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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52 - 도전 1
S#1. 전자과 건물 앞
만수, 놀라운 기사라도 읽고있는지 신문에 코를 박다시피 해서 걸어온다.
계속 허어 참.. 이럴 수가.. 햐아.... 감탄사를 내뱉으며...
S#2. 이교수 랩
명환, 중희, 정태, 각자 작업하는 중인데 만수, 신문 펼쳐든 채 들어오며.
만수 : (흥분해서) 이 기사 읽었어요? 예? 이거 읽어보셨냐구.
중희 : 왜, 또 어떤 연예인이 결혼발표라도 했대?
만수 : 하여튼 사람은 자기 수준 만큼 세상을 보게 되있다니까. 유성찬 선배 알죠? 그 선배가 코스닥에 상장을 했는데
하자마자 천억대 부자가 됐대요. 천 어억대.
중희 : 설마.
만수 : 자 봐요 봐.
중희 : (만수가 들이밀어 주는 신문 읽기 시작하고)
만수 : 천억이면 대체 공이 몇개 붙는거냐. 일심백천만십만...
중희 : (신문 읽으며) 이야 이선배 학부때부터 창업에 목숨걸더니 기어이 빛을 보는구나.
명환 : (그때까지 하던 일 계속하다가 돌아서며) 오늘 프로젝트 중간평가 있는건 알구들 있겠지? 준비상황 보고해봐. 정만수부터.
만수 : 아이구 선배님. 지금 중간평가가 문젭니까. 이게 천억인데...
명환 : 그럼 뭐가 문젠데.
만수 : 명환선밴 자극도 안받아요? 남들은 벤처해서 부자되고 신문에 나고 난리가 났는데.
명환 : 그래서. 지금 당장 창업이라도 하자는거야?
만수 : 할 수만 있다면야 하면 좋죠 뭐. 해요.
중희 : 아이템은 있고?
만수 : 그것만 문제라니깐요. 아이템이 없대는거.
명환 : 아이템만 있다고 되는건줄 알아? 벤처정신이 있는 사람이 해야하는게 벤처야. 정만수 너 벤처정신이 뭔지나 아냐.
만수 : 선밴 아십니까?
명환 : 모르니까 이렇게 열심히 연구만하잖아.
S#3. 센터 내 복도
석우 혼자 걸어오다가 멈춘다. 멈춘채 뒤돌아보진 않고 싱긋 웃는다. 이내 경직된 목소리로.
석우 : 어서 나와.
석우 뒤에는 아무도 없다.
석우 : (뒤돌아보며 텅빈 복도를 향해) 지금 나오면 데려가고 아님 진짜 안데려간다.
그제서야 복도 어딘가에 숨어있던 경진의 얼굴이 삐죽이 나타난다. 활짝 웃는 경진.
S#4. 센터 1층
석우와 경진이 걸어온다.
석우 : 벤처사무실은 저번 시무식때 구경했잖아.
경진 : 오늘은 외국바이어가 오는 특별한 날 아닙니까. 우리별만 만들던 우리 선배님들이 사업은 어떻게 하시는지
혹시 이 경진이의 도움이 필요한건 없으신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죠.
석우 : 어제 끝내기로 한 데이터 정리 아직도 붙들구 있지?
경진 : 그럴걸요?
석우 : 이렇게 사방에 쫓아다니니 끝낼 리가 있나.
맞은편에서 민재가 온다.
민재 : 신호기 회로설계 프로그램 끝냈는데요
석우 : 벌써? 수고했다. 내가 지금 미팅 들어가니까 (손목시계 보며) 세시간 후 쯤 만나서 얘기하자.
민재 : 네. 이제 전 무슨 일을 하면 되는거죠?
석우 : 쉬어. 그게 니가 할일이야. 보나마나 밤샜을텐데.
민재 : 필터를 어떤걸로 할까 고민하다가 일단 액티브 필터로 설계했거든요. 택티브 필터로도 한번 더 짜볼까요?
석우 : 들었지? 민경진. 니네 둘은 몇년된 친구라면서 어떻게 이렇게 틀리냐. 한놈은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고 한놈은 자리를 뜰줄 모르고.
차라리 둘이 연앨 해보는게 어때? 연애하면 서로 닮아간대매. 서로 반반씩만 닮도록해봐.
석우 벤처사무실 문을 밀고 들어간다.
남은 민재, 경진.
민재 : (언뜻 할말이 없어서) 저기가 연구원 선배들이 창업했다는 벤처사무실이냐.
경진 : 시무식때 너도 와봤었잖아.
민재 : ..그랬었나.
경진 : 지구인들은 사업을 어떻게 하는가 구경하러 갈건데 같이 들어갈래?
민재 : 난 별루 관심없어.
경진 : 그래 그럼..
경진 사무실로 들어간다. 이내 다시 얼굴만 내밀고.
경진 : 아이쿠 잊을뻔 했네. 내가 일생일대의 소원이 하나 있는데 혹시 들어줄 수 있을까?
민재 : (어이그해서 보다가) 뭔데.
경진 : (헤에 웃는)
S#5. 도서관 서가
민재, 서가에서 메모지를 보며 책들을 고른다.
저쪽에서 정태가 지나다가 민재를 보고 이쪽으로 총총히 온다. 정태는 며칠 밤을 새운듯 보이는 초췌한 상태.
소매를 겉어붙인 손에는 종이 뭉치와 서적들이 어지럽게 들고있고...
정태 : 어이 이민재. 이거 얼마만이냐.
민재 : 니가 3일째 외박했으니 3일만이지. 많이 바쁘냐.
정태 : 바쁘다는 생각을 할 시간도 없다.
민재 : 석사 1년찬데 너라고 별수 있겠어. 오늘도 못들어와?
정태 : 아마도. 이제는 이교수님이 이교수님으로 안보인다.
민재 : 그럼?
정태 : 이교수의 탈을 쓴 마녀. 또는 퀸 에이리언. (민재 손에 들인 책을 보고) 센타 일 하는데 물리학공부도 해야돼?
민재 : 누군가의 일생일대 소원을 들어주고 있는 중이야.
정태 : 민경진이구만. 그래서 니들은 화해를 한거야? 쌈을 한 것도 못 봤지만. (민재 툭 치고 가며) 살아서 재회하자.
S#6. 캠퍼스
민재, 책뭉치를 안고 걸어오는데 맞은편에서 나타나는 용만. (낡은 양복. 삐뚤어진 넥타이. 십년만에 양복을 차려입은 듯한 상태)
용만 : 저어기.. 카이스트 학생이죠?
민재 : 예 그런데요.
용만 : 카이스트에서 실험장비 빌려준다는게 사실인가?
민재 : 빌려주는건 아니구요 이용하실 순 있을걸요?
용만 : 그거 쓸려면 어디로 가야되죠?
민재 : 교육지원동 건물일걸요 아마.
용만 : 그건 또 어딘데?
민재 : (가르쳐주려고 손을 들어 방향을 가르키다가 용만을 다시 돌아본다)
S#7. 교육지원동 건물 1층
만재가 용만을 데리고 온다. 두리번 거리며 따라오는 용만.
