
이같은 생각은 중국 문화혁명 때 홍위병들이 독신에 생산활동을 하지 않는 티벳승려들을
노동자의 적으로 버러지보다도 못하다고 탄압한 발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서구 쪽에서 선, 명상 등 티벳불교의 사상과 수련방법이
크게 인기를 끌면서 서구인 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티벳은 지정학적인 특성 때문에 얼마전 까지만해도 알려지지않은, 접근하기 힘든,
알 수 없는 신비의 땅으로 인식돼온게 사실이다.
티벳은 1950년 이전만 해도 불교의 수장인 달라이 라마가 나라를
통치하는 유서깊은 은둔의 불교왕국이었다.
지금은 중국에 강제합병, 지도상에서 사라진 나라로 정체성에 많은 흠집이 나고 있지만...
특히 동티벳이라 일컫는 티벳동부의 캄과 암도지역 대부분이
1950년 중국의 무력점령 후 스촨, 윈난, 칭하이, 간쑤성에 강제합병, 편입되면서
티벳지명이 사라지며 잃어버리고 잊혀진 땅이 됐다.
중국에는 56개의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서장, 내몽고, 신장위그르자치구 등 소수민족의 자치구 들은 중국의 성장발전을 뒷받침하고
담보하는 자원의 보고이다.
1995년 중국통계연감에 따르면 한족이 중국인구의 91.5%를 차지하고 있지만 소수민족은
중국영토의 64.2%를 점하고 있다.
소수민족들이 살고있는 땅은 중국전체 초원의 89.6%, 숲의 37%, 목재자원의 49.7%,
물저장량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중국 국경선이 거의 대부분 소수민족들이 살고 있는 변경국경지역에 위치해 있다.
소수민족지역이 지정학적이나 전략적으로 중국의 안보와 직결돼 있다.
소수민족지역은 본토의 과밀인구를 이전 분산시킬 수 있는
새거주지로, 무궁무진한 자원의 보고로 중국의 미래 성장잠재력을
담보하고 있는 신세계나 마찬가지다.
또 중국 육류생산및 목축관련 생산의 50%이상이 신강, 티벳, 내몽고, 감숙 등 소수민족지역에서
공급되고 있다.
중국이 자국내 소수민족에게 우대정책과 함께 인권탄압, 대량학살 등 전세계의
지탄을 받으면서도 소수민족의 저항에 초강경 일변도로 나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인도 다람살라에 망명정부를 세우고 독립을 외치고 있는 티벳도 예외는 아니다.
서장(西藏)자치구 - 중국땅이 된 티벳의 새지명이다.
서쪽에 있는 숨겨진 보물창고라는 의미로 중국의 티벳에 대한 비중이나 생각이 어떠한지
자치구 이름에서 가늠해 볼 수 있다.
티벳은 신장위그루 자치구에 이어 중국에서 두번째로 큰 자치구로
자원, 외교 군사, 경제, 문화적으로도 중국의 보배덩어리 임에 틀림없다.
우라늄, 리듐, 붕사는 세계최대 매장량을 자랑하고 크롬철광과 구리광 등도 중국내 매장량 1위이다.
티벳을 여행하다 보면 문득 갈라파고스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갈라파고스는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독자적으로 진화한
갈라파고스 특유의 고유한 생태계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육지와의 빈번한 교류로 외부종이 유입되면서 면역력이 약한 고유종들이 멸종위기에 직면한다.
이같은 상황에 빗대어 갈라파고스 신드롬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티벳의 상황이 갈라파고스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접근하기 힘든 폐쇄적인 자연환경 속에 시간이 정지한 채 외부세계와 단절돼온 티벳.
자연지리, 종교 등 태생적인 여건들이 독자적이면서도 특이한 오늘의 티벳모습을 만들어 낸 것 같다.
특히 티벳의 전부라 할 수 있는 티벳불교는 전세계 어느나라 불교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티벳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티벳은 히말라야에 막혀 불교가 늦게 전래된다.
당시 인도에서 불교가 사라질 즈음 전래된 티벳의 후기불교는 중국, 동남아 등 다른지역과
교류가 되지 못하고 티벳에 갇혀 머무르며 후기불교의 원형이 그대로 보전된다.
여기에 토속종교인 뵌교나 힌두교와 이종교배 비슷한 섞임과 토착화를 격으며
독특한 티벳불교가 골격을 갖춘다.
특히 "밀교"라 불리는 탄트리즘은 여자와 술, 약물, 성적쾌락만 추구하며 주술의 힘에
의존하는 타락한 사교로 잘못 인식되고 있다.
밀교를 "깨달음에 이르는 빠른길에 대한 붓다의 가장 비밀스러운 가르침을 간직하고 있는
대승불교의 한 학파"로 보는 견해도 있다.
밀교라는 말은 계율적 종파적 결속보다는 스승과 제자의 은밀한 사적인 직계전승에
중점을 둔데서 생긴 용어이다.
티벳 속담에 "매 10리마다 하늘이 다르다. 각각의 라마는 나름의 가르치는 방식이 다르고
각각의 지역은 나름의 말하는 방식이 있다"
밀교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말이다.
티벳불교는 중국, 한국, 일본 불교와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동양삼국의 불교는 성불이라는 말로 자기완성을 목표로 삼는다.
이에 비해 티벳불교는 고행같은 기도수행을 통해 남을 위한 보시와 공덕을 쌓을뿐
결코 스스로를 위하여 열반을 추구하지 않는다.
즉 티벳불교의 출가나 수행의 목적이 혼자 깨달아 윤회에서 벗어나려는데 있지 않고
한 영혼을 가지고 수 없이 윤회하면서 전생에 못다한 원력을 성취하려는데 있다.
첫댓글 드디어 고대하던 여행기를 시작하셨군요...
이 여행기 탈고하시면서 또 다른 느낌의 동티벳 여행을 이어가시겠군요...
저 역시 이런 사진 보면 가슴이 마구 마구 뜁니다...
티벳의 종교문제, 정치적인 문제 등은 너무 복잡하게 얽힌 게 많아서 쉽게
논점을 찾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암튼 앞으로 펼쳐질 여행기가 너무 기대됩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04.07 13:10
가보구 싶지만 마음뿐인 그곳~~~
멋진 글과 사진으로 대리 만족 하겠습니다...
글과 사진 잘 읽었습니다. 읽고 보니 언젠가 달라이라마가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 문화를 존중해주길 바란다. 지구상에 이런 문화 하나 존재하는 것이 어떠한가?' 라는 말씀을 한게 떠오릅니다. 깊은 사유에서 우러나온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귀중한 글과 사진으로 한번 더 티벳을 바라보았습니다.
죽음이 두렵긴 하지만, 죽음이 있기에 이 삶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올 겁니다..
정말 어메이징하단 말 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네요. 고맙습니다. 잘보겠습니다^^ _()_ _()_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