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유혹 (1500)
후안 데 플란데스
후안 데 플란데스(Juan de Flandes, a.1465-1519)는 플랑드르 출신으로
15세기 후반부터 16세기 초반까지 스페인에서 활동한 화가이다.
그는 1496년 현재의 스페인 중부에 있던 카스티야 연합왕국으로 이동해
카스티야의 여왕인 이사벨라 1세를 섬기는 궁정화가로 활약하였다.
그는 스페인에서 활동하며 종교적 주제의 작품을 제작하였고,
특히 15~16세기부터 스페인에 전해지기 시작한 르네상스 미술을 기반으로
작품을 제작하였는데, 원근법의 사용이 두드러지고
서정적인 풍경 표현과 완벽한 구도가 돋보이며,
인물과 풍경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가 1500년경에 그린 <그리스도의 유혹>은
마태오복음 4장 1-11절과 루카 복음 4장 1-13절이 그 배경인데,
이것은 이사벨라 1세를 위해 만들어진 제단화
<그리스도의 생애>와 <성모의 생애> 47개의 작은 패널 중 하나이고,
이 작품은 현재 워싱턴디시 국립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 작품은 예수님께서 천상의 색인 푸른 옷을 입고
광야에서 사탄에게 세 가지 유혹을 받으시는 장면인데,
전면에 있는 사탄은 프란치스칸 수도복을 입고 오른손에 묵주를 쥐고
왼손에 돌을 들고 예수님께 다가선다.
뾰족한 수염과 뿔, 그리고 파충류의 발이 그가 악마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사탄은 예수님께 돌을 빵으로 만들어보라고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손을 저으며 그에게 대답하셨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마태 4,4)
오른쪽 나무 뒤에 있는 고딕 성당 위에 희미하게 두 사람이 서 있다.
사탄은 예수님을 데리고 거룩한 도성으로 가서 성전 꼭대기에 세운 다음,
그분께 뛰어내려 보라고 하면서, 뛰어내리면 천사들이 돌봐주지 않겠냐고 말한다.
예수님께서는 사탄에게 이르셨다.
“주 너의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마태 4,7)
왼쪽 절벽 가장자리 위에 두 사람이 서 있다.
사탄은 다시 그분을 매우 높은 산으로 데리고 가서,
세상의 모든 나라와 그 영광을 보여주며,
만일 예수님이 자기에게 경배한다면 세상 모든 나라를 주겠다고 유혹한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사탄아, 물러가라.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마태 4,10)
지금도 우리를 하느님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유혹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먹고 사는 문제이고,
두 번째는 하느님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려는 교만의 유혹이며,
세 번째는 하느님보다 세상의 부귀영화와 타협하려는 유혹이다.
우리는 지금 어떤 유혹에 걸려 넘어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