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영역의 주택사업을 대거 정리한다. LH 이지송(70) 사장은 26일 경기도 성남시 LH 본사에서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현재 LH가 추진 중인 전국 414개 사업장 중 재개발 등 120곳의 주택사업에 대해 구조조정을 서두르겠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부동산 경기가 극히 침체된 상태에서 사업을 벌이면 해당 지역 주민들이 재산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며 “시간을 끌수록 주민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큰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독한 마음을 먹고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LH는 성남시 주택 재개발 사업지 3곳에 대한 사업 포기 방침을 곧 성남시에 통보할 방침이다. 또 지난해 8월 성남시에 냈던 성남시 대장동 91만㎡의 도시개발사업 제안서도 최근 철회했다.
LH는 재개발·재건축·주거환경개선사업·도시개발사업 등 민간기업과 경쟁을 벌여 수주했거나 지방자치단체 요청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전국 120개 주택사업장을 우선적으로 구조조정할 방침이다.
LH가 사업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LH로 통합된 옛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과당 경쟁을 벌여 민간 영역의 주택사업을 무리하게 맡은 원인이 크다. 통합 직전인 지난해 9월 56조원으로 잡았던 올 사업비 계획을 통합 직후 43조원으로 줄였다가 최근 35조원으로 다시 축소했다. 올해 채권 발행과 토지 매각 등으로 43조원을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상반기에 13조원을 확보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118조원에 이르는 부채는 LH를 더 옥죄고 있다.
이 사장은 “최근 10여 년간 서민주택 보급 확대를 핑계로 마구 사업을 벌인 것이 엄청난 부채를 불렀다”며 “ 빚을 줄이는 데 경영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성남시 정자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7층 이지송(사진) 사장의 책상에는 수백 건의 사업검토 보고서가 수북이 쌓여 있다. LH가 전국에서 진행 중이거나 진행할 예정인 414건의 프로젝트에 대한 보고서다. 이 사장은 “이들 사업을 예정대로 모두 진행하려면 420조원이 필요하다”며 “현실적으로 돈을 댈 방법이 없고 무엇보다 적자가 뻔히 예상되는 사업을 그대로 진행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LH가 전면적인 사업구조조정에 착수한 것은 수익성이 불투명한 사업을 강행할 경우 LH의 자금 사정이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LH가 성남시 재개발 사업지 3곳에 대해 사업 포기를 성남시에 통보한 것을 놓고 정치적 해석이 많은데.
“일부에서는 최근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에 대한 LH의 반격이라는 말이 있는데 잘못된 생각이다. 공적인 일을 하는 LH가 감정에 따라 사업을 포기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성남시와 대립각을 세울 이유도 전혀 없다.”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되는데도 사업을 포기한 이유는 뭔가.
“성남시 재개발 사업장 3곳은 재개발을 진행할 경우 해당 지역 주민들의 금전적 손실이 불가피한 사업장이다. 예를 들어 재개발 이후 1억원짜리 집이 1억5000만원으로 가치가 올라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9000만원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LH만 손실이 난다면 감수하겠지만 지역 주민들의 손실까지 방치할 수 없고 특히 국가경제가 멍들지 않게 하려고 내린 결정이다.”
-추진 중인 다른 사업까지 버릴 정도로 상황이 나쁜가.
“그럴 수밖에 없다. 지난해 취임 이후 휴일을 반납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해 사업검토 보고서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답답할 뿐이다. 과거 정권 10년간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에 의해 전국에 무분별하게 개발 말뚝을 박아온 후유증이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LH가 지난해 7월 착공한 경기도 성남시 중동3재개발구역. 주택시장 침체 등으로 분양가를 확정하지 못해 착공 1년이 지나도록 아직 일반분양하지 못하고 있다. [LH 제공]
-어떤 사업장이 구조조정 대상인가.
“지난 10년간 LH가 집행한 토지보상금이 82조원이다. 건전한 경제적 활동에 투입된 돈이 아니라 공중에 떠도는 자금이다. 개발 공약이 남발되면서 이 돈 중 일부가 부동산 시장에 다시 유입돼 땅값을 올려놨다. 현 시세대로 개발예정지의 토지보상금을 지불할 경우 LH의 적자가 불가피하다. 사업을 늦추든가, 규모를 줄여야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사업 구조조정을 하려면 지방자치단체나 정치권의 외압,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찮을 것 같은데.