민재 : 저기가 교육지원팀 사무실이거든요. 들어가셔서 신청서를 작성하시면 될거에요.
용만 : 고마워요 학생.
민재 : 그럼 가보겠습니다.
용만 : 이름이...?
민재 : 이민잽니다. 전자과구요.
용만 : 아아.. (어수룩하니 웃어보이는)
민재, 고개 숙여보이고 걸어나오다가 슬그머니 돌아본다.
용만은 옷깃을 부지런히 다잡으며 조심스레 노크를 하고 있다.
S#8. 지원팀 사무실
각종의 공동 실험장비들과 사무실이 겸용된 공간. 신청서를 작성중인 용만.
용만 : (신청서를 직원에게 내밀며) 여기 다 썼는데요.
직원 : (신청서를 보더니) 이건 대여할 수 없는 장빈데요.
용만 : 여기 오면 빌려 쓸수 있대던데요.
직원 : 이런 첨단 장비는 여긴 없어요. 과에 직접 의뢰하세요. 이쪽에 아는 교수님 없으세요?
S#9. 박교수 랩
남희, 지원, 작업중이다. 남희 일을 하다가 지원의 눈치를 보고..
남희 : 어쨌든 다시 같이 일하게 되서 난 좋다 얘.
지원 : 네..
남희 : 우리 랩으로 배정받아서 서운했니?
지원 : 서운해한다고 상황이 바뀌는건 아니잖아요.
남희 : 어유.. 빈말이라도 아니라고 잘됐다고 해주면 좋잖니.
지원 : (웃는데)
소리 : (노크소리..)
남희 : 네.
진수가 들어온다.
남희 : 난 또 누구라구. 새삼스레 노크하구 들어올건 뭐니.
진수 : 저 이제 여기 랩식구 아니잖아요. 노크 정돈 해야죠.
남희 : 너도 참 힘들게 산다. 니들 보는 나도 힘들어.
진수 : 앞으로 두시간 동안 랩 스케쥴 있어요?
남희 : 아니. 왜?
진수 : 제가 지원선배 시간이 좀 필요해서요.
지원 : (진수를 본다)
S#10. 센터 랩
PC 모니터에 떠있는 회로설계 프로그램 시뮬레이션. 석우와 민재가 모니터를 보며.
석우 : 액티브 필터가 성능이야 좋지. 하지만 회로도가 복잡하니까 신뢰성은 좀 떨어져.
자막 (액티브 필터 : )
민재 : 하지만 택티브 필터로 하면 힘이 약하잖아요.
자막 (택티브 필터 : )
석우 : 이민재.
민재 : 예.
석우 : 우리가 지금 로봇 축구 시합하는 줄 아냐. 너 지금 공격수 만들고 있는거야?
민재 : (찔끔)
석우 : 인공위성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뢰성이야. 한치의 오차도 있음 안된다고. 성능이야 나중에 신호기에서 보완해주면 되는거고.
민재 : 예 알겠습니다.
석우 : 텍티브설계로 해서 회로설계 마무리하고.
민재 : 네.
전화 울린다.
민재 : (받고) XXXX랩입니다. ..어 나야 왜. .. 지금? (석우를 보면)
석우 : 얘기 끝났으니까 가 봐.
민재 : (수화기에) 알았어 지금 갈게. (끊고, 둘러보며) 근데.. 경진이 지금 어딨는지 아세요?
석우 : 그러고 보니 또 어디로 날랐네. 이 녀석 이거.. 눈에 띄기만 해봐.
S#11. 센타 앞
민재가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데 앞에 경진이 추운듯 종종걸음으로 오고있다.
민재 : (자전거 멈추고) 어디갔다 오냐.
경진 : 자전거 수리점. 오늘 내 별자리 운세가 새로운 일이 생긴다...였거든? 새로운 일이 대체 뭘까 기대했더니 고작 자전거가 고장나는
거였어. 김샜어. 허무했어. 넌 어디 가냐?
민재 : 진수가 동아리방에서 좀 보재서.
경진 : 갔다와.
민재 : 너도 오래.
경진 : 나도?
민재 : 어.
경진 : 왜?
민재 : 가보면 알겠지. 타라.
경진, 약간 머뭇대는데.
민재 : 타 얼른. 여기서 전자동까지 뛰어갈거야?
경진, 민재의 자전거 뒷자리에 오른다.
민재 : 꽉 잡어. 떨어지고 싶지 않음.
경진, 엄지와 집게손가락 끝으로만 민재의 옷자락을 잡는다.
민재, 경진의 손을 끌어다 자기 허리 감을듯 잡게 하고 자전거 출발시킨다.
S#12. 동아리방
테이블에 진수 지원이 앉아있다.
진수 : (복사해온 여러 부의 자료를 챙기며) 선배 1지망에 박교수님 랩 써넣었죠?
지원 : (복사물 하나 읽다가) 왜 그렇게 생각해?
진수 : 넘겨 짚어 보는 거에요. 왜 그랬어요? 전망을 고려했었잖아요.
지원 : ..바둑 둘 줄 아니?
진수 : 조금요.
지원 : 바둑을 둘 때 착수점을 어디에 두는가가 중요하잖아. 삼삼에 두면 실리는 있지만 세력을 넓히기는 어렵고
화점에 두면 당장은 불안해도 세력을 넓히긴 좋고.
진수 : 박교수님 랩이 화점이라고 생각한 거에요?
지원 : 글세.. 그렇게 믿고 싶다고 할까.
민재, 경진이 들어온다.
진수 : (일어서며) 이제 다 모였네요
경진 : 뭐야. 먹을 것도 없는데 왜 부른거야?
S#13. 동아리방 문 앞
지민이 오다가 출입문에 붙은 종이를 본다.
[2시 - 3시까지 회의중. 관계자 외 출입 자제 요함]이라고 쓰여진 종이.
지민, 갸웃..혼자 서서 나 관계자? 아니? 중얼대다가... 이내 궁금해지며 귀를 문에다 붙인다.
S#14. 동아리방
진수가 로봇축구 경기판 옆에 서서 설명하는 중이고 테이블에 민재, 경진, 지원이 앉아서 보고있다.
진수 : (경기판안에 여섯개의 로봇을 배치하며) 지금의 로봇축구 경기장에 로봇을 넣어요. 한팀에 세대가 되겠죠. (위치 손으로 가리키며)
각각의 로봇을 조종하는 조이스틱이 경기장 끝에 달려있어요. 500원을 게임기에 넣으면 일정시간동안 조이스틱으로 로봇을
조종할 수 있어요. 경기장 옆에 설치된 전광판에서 득점 상황도 볼 수 있구요.
경진 : 지금 니가 하구있는 말이 현실가능한거니.
진수 : 그건 지금부터 타진해봐야 되는 거구요. 생각만으로는 이 로봇축구게임기를 전국 게임방에만 설치해도 큰 사업이 될거에요.
민재 : (기분좋은 제안이 아니다) 그러니까 지금..로봇축구를 이용해서 돈..을 벌자고?
진수 : 네.
지원 : 시제품 만드는덴 얼마나 걸릴거 같니.
진수 : 3개월 정도로 예상하고있어요.
지원 : 자금 계획은?
