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 2012년 3월 18일(매달 셋째 일요일)
참석인원 : 분당산사랑 산우회 회원들과 함께
날 씨 : 구름 뒤 맑음
여수 세계박람회 덕분에 도로가 많이 좋아졌단다.
난 솔직히 여수나 광양이 전라남도에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모른다.
6시 20분에 청구상가에서 출발한 버스는 10시가 되니 광양시 옥룡면에 도착했다.
저 멀리 봉우리마다 산안개가 쫙~깔려있고, 가까운 밭에서는 땅을 가는 농부의 모습도 보인다.
잿빛 하늘도 우리가 도착하니 조금씩 파랗게 갠다.
차창 밖에는 계곡물이 좔좔좔~♪ 흐르고 있었다.
남녘이라 그런지 겨울의 흔적이라곤 찾아보기 힘들군.
처음으로 산악회에 가입해서 처음으로 다른 이들과 함께 걸어가봤다.
전국 각지에서 요즘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고 있는데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고로쇠<--骨利樹는 풍수지리학의 시조로 알려진 도선 스님(신라末)이 참선후 펴지지 않던
무릎이 이 수액을 마시고 무릎이 펴졌다는 유래담이 있다.
골다공증과 관절염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통 사서 마시면 효험이 있을것이다.
그런데 말 못하는 나무한테 너무한 것은 아닐까?
뿌리가 저렇게 많이 노출되어 있는데 사람들은 건강음료 만든다고 흙 한 줌 덮어주지 않고
군데군데 호스를 꽂아 수액만 받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쯧쯧~
나무뿌리가 드러나 있으면 햇빛에 노출되어 생육에도 지장을 받겠지만,
등산객의 안전사고와도 깊은 관계가 있음을 알고 있을텐데...
자연을 배려하지 않는 경제활동이 무슨 가치있는 지역문화전통인가?
삽 한 자루 들고 다니면서 호스를 꽂아도 될 일이다.
들머리 부근의 겨울 가뭄탓인지 계곡의 수위가 바닥위로 조금 올라온 정도다.
길섶에는 봄나물로 먹을만한 '쑥'이 올라온다.
냉이도 꽃다지도 하나 둘씩 고개를 내밀고 있다.
등산로 초입까지는 산새 소리가 종종 들리더니 중간부분부터는 까마귀 소리 외에는 들리지 않는다.
땅이 마치 지점토처럼 변해있다. 직경 20~50cm 되는 돌멩이들이 군데군데 등산객의
발걸음을 위협하고 있었다.
괜히 조심하지 않고 돌멩이를 헛디뎠다가는 영락없이 병원신세를 져야할 것이다.
몇 년전 지리산의 눈꽃을 잊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몇 년이 지나더라도 백운산의 산안개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갑자기 시 한 편이 툭~하고 내 가슴에서 튀어나올 뻔했다.
마지막 사진에 나오는 곳은 정말 산림 공무원이 눈으로 직접 보고 빠른 조취를 취해야할
곳이다.(겨울 산행시 실족위험) 이렇게 위험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산은 처음이다.
나홀로 산행을 하는 이유는 많다. 남들과 보조[步調]를 맞출 필요가 없고,
자유롭게 자기의 관심사(산림욕, 명상, 풀꽃 사진...)에 대해 시간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등산객이 많아 지하철 역에 등산을 자제해 달라는 현수막이 붙어있는 도봉산이 생각난다.
꼬리에 꼬리를 바짝 물고 종종걸음으로 올라갔다가 내려오기 싫어서 새벽에 올라갔다가
아침 11시에 내려오곤 했었다. 이제 한 달에 한번씩은 사람들과 함께 등산해 보기로
마음먹었으니 단체 산행의 좋은 점만 생각하며 산에 오르자!!
신선대라는 봉우리가 나왔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선명함에서 희미함으로 이어지는
절경들은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해준다.
신선대로 올라가는 길은 가뜩이나 위험한데 통로는 한 사람만 오르거나 내려갈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성질 급해서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암석 부분으로 올라간다고
난리칠 까봐 걱정된다. 그래도 경치 하나는 끝내준다.