“각오하고 있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임기 동안 편하게 지내고 싶은 유혹이 왜 없겠는가. 그러나 방치하기에는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후손에 큰 죄를 짓는 일이기 때문에 서두를 수밖에 없다. 국가 경제를 위한다는 생각으로 구조조정의 총대를 멜 수밖에 없다. 시간이 나는 대로 해당지역 주민들을 만나 상황을 전달하고 설득할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한국토지공사·대한주택공사 통합 이후 빚더미에 올라앉으면서 하루에 금융이자로만 100억원을 물고 있는 실정이다. LH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총부채는 109조2428억원. 이 가운데 이자를 물어야 하는 금융부채가 75조원에 이른다. 하루에만 84억원 정도를 이자로 냈다. 이 때문에 올 들어서만 부채가 8조원 정도 늘어 22일 현재 부채는 118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금융부채도 늘어 지금은 이자만 하루 100억원이나 내야 한다.
LH의 부채가 이처럼 급증한 것은 국민임대주택과 세종시 건설, 보금자리주택 등 주요 국책사업을 모두 떠안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채 증가를 당장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이지송 사장이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쉽지 않다. LH는 두 공사의 통합 이후 사옥 15곳을 팔아 약 1조2000억원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옛 토지공사 서울본부 사옥만 537억원에 팔았을 뿐 이다.
▲ 경기도 성남시 분당 정자동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사옥 모습. LH는 16일 118조원에 이르는 부채를 줄이기 위해 휴가를 반납하고 휴일 비상근무를 실시하며, 본사 근무 직원을 토지·주택 영업직 직원으로 대거 배치하는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 지난 12일 강원도 원주시 무실동 송삼마을의 한 주민이 금이 가서 무너지려는 자신의 집 외벽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택지개발사업이 곧 시작된다는 말에 수리도 못 하고 바람과 물이 들어오지 않게 커다란 판자로 대충 막아놨다"고 말했다. /박성호 조선경제i 기자 junpark@chosun.com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영역의 주택사업을 대거 정리한다. LH 이지송(70) 사장은 26일 경기도 성남시 LH 본사에서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현재 LH가 추진 중인 전국 414개 사업장 중 재개발 등 120곳의 주택사업에 대해 구조조정을 서두르겠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부동산 경기가 극히 침체된 상태에서 사업을 벌이면 해당 지역 주민들이 재산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며 “시간을 끌수록 주민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큰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독한 마음을 먹고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LH는 성남시 주택 재개발 사업지 3곳에 대한 사업 포기 방침을 곧 성남시에 통보할 방침이다. 또 지난해 8월 성남시에 냈던 성남시 대장동 91만㎡의 도시개발사업 제안서도 최근 철회했다.
LH는 재개발·재건축·주거환경개선사업·도시개발사업 등 민간기업과 경쟁을 벌여 수주했거나 지방자치단체 요청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전국 120개 주택사업장을 우선적으로 구조조정할 방침이다.
LH가 사업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LH로 통합된 옛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과당 경쟁을 벌여 민간 영역의 주택사업을 무리하게 맡은 원인이 크다. 통합 직전인 지난해 9월 56조원으로 잡았던 올 사업비 계획을 통합 직후 43조원으로 줄였다가 최근 35조원으로 다시 축소했다. 올해 채권 발행과 토지 매각 등으로 43조원을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상반기에 13조원을 확보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118조원에 이르는 부채는 LH를 더 옥죄고 있다.
이 사장은 “최근 10여 년간 서민주택 보급 확대를 핑계로 마구 사업을 벌인 것이 엄청난 부채를 불렀다”며 “ 빚을 줄이는 데 경영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성남시 정자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7층 이지송(사진) 사장의 책상에는 수백 건의 사업검토 보고서가 수북이 쌓여 있다. LH가 전국에서 진행 중이거나 진행할 예정인 414건의 프로젝트에 대한 보고서다. 이 사장은 “이들 사업을 예정대로 모두 진행하려면 420조원이 필요하다”며 “현실적으로 돈을 댈 방법이 없고 무엇보다 적자가 뻔히 예상되는 사업을 그대로 진행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LH가 전면적인 사업구조조정에 착수한 것은 수익성이 불투명한 사업을 강행할 경우 LH의 자금 사정이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LH가 성남시 재개발 사업지 3곳에 대해 사업 포기를 성남시에 통보한 것을 놓고 정치적 해석이 많은데.
