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국민일보 2013-3-31
[긴장의 한반도] “北 도발시 美본토 전력까지 동원해 제압”
연일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에 대해 우리 군도 철저한 대응을 거듭 천명하고 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30일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도발 시 우리의 모든 전력뿐 아니라 미국 본토 전력까지 동원해 일거에 제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워크숍에서 북한의 동향 및 대응태세를 보고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북한의 위협에 한·미가 공고하게 협력하고 있고, 주한미군은 물론 주일미군, 하와이 태평양사령부 소속 전력뿐 아니라 본토에서도 지원이 있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지난 28일 핵무기 장착이 가능한 스텔스 전폭기 B-2 2대가 미 본토에서 출격해 한반도에서 폭탄투하 연습을 한 뒤 돌아간 것이 이를 보여준다. B-2 전폭기는 한·미 연례 야외기동훈련인 독수리 연습의 일환으로 미 본토에서 공중급유를 받으며 10여시간 만에 한반도에 출격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한·미 군 당국은 31일 북한의 수사(修辭)적 위협에 단계적으로 대응한다는 원칙 하에 북한이 추가적인 위협을 할 경우 강화된 대응 의지를 과시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수사적 위협이 실제 도발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며 "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주말에도 휴전선 일대에서 방사포를 방열해 점검하는 훈련을 실시하는 등 동계훈련을 계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해병대는 창설기념일(4월15일)이 있는 4월을 '전승(戰勝) 결의의 달'로 정하고 독수리 연습에 참가한 미 해병대와 함께 연합훈련을 하기로 했다. 우선 경북 포항과 경기도 포천 등에서 상륙훈련과 전술훈련, 기계화부대 실기동 사격 등 4회의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백령도 연평도 등 서북도서나 김포 2사단 등에서는 북한의 국지도발에 대비한 한·미 합동 전술토의를 개최키로 했다. 해병대 관계자는 "북한의 국지도발을 염두에 둔 '한·미 공동대비계획'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북도서에서는 북한의 각종 도발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1일 1회 이상 불시 상황조치 훈련과 거점점령 훈련을 시행한다. 적 항공기 침투와 기습점령 기도에 대비한 공중 및 해상 사격훈련도 실시할 예정이다. 이호연 해병대사령관은 정신무장 강화 차원에서 예하부대 장병에게 전의(戰意) 고양 서신을 내려보내는 한편 전승결의를 담은 현수막을 각 부대에 게시토록 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보도) 한겨레 2013-3-31
“북, 자살행위 할까” “제한적 충돌 가능성”
미 ‘본토 타격계획’에 민감 반응
NYT·CNN 등 언론 집중보도 전문가들은 ‘미사일 능력’에 의문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계획을 세우고 남한과의 전시상황에 들어간다고 밝힌 데 대해 미국 사회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지난 29일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인민군 수뇌부와 연 회의를 찍은 사진에 ‘전략군 미 본토 타격 계획’이라는 글씨가 노출된 상황판을 집중 부각시켰다. <뉴욕타임스>는 이 내용을 1면 기사로 다뤘고, <시엔엔>(CNN)과 <폭스뉴스> 등 방송들은 30일(현지시각) 하루 종일 주요 기사로 내보냈다.
언론들은 북한의 위협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의문을 표하면서도, 자칫 오판으로 제한적 무력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국방부가 현재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며 “긴장이 고조되면서 제한적 무력충돌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군사공격을 앞둔 나라가 세계에 전투 계획을 방송하지는 않는다”며 “북한의 선전·선동가들이 김정은 제1비서를 서투른 지도자로 보이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북한이 정말로 미국에 미사일들을 발사해 자살행위를 할 의도가 있겠는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향상시켰으나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은 아직 갖추지 못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한국이나 일본, 괌 등 미군 주둔지역이 타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시절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냈던 크리스토퍼 힐 덴버대 교수는 <시엔엔> 인터뷰에서 “미국에 대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실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진짜 위험은 북한이 남한에 뭔가를 하고 여기에 남한이 대응을 하면서, 미국이 남한을 방어하기 위해 깊게 연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호전적 수사에 대한 분석도 다양하게 나왔다. 힐 교수는 “북한의 엄포가 과거보다 강하고 장기간 이어지고 있어 무시해선 안된다”면서도 “이는 북한 국내 정치와 관련돼 있다. 군부가 일반 국민들에게 김정은을 ‘거친 지도자’로 각인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시엔엔> 인터넷판 기고문에서 북한의 최근 행태는 대내외적인 압박을 통제하기 위한 ‘자기방어 기제’가 최고조에 달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은 오랜동안 내부를 통제하고 결집시키기 위해 외부 위협을 과장하는 한편 국제적 상황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이런 자기방어 기제를 이용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는 강력한 대북 금융제재, 한·미 합동 군사훈련,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설치 등이 복합적인 요소로 작용한데다, 언론이 ‘김일성 부자 동상 정밀 타격 계획’을 보도한 것도 북한을 자극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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