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저자가 24살인 1973년에 쓴 "The Spectrum of Consciousness"를 일반인을 위해 요약해서 만든 책이다. 원저는 많은 출판사에서 출판을 거절하여 4년 뒤에 겨우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Star Wars의 작가 George Lucas같은 스토리이다. 한마디로 놀라운 것은, 내가 70년대 고등학교/대학교 생활을 하면서 많은 정신적 갈등을 겪던 시절에, 비슷한 연령의 저자는, 이미 엄청난 작업을 통해 세상을 통합해 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더욱 당황스런 것은, 나는 30년이 지난 이제서야 이 내용을 접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처음 의학공부를 시작했으나, 과학이 제시하는 것에 한계를 느끼고, 노자의 도덕경과 불교사상에 심취했으며, 나중에 생물학과 화학을 전공했다. 그는 미국 서부에서 큰 문화사조로 등장한 New Age의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New Age Movement에 많은 비평을 하고 있다고 한다. ‘무경계’ 이후의 주 작업은 심리학/철학/신비학/생태학/영적진화 들을 통합한 Integral Movement가 주제이다. 그가 최근(2001년)에 완성했다는 Theory of Everything (모든것의 이론. 경제, 정치, 과학, 영성에 대한 통합적인 비전)이 무척 궁금해진다.
저자는 첫 장에서, 무지개의 7가지 색을 분리 정돈하듯이, 물질로부터 육체, 정신, 과학, 심리학, 철학, 종교를 망라하는 의식세계의 스팩트럼을 딱 제시해 놓았다. 그리고 우리들의 의식의 성장은, 이 각각의 영역들에 존재하는 이쪽과 저쪽의 경계선이 실제가 없는 허구임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며 결국, 시간도 공간도 없는 궁극적 우주의식 - 하나의 통합된 의식으로의 환원이 인간이 회복해야 할 궁극임을 못박았다. 책의 반 정도는 경계선이라는 것이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경계선이 본래 없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우리가 처한 상황이 어떠한지를 설명하며, 나머지 장들은 그 각 영역들[편협적자기(Persona), 자아(Ego), 총체적 유기조직체(Total Organism), 하나 의식(Unity Consciousness)]을 설명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실재의 심리적 치유과정과 그 테크닉들을 설명 하는데 할당되고 있다. 나는 이 과정에서 나의 심리적 기제들이 어떻게 교묘히 작용하고 있는가를 선명하게 보는 데 도움을 받고 있다.
이 책에서 발견하는 놀라운 것은 저자의 대담성이다. 나는 심리학의 식견이 없지만, 프로이드, 융, 이래로 이룩한 엄청난 현대 심리학의 체제, 현대과학이 이룩한 엄청난 지식영역, 그리고 기술의 눈부신 업적, 그리고 동서고금의 모든 종교와 문화를 통 털어서 확신을 가지고, 한마디로 일체유심조 식의 결론을 내린다는 것은, 서양에 기반을 둔 사람이 하리라 상상하지 못 한 일이었다. 동양의 대가도 감히 세계에다 대고 직설적으로 하지 못할 것이라 여기고 있었던 탓이다. 그런데 저자는 단순히 하나의 제시나, 가설로서가 아니라, 확신에 찬 의식으로 요약 정리하고, 딱 눈앞에 제시해 준 것이다. 온 몸에 전율이 들 정도로 내 의식을 세척하다시피 하였다.
이 책에는 서양의 것 보다는 동양의 것이 더 바탕에 깔려 있다고 믿어진다. 설명의 소재로 삼은 것이 기독교적인 것도 물론 많으나, 동양의 도교와, 선, 인도의 힌두사상과 불교사상에 관한 것이 훨씬 더 많다. 마지막 장의 결론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불교의 사홍서원 같은 느낌을 주는 두 가지 명제를 발견했을 때는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존재들(중생)이 가없이 많더라도 다 자유롭게 하오리다. 진리가 비할 바가 없더라도 진정코 그것을 실현하리…”
마지막으로, 뒷 편에 저자가 많은 페이지를 할당하여 이야기한 부분. 우리는 이미 완전에 도달해 있다. 아니 한번도, 완전하지 아니한 적이 없다. 영어로 이야기하는 Honsho-myoshu가 本覺妙修[본각(우리는 본래 깨달아 있다는 말)이 바로 묘한 수행이다]를 의미할 것이라 믿는다. 틀리면 누가 이야기 해주기 바란다(다른 심리학적 용어들도 내 나름대로 해석했을 뿐이다).
우리가 어느 의식의 영역에 머무르고 있던, 경계(Boundary)는 없다. 경계선은 나를 만들고 필연적으로 남을 만든다. 파는 행위와 사는 행위는 하나의 행위이며 한 번도 두 가지 행위인 적은 없었다. 인간이 긴 진화과정을 거치는 동안, 편의성을 위해 만들어진 도구에 인간스스로가 갇힌 것이 낙원에서의 추방이었다(2장 참조). 하지만 우리는 추방된 적이 없다. 우리가 추방되었다고 생각하며 쌓아온 문명이 바로 현재 인류가 앓고 있는 병이다. 그 병은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그 병이 본래 없음을 앎으로써 즉각 본래로 돌아간다. 本覺妙修, 이것이 이런 영성의 거장들이 한결 같이 주는 메세지이다. 감사하다.
첫댓글 여러분들, 특히 미송님, 내가 이글을 다른 데다가 투고를 할 예정이오니, 잘 비평해 주세요. 나는 글이나 말을 할때에, 어떨때는 혼자 심취하여 도에 지나친 표현을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변에서 말려 주셔야 합니다.
역시나 미송님께서 잘 도움을 주셨습니다. 곳곳의 문구/마춤법과 마지막 문단의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을 수정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