“일부에서는 최근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에 대한 LH의 반격이라는 말이 있는데 잘못된 생각이다. 공적인 일을 하는 LH가 감정에 따라 사업을 포기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성남시와 대립각을 세울 이유도 전혀 없다.”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되는데도 사업을 포기한 이유는 뭔가.
“성남시 재개발 사업장 3곳은 재개발을 진행할 경우 해당 지역 주민들의 금전적 손실이 불가피한 사업장이다. 예를 들어 재개발 이후 1억원짜리 집이 1억5000만원으로 가치가 올라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9000만원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LH만 손실이 난다면 감수하겠지만 지역 주민들의 손실까지 방치할 수 없고 특히 국가경제가 멍들지 않게 하려고 내린 결정이다.”
-추진 중인 다른 사업까지 버릴 정도로 상황이 나쁜가.
“그럴 수밖에 없다. 지난해 취임 이후 휴일을 반납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해 사업검토 보고서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답답할 뿐이다. 과거 정권 10년간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에 의해 전국에 무분별하게 개발 말뚝을 박아온 후유증이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LH가 지난해 7월 착공한 경기도 성남시 중동3재개발구역. 주택시장 침체 등으로 분양가를 확정하지 못해 착공 1년이 지나도록 아직 일반분양하지 못하고 있다. [LH 제공]
-어떤 사업장이 구조조정 대상인가.
“지난 10년간 LH가 집행한 토지보상금이 82조원이다. 건전한 경제적 활동에 투입된 돈이 아니라 공중에 떠도는 자금이다. 개발 공약이 남발되면서 이 돈 중 일부가 부동산 시장에 다시 유입돼 땅값을 올려놨다. 현 시세대로 개발예정지의 토지보상금을 지불할 경우 LH의 적자가 불가피하다. 사업을 늦추든가, 규모를 줄여야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사업 구조조정을 하려면 지방자치단체나 정치권의 외압,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찮을 것 같은데.
“각오하고 있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임기 동안 편하게 지내고 싶은 유혹이 왜 없겠는가. 그러나 방치하기에는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후손에 큰 죄를 짓는 일이기 때문에 서두를 수밖에 없다. 국가 경제를 위한다는 생각으로 구조조정의 총대를 멜 수밖에 없다. 시간이 나는 대로 해당지역 주민들을 만나 상황을 전달하고 설득할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한국토지공사·대한주택공사 통합 이후 빚더미에 올라앉으면서 하루에 금융이자로만 100억원을 물고 있는 실정이다. LH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총부채는 109조2428억원. 이 가운데 이자를 물어야 하는 금융부채가 75조원에 이른다. 하루에만 84억원 정도를 이자로 냈다. 이 때문에 올 들어서만 부채가 8조원 정도 늘어 22일 현재 부채는 118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금융부채도 늘어 지금은 이자만 하루 100억원이나 내야 한다.
LH의 부채가 이처럼 급증한 것은 국민임대주택과 세종시 건설, 보금자리주택 등 주요 국책사업을 모두 떠안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채 증가를 당장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이지송 사장이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쉽지 않다. LH는 두 공사의 통합 이후 사옥 15곳을 팔아 약 1조2000억원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옛 토지공사 서울본부 사옥만 537억원에 팔았을 뿐 이다.
▲ 경기도 성남시 분당 정자동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사옥 모습. LH는 16일 118조원에 이르는 부채를 줄이기 위해 휴가를 반납하고 휴일 비상근무를 실시하며, 본사 근무 직원을 토지·주택 영업직 직원으로 대거 배치하는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 지난 12일 강원도 원주시 무실동 송삼마을의 한 주민이 금이 가서 무너지려는 자신의 집 외벽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택지개발사업이 곧 시작된다는 말에 수리도 못 하고 바람과 물이 들어오지 않게 커다란 판자로 대충 막아놨다"고 말했다. /박성호 조선경제i 기자 junpar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