오늘같은 날씨라면 신선이 되어 바둑 한 수 두고 싶어진다.
(실제로는 못 둔다. 오목, 알까기밖에 못한다. ㅋㅋㅋ)
해발 1000미터가 넘는 신선대와 백운산 정상 부근에는 까마귀들이 활강과 활승을 반복하며
한창 연습 중이다. 세계선수권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처럼 말이다. (^_^)
하늘의 박태환이요, 하늘의 김연아였다.
어떤 산악회의 선두인 듯한 사람이 무전하는 소리에 빵 (^v^) 터졌다.
*********- "신선대는 외길이라서 복잡심다.(복잡합니다)"
신선대에서 이 봉우리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인간이란 참 욕심쟁이로구나. 저 좁아터진 산마루에서 사진 한 방 멋지게 박겠다고 저렇게
아귀다툼을 하고 있다니... "쯧쯧"하며 혀를 찼다.
제대로 된 안전시설도 갖춰지지 않은 이 곳!! 문제가 있는 산이다.
그리고 꼭대기에 써 있는 해발고도 표시석... 정말 웃기다. 0.2m 까지 표기했어야 할까?
20cm를 굳이 써 놓은 이유는 뭘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된다.
정상을 밟았으니 이제 남은 것은 즐거운 식사와 하산(下山) 뿐이다.
분당 산사랑 산악회 회원들이 모여서 벌써 돗자리 깔고 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난 오늘 처음인게 너무 많다.
혼자 다니다가 여럿이 온 것도 처음이요, 평소에는 과자와 물만 싸오다가 처음으로
밥과 반찬도 싸온 것이다. 산에서 기념사진은 찍어줘 봤어도 기념사진에 찍힌 것도 처음이다.
사람들과 나눠 먹으니 좋고, 못 마시는 막걸리지만 기분 좋게 한 잔 걸칠 수 있어 좋았다.
서로서로 챙겨주기도 하고 떨어진 체력도 보충하고 땀도 식히고......
솔직히 처음이라 기존 회원과는 서먹서먹한게 사실이다. 당연한 일이기도 하고...
하지만 권위를 내세우거나 무언가를 뽐내려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어서 좋다.
계속 이랬으면 좋겠다.
백운사(白雲寺) - 나에게 대웅전, 백운당, 산영각 같은 불공드리는 건물은 그저 여길
지나갔다는 인증사진찍기용 건물일 뿐이다. 이 절의 진정한 가치는 산객의 걱정(?)을
해결해주는 일을 하는 것이다.
바로 응가(大)와 쉬~(小)를 해결할 수 있는 해우소(解憂所)가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산사를 들러봤지만 백운사의 해우소처럼 크고, 무섭고, 적나라하게 눈과 귀를 자극하는
해우소는 처음이었다. 이 해우소를 지나니 조금씩 지루하고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하산하는 길은 그리 험하지 않으나 콘크리트로 된 길이 왜 그렇게도 꾸불꾸불하고 길기만 하던지...
그나마 식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희귀 야생화인 [히어리]를 만날 수 있어 기뻤다.
생강나무꽃도 노랗게 피어있고, 꽃은 이미 져버렸지만 역시 구경하기 힘든
야생화 [복수초]도 사진 찍을 수 있어 좋았다.
회원 중에는 좋은 사진기를 들고 다니시는 분들도 있는데 내 사진기는 바로 휴대폰에
달려있는 300만 화소짜리 파랑색 폰카다. 이 사진들은 모두 휴대폰의 작품들이다. ㅋㅋㅋ
길고 긴 하산길이 끝났다. 요행 버스를 타는 곳 근처에는 동곡 계곡이라는 깨끗한 물이 흘렀다.
어차피 더이상 빡세게 걸을 데도 없으니 시원하게 발이나 담가봐야겠다며 양말을 벗어던졌다.
우왕~~ 대빵 차갑다.
