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
이홍섭 시인
젊은 아버지는
어린 자식을 버스 앞에 세워놓고는 어디론가 사라지시곤 했다
강원도하고도 벽지로 가는 버스는 하루 한 번뿐인데
아버지는 늘 버스가 시동을 걸 때쯤 나타나시곤 했다
늙으신 아버지를 모시고
서울대병원으로 검진받으러 가는 길
버스 앞에 아버지를 세워놓고는
어디 가시지 말라고, 꼭 이 자리에 서 계시라고 당부한다
커피 한 잔 마시고, 담배 한 대 피우고
벌써 버스에 오르셨겠지 하고 돌아왔는데
아버지는 그 자리 서 계신다
어느새 이 짐승 같은 터미널에서
아버지가 가장 어리셨다
이홍섭 시인
1965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강릉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경희대 대학원에서 「박인환 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동국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대학교 3학년 재학중이던 1990년, 『현대시세계』를 통해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시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시집 『강릉, 프라하, 함흥』『숨결』『가도 가도 서쪽인 당신』『터미널』과 산문집 『곱게 싼 인연』이 있다.
2000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학평론가로 등단했다.
첫댓글 반갑습니다.
올려주신 精誠이 깃든 作品 拜覽하고 갑니다.
恒常 즐거운 生活 속에 健康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홍섭 시인님의 터미널
젊으셨을 때의 아버지와 늙으신 아버님을
늘 터미널에서 만나고 헤어지셨나 봅니다
워낙 좋은 작품이라 이해하기가 쉽지 않네요
좋은 작품을 소개해 주셔서
많은 공부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무척 더운 날씨입니다
시원하게 보내시는 주말 되십시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