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쌀을 먹기 시작한 시점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으나 우리나라에서는 3000년 이상 재배되어온 식량작물이고 사람들이 주식으로 밥을 선택하기 시작한 것은 통일신라시대부터라고 한다.
쌀은 밀, 옥수수, 감자와 함께 세계 4대 식량작물이고 전 세계에서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인구는 약 30억 명으로 추산된다.
쌀은 우리 민족에게는 식량자원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더불어 살아가는 생활공동체를 이루는 기본이기도 하였다.
가족을 식구라고 부르는 것은 밥을 함께 먹는 의미이고 사람들이 살기 좋다는 배산임수는 벼를 재배하기 좋은 자연지형을 의미하기도 한다.
쌀의 한자어인 미(米)자를 풀어서 나누어 보면 八十八(88)이 된다.
쌀을 생산하려면 여든 여덟 번의 손길만큼의 정성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고 8월 18일은 ‘쌀의 날’이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음식은 밥을 먹기 위해 차려지는 것들이다. 그래서 ‘한식은 밥으로 통 한다.’ 또는 ‘한국인은 밥심으로 살아간다.’ 라는 말이 생겨났다. 예를 들어 점심을 칼국수로 먹기로 했으면서 ‘어디 가느냐.’고 물으면 ‘밥 먹으러 간다.’고 하고 요즘과 같이 전국적으로 수해가 심하여 농산물 가격이 오르고 특히 채소 가격은 피부로 느낄 정도의 등락폭이 심한데도 식당에 가서 김치나 채소로 만들어진 각종 반찬은 무료로 추가가 되지만 공기 밥 추가는 여지없이 1,000원이 매겨진다. 원료비용으로 따지자면 당연히 반찬값이 비쌀 것이지만 이는 ‘밥(쌀)’이 가지고 있는 마음속의 가치 또는 먹거리로서의 최상위 개념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중국의 신화에서는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한 인류를 구하기 위해 나타난 식량이 쌀이라고 하였다. 관음보살이 굶주린 인간을 위해 가슴을 쥐어짜 벼 이삭에 그 젖이 흘러들어 벼 이삭이 되었고 더 세게 가슴을 쥐어짜 젖과 피가 뒤섞여 벼에 흘러들어갔고 쌀에 붉은색, 흰색과 같은 여러 변종이 생겼다고 한다. 벼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비옥함이고 금전이고 비를 내려주는 영물이다. 동양문화권의 나라에서는 벼를 지붕위에 올려 두면 불운을 방지한다는 믿음이 있고 벼를 가득 채운 상자를 현관 근체에 두면 액운을 물리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벼를 공중을 향해 던지면 비가 내린다고 믿는 이들도 있었고 신혼부부의 다산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그들을 향해 벼를 던지는 풍습도 있다.
쌀은 우리나라 사람의 주요 에너지를 공급하는 재료로서 어른이 필요한 하루에너지의 30∼40%를 공급하고 있지만 쌀눈과 쌀겨에는 단백질, 식이섬유, 미네랄과 같은 10여 가지의 영양성분이 존재한다.
쌀에는 6∼7%, 밀가루에는 10∼11%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어 언뜻 보기에는 밀가루가 더 많은 단백질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 몸속으로 들어와 이용되는 비율로 따져보면 쌀은 70∼80%이고 밀가루는 40∼50%이기 때문에 양질의 단백질은 쌀이 더 많이 가지고 있다.
특히 쌀에는 우리 몸의 뼈 발달과 혈관건강을 돕는 필수 아미노산인 ‘라이신’이 다른 곡물에 비해 2배 가까이 많다.
다이어트 열풍과 더불어 밥이 비만의 원인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이는 터무니없는 소리이다. 사실 비만은 섭취에너지에 비하여 운동에너지가 적으면 어떤 음식물이건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가?
눈과 귀를 현혹하는 자극적인 목소리에 동요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미국 듀크대학 의대에서는 70년이 넘도록 ‘쌀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4주 만에 남성은 13.6kg 여성은 8.6kg의 평균 체중감소를 경험하였고 1년 후에는 전체 대상자의 68%가 요요현상을 경험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연간 쌀 생산액은 9조원정도 이지만 논의 홍수조절 기능이나 경관보전과 같은 공익적 가치를 포함한 부가가치는 32조원으로 농업경제에서 큰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식생활의 변화로 쌀 소비량은 줄어들고 있다. 물론 생산량도 제자리걸음이다.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30년 전에 비해 1/3 수준으로 떨어진 55kg 정도이다.
쌀은 너무 비싸면 소비자들이 부담이고 너무 싸면 농업 기반이 붕괴될 수 있고 농민들도 아우성이다. 정부는 공공비축제를 활용해 쌀을 방출하거나 매입하면서 가격을 조정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농민이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충돌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농민들은 농정실패를 주장하고 정부는 소비가 줄어드는데 농민들은 생산량을 줄이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진짜로 우리나라에서 쌀이 남아도는 것이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어찌되었든 국민들이 먹어야 할 식량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확보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식은 쌀이다.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한반도 논에는 논벼 1,259종과 밭벼 192종이 있었다고 한다. 일제 식민지 시대를 거치면서 대부분 사라졌지만 쌀은 배고픔을 해결하는 밥의 기능에서 맛과 건강기능성을 가진 식품으로 발전하고 있다. 다이어트나 키 크는 건강기능성 쌀, 특정질환 환자를 위한 의약용 쌀, 미네랄이나 항산화물질 강화 쌀, 화장품과 같은 산업소재로 이용되는 쌀과 같은 새로운 시도들이 이미 우리 곁에 와있다.
쌀에 대한 오해와 수입량 확대, 재고량 증가로 주름이 늘고 있는 농민들을 위해서라도 ‘밥’으로 인식되는 쌀만을 보지 말고 우리 주변에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는 쌀에 눈을 돌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