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왕 중에서 앙리4세라는 왕이 있었다는 것을 당연히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낭트칙령이라는 용어는 내용은 잘 몰라도 귀에 익은 용어였습니다. 요즘 대세가 유튜브라고 하는데 저는 팟캐스트 사이트인 팟빵도 많이 청취하고 있습니다.
그 방송 중에 안알남(안물어봐도 알려주는 남얘기)도 재미있게 듣고 있습니다. 지나간 에피소드의 제목을 흝다가 제목이 마음에 들으면 듣고는 하는데, 영화 '미스 슬로운'도 영화를 본 후에 안알남에서 1회분의 에피소드로 방송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들었는데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어제 또 제목을 흝어보다가 '성군이시여 앙리4세 이야기'라는 제목이 있어서 들어 봤습니다. 앙리4세가 이렇게 뛰어난 군주인 줄 처음 알았습니다.
이원복 교수의 만화 '먼 나라 이웃나라'에서 프랑스의 어떤 왕 때문에 프랑스의 일반 시민들이 닭고기를 먹게되었다는 내용을 봤었는데(그때는 그 왕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 이름에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그 왕이 바로 앙리4세라는 것을 이제 확실하게 알게되었습니다. 앙리4세는 "신께서 허락하신다면, 나는 왕국의 모든 국민들로 하여금 일요일이면 닭고기를 먹게하겠다."고 프랑스 국민들에게 약속하고 몇년 후에 실제로 그렇게 만들고 맙니다. 만화에서 봤을 때는 그저 괴짜 왕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 아무도 생각 못할 일을 16세기에 한 것 이었습니다. 현대로 말하면 최저임금제도를 실시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국민들에게 공약을 제시하고 실천한 것입니다.
그 때 프랑스 위그노 전쟁(프랑스의 신교도와 구교도가 벌인 전쟁)이 30년 동안 계속 되고 있었는데, 이 전쟁을 끝낸 왕이 앙리4세 였습니다. 위그노는 칼뱅의 교리를 믿는 프랑스 신교도를 말합니다. 구교가 대부분인 프랑스에서 신교도인 위그노는 거의 일방적으로 학살 당합니다. 앙리4세는 위그노였고 그들의 지지를 받고 있었습니다.
우여곡절(방송을 들어보세요) 끝에 위그노 교인의 군대를 지휘한 앙리4세가 프랑스를 거의 제패하였고 마지막으로 파리만 남았지만. 앙리4세는 파리를 함락시킬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공격하지 않고 포위만 하고 있었습니다. 구교 골수분자들이 대부분이었던 파리시민들은 자신들도 몇년전 앙리4세의 결혼식 때 앙리4세의 부하인 위그노인들을 학샬했으므로 자신들도 죽음을 면치못할 것으로 생각하여 결사항전의 태도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위그노 신자이고 그들의 지지와 충성으로 여기까지 왔고, 파리함락은 시간문제일 뿐인데도 불구하고 앙리4세는 여기서 놀라운 결정을 하게됩니다. "파리는 미사를 드려서라도 가질 가치가 충분하다"는 말을 하면서 카톨릭으로 개종합니다. 이 결정으로 30년 전쟁으로 지쳐있던 프랑스 국민들은 감격하였고 파리에 무혈입성하게 됩니다. 명실상부한 프랑스왕으로 등극한 앙리4세는 유명한 낭트칙령을 발표합니다. "모든 이에게 믿고 싶은 종교를 믿을 자유를 부여한다. 누구도 종교를 이유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아니된다."는 내용으로 된 낭트칙령은 처음으로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는 법률이었습니다.
프랑스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기꺼이 개종까지도 감행한 앙리4세는 가짜 카톨릭인으로 카톨릭 광신자들에게서 의심받았고 결국 10년 후에 카톨릭 광신자에게 암살 당합니다. 그동안 20차례의 암살 시도가 있었지만 관대하게 처리하였고, 어느 종교와 종파도 탄압하지 않은 "근대를 열어젖힌" 이 위대한 왕은 이렇게 죽고맙니다.
종교든 사상이든 다른 사람의 종교나 사상을 탄압할 정도가 되면 그것은 안된다라는 것이 인류의 오랜 싸움 끝에 근대가 얻게된 소중한 결론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