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하다 싶었습니다. 주일 준비를 위해 모처럼 토요일에 교회로 나와 에어컨 필터도 청소하고 비질도 했지요. 덜렁덜렁하던 가스레인지 손잡이도 의외로 간단하게 손 받습니다. 울어난 장판 가운데 찢어진 놈은 테잎으로 붙였지요. 꽃들에게 물도 주었습니다.
지난 몇 일 앓아 누운 뒤로 조금만 움직여도 땀에 흠뻑 젖습니다. 흘린 땀이 귀하지 않은 것이 없을 테지 싶어 즐겁게 일했습니다. 점심 요기다 싶어 냉동실에서 얼린 밥 꺼내고 라면 하나 끓였습니다. 보글보글 맛있게 끓고 있을 무렵 집에서는 감히 맛볼 수 없는 새큼한 김치(누가 갔다 두었네요)와 오이 미역무침을 꺼내 막 한 젓갈질 하려는 찰라, 재영이와 다예의 급습을 받았습니다.
“어찌 알고 왔어? ”“엘리베이터가 4층으로 눌러져 있길래” 속으로 아 이것들 이제 귀신이 다 됐구나 싶었습니다. 계획은 청소년 수련관 프로그램이 있어 1층에서 기다리기로 했던 것이지요.“같이 먹을래?”“저 아침도 못 먹었어요” 세 그릇에 나눴습니다. 이것들이 국물까지 달래는 거예요. 아까워라. 국물까지 안 나눌 수 없었던 것은 국물 안줬다고 소문낼 작자들이라서---
서로 배고픈 심정은 마찬가지. 식탁에 올라와 있던 미숫가루를 본 재영 “저 이거 한 번도 안 먹어 봤는데” 한 번도 안 먹어 봤다는데 내 마음이 움직여서, 아예 큰 스텐 두 개 꺼내서 팍팍 담아 두 놈한테 젓게 했어요. 저그들이 해서 두어 그릇 배불리 먹고 입 닦을 쯤 또 일패들의 급습, 자기 그릇 깨끗이 씻고 행사장으로 날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