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개요
- 산행코스 : 밤재-별뫼산-깃대봉-장군봉-장산봉-서기산-큰각시봉-계라리고개
- 산행일행 : 단독산행
- 산행거리 : 도상거리 22km, 실제거리 27Km, 접속 1.4km
- 산행일시 : 2024년 7월 23일(화) 08:35~20:00(11시간 25분)
★ 기록들
목포에서 500번 시내버스에 이어 독천터미널에서 군내버스를 탄 후 묵동마을 입구에 하차했다. 1.4km 떨어진 밤재까지 걸어가면서 별뫼산을 쳐다보니 정상에는 혹부리 영감의 물혹처럼 생긴 커다른 바위가 자리하고 있다. 화물차 차고지를 옆에두고 한때 축사로 사용하다가 공장으로 개조하느라 공사중인 사잇길로 외줄타기하듯 지나가야 했다. 별뫼산 오름길은 처음부터 된비알이다. 해는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고온다습한 날씨라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것처럼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땀을 식히기 위해 재전마을에서 올라오는 암봉삼거리 넓은 바위에 앉았지만 오래 있을 수가 없다. 모기떼와 날파리가 단체로 나를 환영하듯 몰려들었다. 들머리에서 별뫼산에 터치다운하기까지는 1시간이나 소요되었다. 별뫼산(성산)은 흑석지맥이 분기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 지점부터 땅끝기맥은 영산강과는 무관하게 품은 물을 온전하게 바다로 보내게 된다. 땅끝기맥이 종료되면 가장 먼저 흑석지맥을 답사하고 싶다.
동백나무 숲길을 따라 내려서자 13 국도에 아치모양의 공룡이 해남과 강진의 경계를 지키고 있다. 차량 통행이 뜸한 틈을 이용해서 중앙분리대를 월장하여 숲속으로 들어갔다. 마루금은 조형목 재배지를 옆에 두고 제안고개로 안내했다(10:27). 늘씬하게 쭉쭉 뻣은 서양미녀같은 삼나무숲은 얼마가지 못하고 대나무가 주변 산지를 잠식하고 있는 정골재에 이르렀다. 신주마을 몇가구가 보이고 빼옥한 대나무 숲에는 여러갈래로 밟고 지난간 흔적이 있었다. 위치를 확인하려고 잠시 서있기라도 하면 모기떼가 새카맣게 달려들었다. 할 수없이 정상까지는 가시덤불을 헤치고서라도 돌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덕분에 몸 여기저기에 생채기를 내고 시간은 많이 지체되었다.
어렵사리 도착한 깃대봉은 사위가 꽉 막혀있고, 깃대봉(315m)이라고 표기한 무영객님 시그널을 보고서야 정상임을 알 수 있었다(11:50). 그래도 깃대봉은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다. 깃대봉에 이르기 전까지 왼쪽편으로는 탐진강의 울타리 역할을 했지만 이 지점부터는 완전하게 독립하여 모든 물을 바다로 흘려보내게 된다. 내려서면서 아무렇게나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했다. 물을 넉넉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지난구간과 달리 물소비가 많아지면서 후반에는 물이 부족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우형님 시그널이 남아있는 장군봉(335m)을 넘어서자 임도가 마루금을 좌우로 가르면서 지나갔다. 밧줄을 잡고 올라선 곳에는 아무도 없는 산불감시초소가 위치해있다. 초소 안에는 물이 가득한 물병 네개가 보였다. 염치불구하고 창문을 열어 물병을 꺼냈다. 얼음만 남은 물주머니에 물을 채워넣었고, 나머지도 얼린커피와 미숫가루에도 넣자 네병 모두 비워졌다. 의도치않게 식수를 주신 산불감시인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시했다. 아마 나중에 산불감시인이 올라왔을 때는 너무 물이 오래되어 버려야하기 때문에 필요한 사람이 썼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겠다.