진수 : 게임기 한대당 순수재료비만 본다면 6백만원 정도 필요해요. 실제사업을 하려면 열셋트 기준 5천만원 정도가 되겠지만.
경진 : 그 많은 돈을 어떻게 구해?
진수 : 엔젤을 잡아야죠. 그동안 개인적으로 접촉해봤거든요. 가능성 있는 데가 몇군데 있어요.
(그때까지 표정없이 말없이 앉아있는 민재에게) 민재형 생각은 어때요?
민재 : (마음이 안좋다) 글쎄...난 창업쪽으론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 계속 얘기들 해봐. 난 좀 더 생각해보고.
진수 : 경진선배는요?
경진 : 나? 음...좀 갑작스럽네. 워낙 지금 내가 걸쳐놓고 있는 일이 많아서 말이지..
진수 : 지원선배는 어때요.
지원 : 이런 건 앉은 자리에서 듣자마자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민재 : 질문이 하나 있는데.
진수 : 예.
민재 : 어째서 우리 넷이지? 다른 애들은? 프로그램으로 치면 정태나 마이클이 낫고, 시제품으로 만들려면 대욱이가 있어야 되는 거 아냐?
진수 : 이건 친목단체가 아니니까요. 사람이 많아봐야 지분문제만 골치 아파질 거구요.
민재 : (잠시 진수를 본다)
진수 : (똑바로 민재를 보며) 정태선배는 조직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구요.
대욱이보다는 민재선배가 훨씬 낫다고 생각했는데요.
민재 : (보다가 좀 웃더니 일어선다) 아마 나도 조직에는 어울리지 않나 보다. 난 하다만 일이 있어서 먼저 간다.
민재, 문쪽으로 간다.
진수, 예상했던 일이다. 나가는 민재를 본다.
S#15. 동아리방 문 앞
지민이 문가에 귀를 붙이고 있다가 벌컥 문이 열리자 얼른 떨어진다.
민재, 지민이가 안보이는 사람처럼 그냥 지민을 지나서 가버린다.
이어 따라나온 경진이 지민을 보더니..
경진 : 지민아.
지민 : 엉?
경진 : 아무리 입밖에 없는 민경진이두 할말과 안할말은 가릴 줄 안단다.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
지민 : 그럼.. 알어. 할말. 못할 말.
S#16. 동아리방
진수 : (지원에게 서류 하나를 건네준다) 계약서예요. 창업 멤버가 네명일 경우 지분은 25프로씩 갖는거에요.
수정했으면 하는 사항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지원 : 검토는 해볼게. 하는데..
진수 : 그런데요?
지원 : 너 벤처경영론 과목 들은 거 에이뿔이었지?
진수 : 그랬어요. 왜요?
지원 : 아니 그냥 물어봤어. (자료 챙겨들고 일어서는)
진수 : 먼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잡으라는 말을 하고 싶은거죠?
지원 : 글세..
진수 : 필요하다면 해보죠.
지원 : (그렇게 말하는 진수를 보는)
S#17. 동 건물 자전거주차장
걸어나오는 민재를 따라오는 경진.
경진 : 아이템 좋던데. 왜그래?
민재 : 어. 좋아. 진수가 준비도 열심히 한 거 같고.
경진 : 근데 뭐가 문제야.
민재 : 문제 없어.
경진 : 로봇축구 이용해서 돈 버는게 싫으니?
민재 : 연구도 하고 돈도 벌 수 있음 좋지.
경진 : 아하 그럼 역시 진수의 태도가 맘에 안드는 거군. 어이 민재군. 언제까지 어린애같은 순수함으로 버틸 수는 없어.
이제 우리는 살벌하고 냉혹한 사회인 연습을 해야 된다구.
민재 : (자전거 끌어내며) 살벌하고 냉혹하게 되는 것도 연습을 해야 된다구?
민재 웃고, 자건거를 출발시키려는데.
경진 : 이민재.
민재 : (멈추고 귀찮은듯) 왜애.
경진 : 나두 태우구 가야지. 여기서 센타까지 뛰어가란 말야?
S#18. 공장동
작업중인 대욱 옆에서 지민이 붙어앉아 얘기중이다.
지민 : 진짜야. 진수오빠가 창업선언을 했대니까? 민재오빠랑 지원, 경진이 언니한테 같이 하자고 하는걸 직접 들었다구. 진짜래두.
민재오빤 싫다구 나가버리구 그래서 경진언니가...
대욱 : (자르고, 웃긴다는듯) 제발 좀 그만하구 가라.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정진수 하는 일을 내가 모를리 있냐?
지민 : 지금 모르구있잖아.
대욱 : 임마. 진수가 무슨 일을 저지르는데 날 빼놓을 이유가 없잖아.
지민 : 그 이유는 말 못하지.
대욱 : 뭐야?
지민 : 사람은 할 말과 안할 말을 가릴 줄 알아야 되니까. 그니까 난 말 못한다구.
S#19. 전산과 건물 앞
진수 오다가 멈춘다. 저앞에 서있는 대욱의 옆모습이 보인다.
대욱, 이쪽을 본다. 진수를 보고 기분좋게 다가온다.
S#20. 건물 내
진수 대욱이 같이 걸어오며.
대욱 : 역시 언젠간 터뜨릴 줄 알았어. 비젼보드로 창업해서 크게 한탕 해보는게 우리꿈 아니었냐.
진수 : 비젼보드 아냐.
대욱 : 뭐?
진수 : 아이템이 비젼보드가 아니라고.
대욱 : 그래? 그럼 뭘로 할건데? 왜 그동안 나한텐 한마디도 안했어?
진수 : (멈춰서더니) 대욱아.
대욱 : 어.
진수 : 사람들 관계는 각각 특성이 있는거 같애. 친구로 어울리는 관계가 있고, 사업파트너로 어울리는 관계가 있고말야.
대욱 : 그야 그렇지. 그럼 창업멤버로 누굴 생각하고 있는데? 하긴 우리 둘이서만 하기엔 좀 벅차기도 할거야.
진수 : 너와 난 친구로 더 어울려.
대욱 : .... (한방 맞은 느낌이다)
진수 : 내뜻을 오해하진 말았음 좋겠다. 여전히 나한텐 니가 제일 가까운 친구야.
대욱 : (아무렇지 않은 척 최대한 밝게) 아 짜식 물론 그렇지. 그러니까 언제든지 내가 필요하면 불러.
진수 : 그러께. 그럼 먼저 간다.
진수, 대욱을 툭 쳐주고는 먼저 간다.
그때까지 밝던 대욱의 얼굴이 무표정하게 변하며 가는 진수를 본다.
S#21. 엔진 랩
자현과 병석이 엔진 앞에서 고민중이다. 배기가스 농도 측정 작업을 하는중.
기름때 흐르는 작업복을 입고..얼굴에도 기름때가 묻어있고..
병석 : 엔진안의 연소가 불안정한거 아냐? 연소실 압력부터 체크해보자.
자현 : 압력센서 부착하다 날 샐일 있어?
병석 : 방법이 없잖아.
자현 : 아 짜식 그래서 지금 방법을 찾고있잖아.
