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이탈리아 굽비오의 주교님은 어린 '사라'의 무덤을 공동묘지의 가족무덤에서 본당 옆의 작은 경당으로 옮겨야 했습니다.
그 이유는 사라Sara Mariucci에게 전구를 청하기 위해 찾아오는 순례객들이 셀 수 없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 경당에는 사라의 전구로 얻은 은총과 기적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사람들이 사라에게 놓고 간 꽃과 장난감과 인형이 아주 가득합니다.
이 사연의 시작은 2006년 8월 4일 저녁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사라의 엄마 안나의 말을 들어봅시다.
"칼라브리아 해변에서 하루를 보낸 뒤 저녁 9시에 나는 딸 사라를 안고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다. 사라가 그랬습니다.
'엄마, 이야기해줘요.' 매일 저녁 나는 사라가 잠들기 전에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습니다. 그러나 그날 저녁에는 거절했습니다.
'사랑하는 딸, 오늘은 하루 종일 노느라 힘들었으니까 내일 해줄게.'
이렇게 말하고 나서 사라를 껴안고 입을 맞추었습니다. 잠시 시간이 흐른 뒤, 아이 가 잠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사라가 그랬습니다.
'내가 아주 어릴 때 난 머나먼 아름다운 곳에 있었어.'
내가 물었습니다.
'어디에 있었는데?'
'구름 위에.'
'그래? 누구랑 있었니?'
'모레나 엄마랑.' (역주. 스페인어로 '모레나morena'는 가무잡 잡한 피부를 가진 여자를 뜻함)
'모레나 엄마? 그게 누군데?
'나의 또 다른 엄마'
'사라, 네 엄마는 나뿐이야.'
나는 너무 놀라서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그 또 다른 엄마는 어떤 사람이야?
사라는 환하게 빛나는 얼굴로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아주 좋은 사람!'
'이 엄마보다 더 좋은 사람이야?
나의 질문에 사라는 단호하게 답했습니 다.
'응!'
'정말? 어떻게 생겼는데? 머리카락은 무슨 색이야?'
'하늘색!
'눈동자는?'
'나와 똑같은 갈색'
"사라는 엄마랑 헤어져 모레나 엄마에게 갈 수도 있어?
나의 질문에 사라는 환한 미소로 대답했습니다.
'응.'”
아이의 풍부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그 다음날 일어난 일을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8월 5일 아침, 사라의 얼굴은 평소와 달리 우울한 표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엄마가 조금 야단치자 사라가 이렇게 말합니다.
"모레나 엄마는 나를 야단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그날 오후 1시 30분경, 점심을 먹은 후 사라는 오빠와 사촌과 함께 집 근처에 있는 전자 오락기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전기 누전 사고로 갑작스럽게 목숨을 잃고 맙니다.
충격적인 사고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사라의 가족들은 이 모든 일 안에 하느님의 커다란 사랑의 계획이 감추어져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모레나 엄마"는 아이가 상상한 인물이 아니고 성모님이었습니다. 부모는 남미 볼리비아에서 공경하는 성모님 중에 “모레나 성모님”이 있음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성모님의 모습은 사라가 설명한 것과 똑같았습니다. 사라가 "하늘색 머리"라고 한 것은 성모님의 푸른 머릿 수건이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모레나 성모님의 기념일이 바로 8월 5일, 사라가 하늘로 간 바로 그날이라는 사실입니다. 성모님께서는 세상을 위한 하느님 사랑의 계획에 어린 사라의 협력을 원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일어난 첫 번째 기적은 바로 사라의 부모의 회개입니다. 사실 사라의 엄마 안나는 오래전부터 하느님께 마음을 닫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어린 시절 아버지가 엄마를 총으로 살해하는 비극적인 일을 목격했고, 그 후로 아버지처럼 의지했던 형부마저 파킨슨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자신에게 이런 슬픔과 괴로움을 허락한 하느님과는 더 이상 함께할 마음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딸아이마저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그야말로 어머니 안나는 모든 것이 무너지는 절망적 상황에 처했습니다.
심한 괴로움으로 그녀는 죽은 딸의 모습도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딸에게 마지막 인사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 안 그러면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친구의 말에 죽은 딸과 마지막 인사를 하려고 갔는데 그 순간 기적을 체험합니다.
“나는 완전히 절망적인 상태로 사라를 보러 갔습니다. 그런데 사라의 얼굴이 환하고 평화로웠습니다. 너무나 아름답게 변해 있었습니다. 그 순간 내 안의 모든 것이 바뀌었음을 느꼈습니다. 나는 아주 깊은 평화를 느꼈으며, 전에는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했던 커다란 기쁨을 체험했습니다.
남편과 나에게 주님의 성령이 내려온 것입니다. 그때 내가 깨달은 것은 이것입니다.
'사라는 죽은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한 것이다. 성모님께서 사라를 당신 품에 안아 천국으로 데려가셨다.'
내 안에 들어오신 하느님께서는 사라가 당신과 함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
사라의 가족 모두가 회개의 은총을 얻었습니다. 가족에서 그치지 않고 은총의 받은 사람들의 수가 계속 늘어났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라의 전구를 통해, 폭력이나 분쟁, 이별의 상처로 고통당하는 수많은 가족에게 치유와 화해의 은총을 주고 계십니다. 이 작은 생명의 희생으로 하느님의 계획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봅니다.
“엄마를 버리고 모레나 엄마에게 갈 거니?”라는 질문에 “응.”이라고 대답한 것은 아이로서는 곧, “내 티없는 성심에 봉헌하여라.”하신 성모님의 요청에 응답한 것과 같습니다. 성모님께서는 사라와 같은 이런 작은 영혼들의 봉헌을 통해 티없으신 성심의 승리를 이루어가고 계십니다.
(마리아지 2024년 1•2월호 통권 243호에서)
☆ 영성 잡지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마리아지를 구독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마리아지는 격월지로 1년에 6권이 출판되며 1년 구독료는 18,000원입니다.
주문처 : 아베마리아 출판사
첫댓글 엄마
나의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