14시 10분 담재를 넘어서자 길은 확실하게 뚜렷해지면서 마루금을 놓칠 일은 없을 것 같다. 14시 33분 328봉을 넘어서 15시 16분 장산봉(356.4m)에 이르렀다. 장산봉에는 현우형님 시그널이 달려있었지만 무슨 글자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다 지워져 있었다. 바닥에 앉아 과일과 떡을 먹고 일어나는 순간 전기에 감전된 듯한 통증이 전해진다. 처음에는 땅벌이 쏘는게 아닌가 싶었다. 종아리에 물파스를 바르고 5분 정도 지나자 진정되었다. 조금 지나자 무릎에 이어 허벅지, 그리고 팔목까지 뭔가에 물리거나 쐰것 같은 통증이 시간차로 발생했다. 정체는 불분명했지만 맞는 순간은 통증은 극심해도 물파스를 바르면 통증이 사라지고 후유증도 없었다. 상비약으로 준비한 물파스때문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어 다행이다.
350봉에 이를 무렵 마루금에 왠 노인이 커다란 낫을 옆에 두고 쉬고 있었다. 서로를 보며 모두 놀라워했다. 그분도 이곳에서 사람을 만날 것이라 생각지 못한 상황이었다. 강진 서산리에 거주하는 분인데 선산에 왔다가 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잔등으로만 다니라고 했다. 잔등이 뭘까 생각해보니 능선이라는 의미겠다.
서기산 오름길은 진을 다 빠지게 했다. 355봉에서 봤을 때 341봉이 서기봉이라고 생각했지만 그후에도 여러번 등락을 반복하면서 꽤 많은 시간이 지나서야 서기산 정상에 이를 수 있었다(16:53). 자리를 펴서 맥주를 꺼내 다 비우고 준비한 떡을 먹었다. 약 8km 떨어진 계라리 고개에 오후 8시까지 도착하려면 1시간에 3km를 주행해야 해서 에너지를 충전해야 했다. 400봉까지는 내리막이고 흙길이라 꽤 스피디하게 내려올 수 있었지만 그 다음부터는 암봉이 이어지면서 생각처럼 시간단축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만덕산 줄기와 그 주변 풍광을 감상할 수는 있었다. 366봉을 지나 352봉도 수월하게 넘어섰다. 돌축대가 있는 것으로 봐서 석성의 흔적이 아직 남아있다. 서기산부터는 담장위를 걷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좌우로 바다가 가까이 있고 능선 그자체만으로도 자연성벽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6시 33분 삼각점이 있는 283봉에 도착했다. 헬기장을 지나자 이번에는 임도로 떨어졌다. 방향을 보니 임도가 마루금과 만나는 지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일단 시간단축을 위해 임도로 진행을 했다. 안타깝게도 두번의 산능선을 지나쳤지만 마루금과는 만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감나무 농장이 있는 삼거리에서 방향을 틀어 251봉을 오르기 위해 간벌지로 향했다. 오후 7시라 해는 떨어졌고 마루금에 복귀하다가 자칫 가시덤불에 갇히면 어둠속에서 헤맬 수 있다는 우려를 했다. 그러나 얼마남지 않았기 때문에 마루금은 밟고 가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기로 했다. 급경사 간벌지에 올라서자 잡목이 방해를 했지만 가시덤불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취침 준비를 하고 있던 염소 두마리가 나를 발견하고 황급하게 도망을 갔다.
7시 30분 251봉에 안착하면서 안도를 했다. 1.7km 떨어진 목적지까지는 길이 훤하게 열려있어 속보로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없었고, 8시 정각 생태이동통로가 있는 계라리 고개에 계획한대로 도착할 수 있었다.
바로 카카오택시를 불렀지만 계라리고개를 못찾다가 20분이 지나 투덜대면서 도착했지만, 강진터미널에서 영산포행 8시 40분 마지막 버스를 타는데는 지장이 없었다. 목포행 시외버스는 19시 5분이 마지막 차였다. 대폭 노선이 축소되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한 접속과 귀가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번 구간은 생각지도 않게 엄청난 양의 영지버섯을 땄다. 두고두고 다려먹을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