지나가던 랩장이 자현과 병석에게로 온다.
랩장 : 아직두 붙들구 있냐. 그거만 만지다가 환갑 맞을거야? 니들 머린 돌로 만들었냐 쇠로 만들었냐. 후딱 해치워야 다른 일을 지시하지.
교수님은 대체 뭘 믿고 (자현과 병석의 머리를 한대씩 쥐어박으며) 이런 돌대가리들을 석사과정에 받아준거야.
주리리 잔소리 마치고는 랩장 간다.
자현 : 으.... 참자 추자현. 참아야 한다 추자현.
병석 : 못들었냐 귀머거리 반년, 벙어리 반년 지나야 석사 일년차 지나간대는거.
자현 : (문득 문쪽을 보고) 어?
병석이 그 소리에 문쪽을 보면, 대욱이 무표정한 얼굴로 지나가고 있다.
S#22. 엔진랩 앞
자현이 나와서 보면 저앞에 대욱이 가고있다. 천천히 털레털레...
자현 : 야 강대욱!
대욱 뒤돌아보지 않고 계속 간다.
자현 : (소리지른다) 내말 안들려?
뒤돌아보지 않고 계속 걸어가는 대욱.
자현 : (혼잣말) 저 자식 왜 저러지?
S#23. 캠퍼스 전경 / 밤
S#24. 석학의 집 / 밤
미순, 진영, 마이클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윷놀이를 하고있다.
백곰 : (평상복 차림으로 들어오며) 갑자기 왠 윷놀입니까.
진영 : 마이클이 설날에 윷놀이하는거 첨 봤나봐요. 자꾸 하자구 졸라서요.
마이클 : 너무 재밌어요. 포카 보다 더 재밌어.
백곰 : (그들의 테이블에 앉으며) 내기하는 겁니까?
미순 : 내일 점심내기 게임인데 자신있음 들어오든지. 자 그럼 내가 던질 차례지?
미순, 윷을 던진다.
마이클 : 도다 도.
진영 : 안돼.
미순 : 걸이로구나 걸걸. (윷판 위의 자기말을 움직이며) 세칸을 올라가면..아이고 어쩌나. 내가 니 말을 또 잡아버렸네.
(윷판에서 진영이 말을 빼버린다)
진영 : 아우 너무해. 또 먹혔어.
백곰 : 장하십니다 미순씨.
마이클 : 게임 룰을 바꾸는게 어때요?
백곰 : 룰을 바꾸다니?
마이클 : 사장누나가 온 만큼 진영씨 말도 위로 밀어줘요.
미순 : 뭐가어째. 내가 고생해서 세칸을 와서 진영이 말을 잡아먹게 됐는데 그걸 안 먹고 오히려 진영이를 위로 세칸 올려준다고? 내가왜?
마이클 : 한국사람들 이상해. 왜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파요?
미순 : 여기서 사촌이 왜 나와?
마이클 : 그럼 밀어준 사람한테 상 주면 되잖아요. 남을 세칸 밀어주면 자기도 세칸 더가기.
미순 : 뭐가 그렇게 복잡해. 지금 컴퓨터 프로그램 짜냐?
백곰 : 가만가만 마이클 말, 이거 일리 있어요. 상대편 말을 보며 저말을 죽여야지..떨어뜨려야지..나쁜 맘을 안먹게 되서 좋고...
상대편 말을 잡아도 상대편을 밀어주게 되니까 나도 상받을 수 있어서 좋고. 그거 괜찮은거 같은데?
마이클 : 누이 좋고 매부 좋아요.
S#25. 기숙사 앞 / 밤
자현, 랩에서 기숙사로 오는 길이다. 피곤해보인다. 으다다다...기지개를 키며 팔운동을 하며 걸어오는데 뒤에서 지민이 쫓아와서 붙으며.
지민 : 언니.
자현 : 학부생은 팔팔해서 좋네. 뛰어다닐 기운도 있고.
지민 : 혹시 대욱이 오빠 못봤어?
자현 : 봤어. 슬쩍. 왜.
지민 : 오빠 좀 이상한 거 같지 않어?
자현 :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렇다. 좀 이상했어. 뭔 일 있어?
지민 : 아마 진수오빠 때문일걸? 진수오빠가 창업준비 하는데 대욱이오빠 빼버렸거든.
자현 : 사업? 뭔 사업?
지민 : 로봇축구 게임기.
자현 : 근데 대욱일 왜 빼? 대학 3년내내 대욱이가 매달린게 로봇축군데. 거기다 진수 대욱인 가장 친한 친구래매.
지민 : 그 이유는 내가 말을 못하지. 괜히 내가 이간질하는 거 같잖아.
자현 : 진수 그 자식 이상한 놈이네. 그럼 대욱이 빼고 대체 누구랑 한대냐?
S#26. 경진, 지원의 방 / 밤
지원, 책상에 앉아 일하고 경진도 노트북 앞에서 작업하며.
경진 : 너야 프로그램에도 강하고 벤처도 잘 알니까 그렇다치고, 민재야 뭐 말할 것도 없고..근데 나한텐 왜 제안했을까?
난 로봇축구 그렇게 열심히 하지도 않았는데.
지원 : 대신 다른 능력을 가졌잖아. 탁월한 영업능력. 누구를 만나도 거침없는 사교성. 그리고 너 스탠포드 있을때
마케팅 공부도 좀 했었다며.
경진 :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았어?
지원 : 진수한테 들었어.
경진 : 걘 또 어떻게 알았대?
지원 : 창업멤버 선정하는데 그정도 파악은 당연한거 아니냐고 하던데.
S#27. 민재집 골목길 / 밤
민재, 걸어와서 집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진수소리 : 선배.
민재 돌아보면 진수가 서있다.
S#28. 민재의 방 / 밤
민재, 냉장고에서 음료수 두 개를 꺼내고 진수는 소파에 앉아있는 상태.
민재 : (진수가 있는 소파로 오며) 우리학교에 로봇축구하는 사람들 많잖아. 나보다 실력있는 사람들도 많고. 그중에서 찾아보지 그래.
진수 : 하지만 난 그 사람들이 아니라 선배가 필요해요. 창업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해야하는 거 아닌가요?
민재 : 너하고 내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진수 : 제가 단지 돈때문에 창업하자는 것처럼 보여요?
민재 : (보면)
진수 : 선밴 사람들한테 로봇축구 알리고 싶지 않아요? 동아리방에서 우리끼리 연구하고 우리끼리 대회하고..이제 그런 거에서
벗어나보고 싶어요. 게임기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잖아요.
문이 열리고 정태가 들어온다. 피곤과 졸음에 취해 비실비실 들어오며..
정태 : 아무 말도 시키지마.
정태 2층 침대 윗칸으로 기어올라가 그대로 쓰러진다.
민재, 어이그해서 일어나 정태에게 자기 이불을 벗겨 씌워주는데..
진수 : (민재에게 계속) 3:3 게임이라 우리가 적용해온 다개체 제어이론...바로 적용 할 수 있어요.
강력한 cpu를 써서 로봇의 지능도 더 높이구요, 인공지능까지 적용해 볼 수도 있어요. 선배 계속 연구하고 싶지 않아요?