그런데 또 옆에 있던 어떤 사람의 말에 또 빵 (^v^) 터졌다. - "물 찹지예?(차갑지요?)"
PS.광양 매화축제
광양에 왔으니 매화꽃이 피는 마을에 오는 것은 당연한 일, 이곳에서 꽃 구경하고나서
저녁을 사준다고 한다. 왕복 차비에 밥값까지 생각하면 3만원이라고 하는 회비는 절반의
로또나 다름없는 것같다.
그런데 사람들을 놓쳤다. 가방에 노란 글씨로 '분당 산사랑' 글자를 찾으려해도 아무도 없다.
저 뒤 주차장에 버스는 그대로 있건만... 해가 지고 추워지려하는데 당황스러웠다. 행사장을 한 바퀴 돌아 다시 버스로 가는데 다행히 나를 찾고 있던 총무님을 만났다.
첫 산행에서 '미아(迷兒)'될 뻔 했네. ~ 휴우!!!
산행이 끝나고 저녁 먹으며 술 한 잔 하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
하지만 난 술을 한 잔이라도 마시면 얼굴이 홍당무처럼 새빨개지 때문에 예의상 받긴 하는데
한 잔만 마신다.
남들은 나더러 사회생활 하기 힘들겠다고 하지만 술 때문에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
저녁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오른쪽에 섬진강이 보인다.
더 나가니 불 켜진 화개장터도 나타났다. 긴장이 풀어지는 만큼 허벅지가 땡겨온다.
원래 이 정도로 아파본 일이 없었는데... 다음 정기 산행은 '남한산성'이다.
시산제를 겸하기 때문에 많이 참석해 달라고 산악대장님의 당부가 있었다.
나 역시 다음 산행에 참석하면 나의 닉네임대로 싹수가 있는 것이요,
불참하면 싹수가 노랗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제발 중간고사 대비수업과 겹치지 말아야 할텐데......
첫댓글 정말 위험구간이 많긴 하더라구요~ 처음으로 같이한 산행 즐거웠습니다~ 모처럼 산행기가 올라와서 더욱 반갑습니다~
앞으로도 쭉 함께하며 좋은 산행기 부탁드려요~~~
산에 오르지 못했지만 다녀온듯 너무멋진 설명 이었읍니다. 보면서 계속감탄사연발 ...수고수고하셨슴
처음 산사랑회원이 되신 싹수님의 산행사진과 더블어 산행일지 감하고 갑니다 다음산행에서 뵙겠습니다
산우회는 동참하면 할수록 인간미 넘치는 산우회입니다
제가 참석한다면 무조건 산행기는 올리겠습니다. 제가 할 줄 아는 거라곤 겨우 몇 자 끄적거리는 것밖에 없걸랑요!!
정말 날도 좋았고, 막걸리도 맛있었어요. ~ 고맙습니다. ^^*
함께한 첫 산행 반가웠고 즐거웠습니다~~,아울러 훌륭한 산행기 감사합니다
산사랑 산악회에 싹수가 보이는 싹수를 맞이한것 같아 아주 아주 좋~습니다, 담산행에 꼭 뵈요 ^**^
필력이 대단하시네요. 즐감하고 갑니다.^^
싹수님 첫 산행 동참 축하드리고요, 산행기까지 멋지게 올려주시고... 산사랑에 신고식을 싹수 있게 하셨습니다.
참 좋은분들로 구성된 산행 모임입니다, 자주 오세요 환영합니다.^00^
그런데 누가 누구인지 제대로 몰라서 감사의 말씀을 어떻게 드려야 할 지 모르겠네요. 저는 선생님인데도 얼굴 보고는 잘 기억을 못해요. 꼭 이렇게 글로 써야 제대로 알게 된답니다. 아무튼 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몇번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겁니다~
첫산행에 환영인사를 못해서 서먹하긴 합니다만 멋진 산행기 읽으며 못간 아쉬움을 달랩니다.
감사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재미있게 잘쓰시네요! 사진도 핸드폰으로 찍으신게 이정도면 잘 찍으시는 실력가 신거 같고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