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동대구역 광장.
몇몇 사람들이 마이크도 설치하고, 음향기계도 맞춰보면서 공연준비를 한다. 이내 노래소리가 온 광장으로 울려퍼졌지만, 광장을 지나던 시민들은 호기심에 흘끗 한번 쳐다보곤 발걸음을 재촉한다. 간혹 무대 앞에서 서서 노래를 듣는 이들도 있다.
『안녕하세요. 「우리 여기에」 박창근입니다. 결식아동들과 무의탁노인을 돕기 위해 이 자리에서 공연을 열고 있습니다』
2집 앨범까지 낸 전문 노래꾼인 박창근(유스티노.31.대구 이곡본당)씨는 1년째 동대구역 광장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빠짐없이 거리공연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우리 여기에」란 모임을 만들었다.
박씨를 빼곤 대부분 직장인들이라서 매주 토요일 공연 때마다 나오긴 힘들지만, 그래도 몇몇 회원들이 꾸준히 나와서 함께 공연을 갖고 있다.
박씨가 거리공연을 시작한지는 더 거슬러올라간다. 6년전부터 결식아동을 돕기 위해 여기저기서 거리공연을 해오던 것이, 이젠 「우리 여기에」란 공연단을 꾸리고 사랑나눔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결실을 맺었다.
『공연단을 만든 후 지하철 공연문화를 살리기 위해 1년째 이곳에서 공연을 갖고 있지만, 시민들은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죠. 그래도 언젠가는 문화적공간으로 활성화되고, 또 나눔의 문화도 뿌리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이 자리에 계속 설 생각입니다』
박창근씨는 공연때마다 귀에 익은 가요와 함께 생명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자신의 자작곡들을 부른다. 들어주는 이가 없어도, 경쾌하게 기타를 퉁기며 맑은 목청을 뽑아낸다. 하루 몇시간을 불러도 모금액이 1만원 남짓 나올때도 있지만, 모금함에 힘내라는 쪽지와 함께 한곡이라도 함께 들으면서 관심을 가져주는 이들을 볼때면 오히려 감동을 받는다.
한달간 거리공연으로 모은 성금을 결식어린이와 무의탁노인 등 여덟 가정에 꼬박꼬박 보내준다. 지난달까지는 다섯 가정에 모금액을 나눴는데, 배고픈 이웃들에 대한 지원을 꾸준히 늘려가는 것이 현재 박씨와 「우리 여기에」의 바람이다.
『밥굶는 아이들이 있는 한 계속 노래할 것』이라는 그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계속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공연이 끝난 후, 그는 이라크파병 반대집회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광장은 이내 고요해졌지만, 그위로 내리쬐는 눈부신 가을햇살마냥 소외된 곳을 비추는 사랑과 희망으로 가득 메워진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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