연구공간이 동아리에서 사업으로 바뀌는거 뿐이라고 생각하면 안될까요?
민재 : 연구공간이 동아리에서 사업으로 바뀌는 거다..
진수 : 한번만 더 고민해 줄래요?
민재 : ..그래..고민해볼께.
진수 : 고마워요. (일어나며) 그럼 이만 가볼께요.
민재 : 그래.
진수 간다.
민재, 잠시 생각에 잠기는데..2층 침대의 정태, 마치 잠에 빠져 잠꼬대를 하듯이 눈을 감은 채..
정태 : 이민재.
민재 : 어.
정태 :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넌 너무 많이 생각하면 이상한 데로 빠지니까.
민재 : 안 잤었냐.
정태 : 사실은 지금도 자는 중이야.
끄응..벽을 향해 돌아눕는 정태.
민재, 침대에 기댄 채 생각을 해본다.
민재 : 정태야.
정태 : (대답없다)
민재 : 나도 돈을 버는 거 좋아. 돈이란 건 필요하니까. 그런데.. 뭐랄까. 돈을 벌어도 좀 폼나게 벌고 싶거든.
돈을 벌면서도 내가 누군가를 위해 뭔가를 하고 있다..이런 기분을 느끼고 싶다 이거지. 이런 생각하는 거.. 웃기냐?
정태는 대답이 없다.
민재, 혼자 웃고 정태를 툭 치고 책상 쪽으로 가는데..
정태 : 민재야.
민재 : (돌아본다)
정태 : 너 안 웃겨. 괜찮아.
민재, 등을 돌려 누운 정태를 보고 따스한 마음이 된다.
S#29. 인공위성센타 전경 / 아침
서교수소리 : 벤처 창업?
S#30. 센타 안
박교수 서교수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시며...
서교수 : 난 금시초문인데?
박교수 : 이런이런 모르고 있었군. 우리과 정진수 구지원이 하고 여기 민경진 이민재가 드디어 일을 낼 모양이야.
서교수 : 근데 왜 박교수가 신났어?
박교수 : 그럼 신나고 즐겁지. 나는 말이지 적어도 우리 학교 실험실 세개마다 한군데는 창업을 해야한다구봐.
그때 경진이 다가오며 인사한다.
경진 : 안녕하세요 교수님?
서교수 : 어이 자네 창업준비 한다는게 정말이야?
경진 : 아직은 스카웃제의를 받은 단곕니다. 그래서 지금 고민중이랍니다.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사업과 랩생활을 병행 할 수 있을까..그리고 제가 한다면 혹시 교수님께서 절 미워하시진 않을까...절 미워하실건가요?
박교수 : 왜 미워해 팍팍 밀어줘야지.
서교수 : 하고는 싶은거야?
경진 : 하고 싶다기보다 하면 어떻게 되나 궁금하긴 합니다. 벤처창업이라는 건 아무나 아무때나 해볼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물론 제일 관심있는건 우리별이지만요.
박교수 : 서교수님. 어서 하라구 하세요
서교수 : 이민재는? 이민재도 하고싶대?
경진 : 글쎄요 민재는..(하는데)
박교수 : 저기 주인공이 오네. (부른다) 어이 민재군!
민재가 이쪽으로 와서 교수들께 인사하고.
민재 : (서교수에게) 교수님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서교수 : 혹시 자네도 창업에 관한 얘기야?
민재 : 네.
박교수 : 간단하게 말해. 다른거 생각하지말고 하고싶은지 안하고 싶은지 그것만 말해봐.
민재 :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경진이 의외라는 듯 민재를 본다.
S#31. 박교수 랩
책상에 앉아있는 남희, 가방을 챙기는 지원을 보고있다.
남희 : (못마땅하지만 정작 표현할 수 는 없고) 랩 생활 제대로 시작되지도 않았는데..창업준비까지 하는거..
다른 랩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다 너.
지원 : 알구 있어요. 하지만 우리랩이 다른 랩처럼 바쁜 분위기라면 저도 창업준비같은거 할수가 없죠.
다행히 박교수님두 이해해주시고..남희선배도 이해해줘서 고맙게 생각해요.
마이클, 남희와 지원의 눈치를 번갈아 살핀다.
남희 : 내일은 몇시에 나올래?
지원 : 시키실 일 있으면 지금 말해줄래요. 랩에서 못하면 방에서라도 시키신 일은 제 때에 마쳐놓을게요. 그리고..
그게 박교수님 방식인걸로 아는데요.
남희 : (겨우 웃으며) ..그렇지.
지원 :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문쪽으로 가는데)
마이클 : (분위기 살피며) 바이 지원누나.
지원 : 그래 마이클.
지원, 나간다.
남희 : 다른 과는 지금 석사1년차 군기잡느라 난린데.. 난 석사1년차를 모시고 살게 됐나봐.
마이클 : 남희누나 슬퍼마. 마이클은 누나 힘들게 안해.
남희 : 아..정말 괴짜 교수님에 얼음같은 후배에.. 가운데서 나만 힘들게 생겼어.
마이클 : (남희가 진짜 안됐다는 얼굴로 보고있는)
S#32. 처장실
처장과 박교수 앉아서.
처장 : 실험실 창업이요?
박교수 : 네. 원랜 학교안에 회사를 차릴 수 없었지만 이젠 가능하게 됐잖습니까. 자본금 2천만원만 있으면 학교안 실험실에
주식회사 설립이 가능 한거요.
처장 : 그렇죠. 덕분에 우리학교에도 창업한 학생들이 여럿 있는걸로 아는데.
박교수 : 근데 문제는 그것만 갖고는 부족하다는겁니다. 학교측에서 좀더 학생 창업을 도와줄만한 제도를 마련하는게 어떨까요?
처장 : 가령?
박교수 : 뭐 방법이야 무궁무진하죠. 학교 자본으로 투자를 해준다던지, 판로 루트를 개척할 수 있게 지원을 해준다던지,
하다못해 수고한다고 음료수를 공짜로 제공해 준다든지.
처장 : 흠흠 박교수.
박교수 : 네?
처장 : 그런데 학생들한테 쓸데없는 환상을 심어주는 것도 문제에요.
박교수 : 물론 벤처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지요. 성공은 성공대로 실패는 실패대로 학생들이 얻는게 어마어마할걸요.
아주 좋은 공부가 될거에요. 기술공부 인생공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아. 이건 어떨까요 처장님.
아예 교과목에 벤처 창업을 개설하는 겁니다. 아이템은 학생들이 내고 학교에선 투자를 책임 지고...
처장 : (황당하게 보고있는)
S#33. 센타 내 복도
앞서 걸어오는 민재. 그 뒤를 경진이 따라오며 민재를 살핀다.
민재 : 아까부터 계속 날 관찰하는 이유가 뭐야.
경진 : 속을 뒤집어 볼 수 없으니 겉이라도 관찰해야지.
민재 : (웃고) 물어볼 거 있으면 물어 봐.
경진 : 아이구 친절도 하셔라. 그래서.. 왜 맘이 바뀐거야?
민재 : 무슨 맘이 바뀌어?
경진 : 너, 진수의 벤처 같은 거 하고 싶지 않았잖아.
민재 : (멈추더니 생각을 정리해보고) 올해 상반기 내 목표가 있어.
경진 : 오호. 올해 상반기 니 목표가 뭔데.
민재 : 뭐든지 도전해본다. 그리고 깨져본다.
경진 : 흐음.. 그러니까 안정적이고 계획적이고 성실하기만 한 너 자신에게 도전해보겠다.. 이거군.
민재 : 그렇지. 알아줘서 고맙다.
경진 : 역시 계획적이고 성실한 이민재야. 도전까지도 계획을 짜서 하다니..
민재 : 야야야 남의 도전정신에 찬물을 끼얹지 마라.
경진 : 좋아. 내 상반기 목표. 이민재가 뭐애 도전하든 도와준다. 오케이.
민재 : 무섭네. 밥을 얼마나 사달라고 그런 소릴하는 거냐.
경진 : ... (생글생글 웃으며 보다가) 고마워서 그래.
민재 : 뭐가.
경진 : 최선을 다해서 나를 배려해주는 너의 태도. 너처럼 속하고 겉이 똑같고 연극을 잘 못하는 성격으로 힘들었을거야. 고마워.
민재 멈칫해서 보는데 경진 팔랑거리며 앞서가며..바꿔바꿔 노래를 흥얼거린다.
S#34. 학교식당
민재, 정태 식사중이다.
정태 : 그래서 경진이가 지금 스폰서 알아보고 있는거야?
민재 : 호기심이 많은 녀석이잖아. 랩일 할때만 빼놓고 전화통 붙들구 사는거 같애.
정태 : 축하한다. 잘하면 이민재 사장님 되시겠네.
민재 : 아직은 아니야. 아직은 그냥.. 후배가 하는 거 도와주는 정도.
정태 : 도와주는 척하면서 한번 알아보겠다. 이게 과연 내가 도전해 볼만한 것인가. 아닌가.
민재 : 넌 나에 대해 아는 게 너무 많아. 죽어줘야겠다.
민재, 숫가락 총을 쏘고, 정태 매트릭스처럼 피하며 장난을 치는데..
용만소리 : (반가운) 학생!
민재, 정태 올려다보면 용만이 다가오고 있다.
용만, 아예 민재 정태 옆에 식판을 놓고 앉으며...
민재, 아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정태는 어정쩡하니 인사하고..
민재 : 어제 실험은 잘 하셨어요?
용만 : 못했어. 실험실 쓸래면 교수님 허락을 받아야된대는데 어제 오늘 계속 출장가시고 없네.
민재 : 무슨 실험을 하러 오신건데요.
용만 : 에어스핀들.
민재 : 스핀들이라면.. 반도체 자르는 기계에 들어가는 부품말에요?
용만 : 그렇지. 핵심부품이지.
정태 : (민재에게) 우리나라에 스핀들 제조회사가 있나? 주로 수입해서 쓰는걸로 알고 있는데.
용만 : (낡은 가방에서 스핀들을 꺼낸다) 이게 내손으로 만든거야.
민재 : (보며) 아저씨가요? 이걸 만드셨다구요?
용만 : (흐뭇한 얼굴)
정태 : (민재에게) 가만 스핀들 실험장비가 어느 랩에 있드라? 민재 니가 안내좀 해드려. 난 10분안에 랩에 복귀해야돼.
용만 : (민재에게) 그래 학생이 좀 도와줘. 내가 찾아가 사정하는거 보다 학생끼리니까 통할거 아냐.
민재 : 저도 그쪽 랩은 잘 모르는데..
정태 : 기계설계쪽이면.. 거기가 어디더라?
민재 : 머리 굴리지 말고 다 먹었음 일어나. 같이 가는거야.
S#35. 신소재 응용 기계설계 랩 / 앞
정태와 민재가 용만을 안내하며 온다.
정태 : (설계랩 쪽을 가리키며) 여긴가 본데요.
용만 : 자네가 가서 사정 얘기 좀 잘해봐.
민재 : 교수님 허락없인 안해줄거 같은데..
그때 바로 옆의 엔진랩에서 자현이 나온다.
자현 : (기름장갑 낀 손으로 코를 쓱 문지르며) 어 김정태. 이민재. 느이가 여기 왠일이냐.
S#36. 신소재 응용 기계설계 랩
용만과 민재, 정태가 함께 서서 보는 곳.
자현이 이 랩의 담당실험학생을 붙들고 얘기하는 중.
자현 : 아니 선배. 장비 한번 빌려쓴다고 그게 닳습니까?
학생 : 그래도 교수님 허락은 받아야지. 만약에 무슨 일 생기면 그 책임을 어떻게 지라고.
자현 : 전에 보니까 다른 사장들한텐 잘도 빌려주드만.
학생 : 그거야 공식루트로 공문이 온거였고.
자현 : (목소리 죽여 협박조로) 선배 이런식으로 나오면 진짜 곤란해요.
학생 : 뭐가 곤란해.
자현 : (이내 부탁조 톤으로) 한번만 실험하게 해줘요. 네? 에이.. 봐줘요 좀.. 내 체면 좀 살려줘요 좀.
학생 : (곤란한 듯) 아..참 이거.
자현 : (저쪽의 용만 민재 쪽을 향해 들으라는 듯) 하하 선배님 감사합니다. 아저씨 일루 오세요. 선배님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민재에게) 봐라봐. 내가 나서면 다 된다구 했잖아. 아하하.
학생 : (용만쪽을 보며 마지못해) 실험준비하는데 시간 좀 걸리니까 기다리셔야 돼요.
용만 : 물론이죠. (허리 꾸벅 굽히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S#37. 랩 앞의 마당
엔진랩과 설계랩 중간쯤 정도에 자현과 민재, 정태 서있다.
민재 : 고맙다.
자현 : 근데 저 아저씬 누구냐?
정태 : 그러게. 누구시냐?
민재 : 스핀들로 창업준비중인 분인가봐.
엔진랩 문밖으로 엔진랩의 랩장이 나와서 이쪽을 보며..
랩장 : 추자현. 너 그렇게 시간이 남아돌아? 일거리 더 만들어줘?
자현 : 지금 달려가고 있슴다..
자현, 후다닥 뛰어서 엔진랩 안으로 들어간다.
동시에 설계랩에서 용만이 나온다.
용만 : (들떠서) 학생 실험준비 됐어. 어서와서 봐. 내 스핀들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와서 보라구.
S#38. 신소재 응용 기계설계 랩
실험장비에서 셋팅된 채 돌아가고있는 스핀들. 복잡한 기호들이 빠르게 지나가는 모니터. (실험장비와 컴퓨터는 연결되어 있음)
용만이 흐뭇한 얼굴로 실험장비와 모니터를 번갈아본다.
민재와 랩학생이 모니터의 결과를 보면서.
학생 : 회전속도가 3만rpm 정도 밖에 안되는데요. 최소 6만rpm 정돈 나와야 되는데.. 초정밀 가공은 좀 힘들겠는데요.
용만 : (실망해서) 그럴리가 없는데...아냐 그럴리 없어. 다시 한번만 해줘봐요.
담당실험학생이 다시 측정한다. 모니터를 보는 민재와 학생이 역시 같은 결과라는 듯 본다.
학생 : 스쿼럴 케이지 로터나 컨덕터 바 디자인이 잘못 된 게 아닌가 싶은데.. 스큐잉 엥글이 작으면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민재 : 모터 에디 커트가 너무 많이 발생해서 손실이 많아진거 아닐까요.
정태 : 맞아! 소모 전류가 너무 커. 아무래도 모터쪽에 로드가 너무 많이 걸리는 것 같애.
로드가 너무 크면 로터 열이 많이 발생해서 에어 갭 층이 파괴될 수 있어.
민재 : 모터 컨트롤 문제도 잘 생각해 봐야 할거야. 너무 고속이라 기존 방법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거든.
그때까지 아이들을 번갈아 보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용만.
용만 : 그럼 결국 모터쪽이 문제란 말야?
민재 : 정확한 원인을 잘 모르겠어요. 첨부터 천천히 생각해보셔야 할거 같은데요.
용만 : (실망하는)
S#39. 캠퍼스
랩에서 나와 걸어오는 길.
용만 : 부탁해 학생.
민재 : (난감하고)
용만 : 아르바이트 한다 생각하고 좀 도와주면 안될까? 어? 내눈엔 전혀 이상이 없는거 같은데 결과가 자꾸 저 모양이니..
제발 부탁해 학생.
민재 : 도와드리곤 싶지만 저도.
용만 : (자르고 사정하며) 며칠만 같이 작업해줘...며칠만. 대학 문턱에도 못 가봐서 이론엔 내가 아주 젬병이야.
학생이 도와주면 훨씬 수월할 거 같은데..
민재 : 저 랩의 형들이 더 도움이 되실텐데요.
용만 : 그 바쁜 사람들이 내일 돕자고 오갰어?
민재 : (곤란해 하고)
용만 : 정 안되겠어?
민재 : ..예.
용만 : 그럼 어쩔 수 없지뭐. 어쨌든 여기까지라도 신경써준거 정말 고마우이. 고생했어.
용만 간다.
민재와 걸어오는 정태. 민재는 곤혹스러운 얼굴이고 정태 빙글거리고 웃으며 민재를 힐끗거린다.
민재 : 뭘 봐.
정태 : 숫자 세는 중이야. 오초... 육초.. 칠초..
민재 : 으이그.
민재, 뒤돌아서 용만에게 뛰어간다.
민재 : 오늘은 진짜 안되구요. (주머니에서 종이 볼펜 꺼내 써서 주며) 내일 저한테 연락주세요. 제 호출번호에요.
용만 : 고마워. 내 꼭 전화할게. 전화하면 받아줘야 돼.
민재, 정태를 돌아보면 정태, 총으로 자기를 쏘고 죽는 시늉.
S#40. 전자과 건물 전경 / 밤
만수소리 : 정말이야?
S#41 이교수 랩 / 밤
PC에서 작업중인 정태 옆에서 만수가 놀란 얼굴로 서있다.
만수 : 로봇축구로 창업을 한단 말이야?
정태 : ..그래.
중희 : 아이템도 괜찮고 스폰서만 잘 잡으면 사업되겠다 그거.
만수 : (문으로 가며) 말리지 마십시오. 저는 가야합니다. 하다못해 기술고문 자리라도 확보해야죠.
제가 누굽니까. 로봇축구동아리 창설멤버. 카이스트 로봇축구의 아버지.
만수 문 열다가 명환이 들어오자 멈춰서서.
만수 : 명환선배가 아무리 협박해도 저는 지금 갑니다.
명환 웬 일로 순순히 길을 비켜준다.
만수 나가려다 그대로 정지. 얼른 옆으로 비켜선다.
이교수 들어온다.
만수 : (꾸벅) 교수님 오셨습니까.
이교수 : 오늘 랩세미나 누구 차례지?
만수 : 글쎄요..중희선배 아닌가요?
명환 : (이교수에게) 정만순데요.
만수 : 에이 설마..
이교수 : (테이블로 가며) 정만수. 준빈 착실하게 했겠지?
만수, 정태를 향해 손가락으로 자기 가리키며 '정말 나야?' 입모양으로 묻다가 이교수와 눈 마주치고 천천히..울상 속에 테이블로 간다.
S#42. 민재의 방 / 밤
민재, 지원, 진수 소파나 책상 의자를 끌어다 중앙에 앉아있다.
지원 : 경진이가 늦네.
진수 : (시계를 보더니) 아무 연락두 없었죠?
문 두드리는 소리.
민재 : 열렸어!
경진이 들어온다.
경진 :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여러분.
지원 : 투자기업 알아본덴 어떻게 됐어?
경진 : 자자 일단 앉아들주세요. 앉아서 브리핑을 받으세요.
지원, 진수, 민재..대충 자리 잡고 앉고...경진이 그들 앞에 서서.
경진 : 에..그럼 영업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락기제조회사 가운데서 우리 컨셉에 호의를 보이는 회사가 총 열세군데.
일차적으로 전화 컨택을 해본 결과 두군데 회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일단 아이템은 마음에 든다. 그러나 장점에 비해
단점이 많은 아이템이다. 그러니 일단 당신들의 사업계획서를 보내달라. 검토후 연락해보겠다.
민재 : 사업계획서라면 진수가 정리해논 게 있잖아.
경진 : 네 있었죠. 그래서 저는 그걸 보냈습니다. 그러나 두 회사 가운데 투자의사를 밝힌 곳은...단, 한군데 (웃으며) 밖에 없었습니다.
기쁘지 않습니까 여러분? 모..더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단 얘기죠.
진수 : 말로만 투자하겠단 기업은 믿음 안돼요. 연막작전을 쓰는 경우가 흔하거든요. 아이템 잡아두려구.
경진 : 그러나 제가 누굽니까. 미팅을 갖기로 했습니다. 언제? 내일.
진수 : 경진선배 대단한데요.
경진 : 우리 사업계획서를 자세히 보고 판단을 하겠답니다. 이것으로 민경진 상무의 브리팅을 마치겠습니다.
지원 : 이렇게 일찍 구체화될진 몰랐는데..
경진 : 하하 감사합니다..이럴땐 파티를 해야하는 겁니다. 라면파티 어때요?
그때 삐삐소리..
경진 : 네 빵빠레까지 울리는군요.
민재, 주머니에서 삐삐를 꺼내 확인한다.
S#43. 용만의 공장 내부 / 밤
용만 : (들어오며) 잘 찾아왔네.
민재, 시선으로 둘러본다. 황량하고 싸늘한 내부. 20평 정도.
구석의 녹슨 기계뭉치만 있고, 가운데 놓여진 낡은 책상위에 때묻은 컴퓨터가 있다.
대형히터 같은건 물론 없고 중앙에 작은 가스히터가 있고..
용만 : 친구놈이 하다 망한 공장이야. 덕분에 공짜로 쓰고있지만. (난로 옆의 의자 가리키며) 일루 앉어. 여기가 따뜻해.
민재 : 근데..급한 일이 뭔데요?
용만 : (보온병의 물을 잔에 따르며) 일주일 후쯤 기업체에서 사람이 나온대.. 내 스핀들을 테스트 해보고 싶대는군.
민재 : 그래요?
용만, 민재에게 보온병에서 따른 잔을 건넨다.
용만 : 마셔봐. 우리 집사람이 만들어준 차야. 아주 맛나.
민재 : (잔을 받으며 공장내부를 시선으로 둘러보며) 다른 직원은 없어요?
용만 : 있잖아. 여기. (자기를 가리킨다)
민재 : 그럼 영업도 아저씨가 하세요?
용만 : 영업이랄게 뭐 있나. 근데 학생. 다리품 팔면서 젤 어려운게 뭔지 알아?
민재 : ...국산 신뢰 못한다..뭐 그런거 아닌가요.
용만 : 아냐. 이놈의 담당자를 만나는게 더 어려워. 누가 담당잔지 그거 알아내는 데도 보통 어려운게 아니드라고. 여기 전화하면 절루
해보라 그러고..절루 전화하면 일루 해보라 그러고..지들끼리도 누가 스핀들 담당잔지 누가 베어링 담당잔지 모른다고.
공장 작업대에 있던 스핀들 모터를 가지고 오며.
용만 : (계속해서) 오죽하면 어느 기업의 뭐는 누가 담당자다..뭐 그런거 알려주는 회산 없나 했대니까.
민재 : (좀 웃고)..잘되면 본격적으로 생산이 되겠네요?
용만 : 그야 좋은 결과가 나올때 얘기지. 그래서 일단 모터라도 손봐야할거 같아서. 그래서 학생을 불렀어. 도와줄 수 있겠지?
S#44. 민재의 방 / 밤
경진, 진수, 지원이 앉아있다. 그들앞엔 컵라면이며 음료수를 먹은 흔적들이 있고...
지원 : 그만 가는게 어때. 언제까지 기다릴거야.
경진 : 금방 온댔는데..공장에 무슨 일 생겼나?
그 때 문 열리는 소리.
모두 돌아보는데.. 정태가 들어선다.
정태 : 여어.. 벤처창업모임이냐?
경진 : 민재하고 연락 없었어?
정태 : 있었어. (자기 책상으로 가며) 오늘 밤에 못 들어올 거 같대. 이 집에 전화가 아직 없잖아. 랩으로 연락이 왔드라구.
니들 회의 잘하고 담에 보자던데.
진수 : (김이 새서 자료들을 챙기며) 민재형은 늘 주변 일에 너무 휘둘리는 거 같애요. 부품공장 아저씨 일만 해도 그렇죠.
충분히 거절할 수 있는 일 아니에요?
지원 : (갈 준비를 하며) 민재가 원래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잖아. 그런 타입은 경영보단 엔지니어쪽이 어울리지.
경진 : 뭔 소리야. 엔지니어는 뭐든지 시키면 네네..하구 한다는 거야? 그리고 민재 타입이 어떤건데.
지원 : 비딱하게 받아들일 건 없어. 사업을 하려면 맺고 끊을 데를 알아야 된단 얘기였어.
경진 : 어떤게 맺어야 되는거고 어떤 게 끊어야 되는건데. 민재가 일의 선후도 모르고 아무데나 질질 끌려다닌다는 얘기냐?
진수 : 두분 계속하실거에요? 난 가서 계획서 한번 더 봐야겠는데요.
지원 : (웃으며) 아냐. 가자. (경진에게) 경진아.
경진 : 왜.
지원 : 방금 너 과민반응이었어.
경진, 생각해보는데..
지원, 진수와 먼저 나간다. 정태와 인사를 주고 받으며...
경진, 뒤늦게 혼자 생각에 잠겨서 외투를 주워입는데..
정태 : (컴퓨터를 부팅하다가) 민경진.
경진 : 왜 불러.
정태 : 너 과민반응 할 일 있냐?
경진 : 내가? 뭐에?
정태 : 봐라. 지금도 당황하며 뭔가를 감추고 있잖아.
경진, 새침해서 정태 옆을 지나며 근처의 책을 집어던져 버린다.
정태 : (받아 잡으며) 걱정 마.
경진 : 뭘.
정태 : 민재가 곰같이 느리긴 해도 지 길은 잘 찾아가는 놈이야.
경진 : 무슨 길.
정태 : 뭐. 무슨 길이든. 예를 들면 어떤 것에 도전을 해야 나중에 실패하고 깨져도 기분 좋을 것인가.. 이런 거.
경진 : (잉? 해서 보는)
S#46. 용만의 공장 내부 / 밤
민재 용만..모터의 호일을 감는 작업중이다.
텅빈 공장 가운데 난로 옆에서 작업중인 두사람.
용만 : 전에 반도체 공장에 잠깐 다닌적이 있는데 말야 전부 스핀들은 외국껄 썼다고. 왜냐, 그때만해도 국내에서 생산되는게 없었거든.
민재 : 영국이 종주국이라면서요.
용만 : 그렇지. 그때도 아마 영국 스핀들이었던거 같은데.. 실험도중에 그만 고장이 나버렸어. 그때 생각했지. 명색이 내가 공돌인데
이까짓 쇠붙이로 만든거 하나 못고치겠나..싶더라고? 그래서 바로 분해해봤어. 근데 어디가 고장났는지 조차 모르겠는거야.
민재 : 그때부터 스핀들에 매달리신 거에요?
용만 : 공고 졸업이 내 학력 전분데 첨단부품에 대해 내가 뭘 아나. 이론공부 부터 시작하니까 8년이 걸리드만.
그동안 내내 공장에서 틈만 나면 공부하고 집에 가서 공부하고 공돌이 자존심을 걸고 한번 만들어보자 이러면서 미쳐버렸나봐.
그러다가 공장에서두 잘렸지. 허허허.
민재 : (달리 할 말이 없어서) 이번엔 잘 될거에요.
용만 : 솔직히 말하면 말이야. 난 느네들같이 깨끗한 연구실에서 연구만 하는 것들이 맘에 안들어.
민재 : ...(어설프게 웃으며) 왜요?
용만 : 공장에 와서 정말로 뭐가 필요한지 한번 보기는 했어? 그저 돈 많은 놈들이 만들어 달래는 것만 만드는 거 아냐? 그래서 뭐야.
신문에는 세계 반도체시장 삼분의 일이 우리나라꺼라고 떠들어대는데 말야. 그럼 뭐하나. 그에 관련된 부품은 죄 수입품들인데..
모터의 호일 감기 작업을 계속하는 용만.
민재, 작업을 하다가 새삼 용만을 보고 있다.
용만 : 하긴 뭐. 별 수 없겠지. 날 봐. 십년을 매달려 뭘 만들면 뭐해. 회사 실무자 얼굴 하나 보기도 힘든데.
요즘 젊은 애들이야 벤처니뭐니 돈도 많이 버는 모양이지만. 나야 그런 재주도 없고. (혼자 웃는다)
말로는 과학하는 연구원들이 힘들다고 하는 모양인데.. 내 보기는 다 배부른 소리야.
민재 아무 말 못하고 용만을 보다가 다시 호일을 감는데 그 얼굴이 곤혹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