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주일미사 활성화를 위한 노력
‘신앙의 해’를 지내면서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는 “‘교회의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동시에 거기에서 교회의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인 전례’(전례헌장, 10항), 특히 성찬례가 신앙의 경축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믿음의 문」, 9항)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신앙의 해 공지를 통해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신앙의 신비와 새로운 복음화의 원천인 성찬례 안에서 교회의 신앙이 선포되고 기념되고 강화되기에 모든 신자는 주님의 참다운 증인이 되기 위하여 성찬례에 적극적으로 효과적으로, 또 의식적으로 참여하도록 초대받는다고 하였습니다(공지 IV.2. 참조). 그럼에도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3차 정기총회 의안집이 진단한 대로 오늘날 전례 거행은 형식화되고, 예식들이 거의 습관적으로 반복되며, 깊은 영적 체험이 부족하여,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대신 멀어지게 만들고 있는 측면이 분명 있습니다(의안집, 69항 참조). 오늘날 주일 미사 전례 거행의 위기를 극복하고 모든 신자들이 앞서 이야기한 전례헌장의 가르침을 새롭게 인식하기 위해 우리 교회 구성원들이 다 함께 노력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습니다.
1) 주일 미사 준비에서 사제와 신자의 노력
미사의 준비와 거행에서 사제의 태도와 역할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전례는 사제의 노선과 방향에 따라 크게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사제가 어떻게 자신의 고유한 역할과 관련해서 준비하고, 전례 봉사자들과 신자들을 교육하고 배려하는지에 따라 공동체의 미사 전례는 크게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미사 전례의 분위기에서 주례 사제의 태도는 크나큰 영향을 줍니다. 이에 대해 「미사 경본 총지침」은 “사제가 성찬례를 거행할 때에는 하느님과 백성에게 정중하고 겸손하게 봉사해야 한다. 또 자기 태도와 동작을 보이고 거룩한 말씀을 전하여 신자들에게 그리스도의 생생한 현존이 스며들게 하여야 한다.”(93항)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교구별 토론에서 사제들은 성실한 강론 준비와 최대한 정성스럽고 경건하게 미사를 주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경문을 최대한 또박또박 읽으면서도 적당한 속도로 읽는 것이 중요하며, 신자들을 향해 야단치거나 화내기보다는 위로와 용기를 주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신자들의 마음에 와 닿는 강론, 철저히 복음 중심의 강론을 해야 하며, 미사 전례에 집중하여 정성을 다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일 미사 활성화를 위해서 사제들이 해야 할 노력 가운데 신자들은 마음에 와 닿는 강론, 복음 중심의 강론을 원한다는 의견을 가장 많이 제시했습니다. 이어서 미사 전례에 집중하여 정성을 다하며, 미사 때 신자들을 야단치지 않고 오히려 위로하며, 미사 전에 일찍 성전으로 나와서 신자들을 환대하며, 기도하고 고해성사를 집전하는 사제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어서 여러 가지 전례 외적 환경으로부터 전례 분위기를 유지할 것과 주례 사제마다 달라지는 전례 방식에 대해 혼란스럽다는 의견을 제기하는 신자들도 있었습니다.
사제는 자기 자신이나 자기 개인의 의견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를 가장 우선으로 두어야 합니다. 자신을 전례 행위의 중심으로 삼으려는 모든 시도는 사제의 신원을 거스르는 일입니다. 사제는 무엇보다 다른 이들을 위한 종이므로 주님의 손에 맡겨진 순종적인 도구로서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표지가 되도록 언제나 노력하여야 합니다. 이는 특히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어떤 것도 피하면서 자신의 마음과 정신을 예식에 일치시켜 이를 충실하게 따르면서 전례모임을 이끄는 겸손으로 드러납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말하였듯이, 사제직은 사랑의 직무, 자기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착한 목자의 직무입니다(「사랑의 성사」, 23항).
주일 미사 전례를 위한 신자들의 준비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신자들은 내적인 마음가짐뿐 아니라 외적으로도 성실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주님을 온전히 만나기 위해 집에서부터 성경을 봉독하고 공복재를 지키고 옷차림을 단정히 하며, 최소한 10분 전에 성당에 도착하는 것 등입니다. 또한 미사 중에는 전례 분위기를 유지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2) 전례 교육
신자들이 미사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미사 자체에 대한 이해와 이를 위한 전례 교육이 필수적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도 “영혼의 목자들은 부지런히 또 꾸준히 신자들의 전례 교육에 힘써, 그들의 연령, 신분, 생활 방식, 종교적 교양의 정도에 따라, 내적 외적으로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하여야 한다. 그럼으로써 목자들은 하느님 신비의 충실한 분배자로서 주요 임무의 하나를 완수하는 것이다. 또한 목자들은 이러한 일에서 말로만이 아니라 모범으로도 자기 양 떼를 이끌어야 한다.”(전례헌장, 19항)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교구별 토론에서 확인되었듯이 오늘날 대부분의 본당들에서 전례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본당 전례교육은 주로 특별한 전례시기―특히 주일 중의 주일이라고 할 수 있는 성삼일과 이를 준비하는 사순시기, 대림과 성탄시기―에 집중해서 이루어지거나, 그 대상도 전례위원회나 전례분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전 신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강론과 공지사항 시간을 이용해서, 또는 주보를 이용해서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교구나 지구에서 실시하는 전례교육에 대한 신자들의 인지도와 참여도, 만족도는 높지 않았습니다. 교구로 불러서 하는 교육보다 강사를 본당으로 파견해서 실시하는 교육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교구 주보를 이용하여 전례교육을 실시하고, 교육 내용으로는 「미사 경본 총지침」을 충실히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출하였습니다.
본당에서 여러 여건상 해줄 수 없는 교육을 교구나 지구(대리구)에서 담당할 필요가 있으며, 이때 전례교육의 내용으로는 형식적이고 기능적인 것보다 전례의 내적인 의미를 이해하게 하는 교육이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사제마다 전례 집전 방식이나 교육 내용이 달라서 혼란스럽기에 통일된 전례교육 지침 등을 교구별로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전례교육들이 전례 봉사자들만이 아니라 전 신자들을 대상으로 본당에서 정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3) 본당 전례(분과)위원회의 운영
미사가 형식화되고 예식들이 습관적으로 반복된다는 이야기는 일차적으로 미사 전례 거행의 준비가 충실하지 못함을 반영한다고 하겠습니다. 전례를 주관하는 주례 사제나 참례하는 신자들의 준비 소홀은 풍요로운 미사 전례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 요인일 것입니다. 신자들의 ‘능동적 참여’(전례헌장, 30.124항)를 촉진하고, “신자들이 천상은총을 충만히 받도록 올바른 마음의 자세로 전례에 참여”(「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 제40조 1항)하게 하려면 공동체가 함께하는 전례 준비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각 본당에서는 전례분과 또는 전례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례위원회에서는 주로 주일 미사 전례의 방향과 세부 내용을 설정하고, 이에 따른 전례 봉사자들의 역할 분담과 교육 실시가 우선적입니다.
교구별 토론에서는 각 본당마다 전례분과가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는 답변이 많았습니다. 모임은 보통 월 1회나 격월로 있고, 특별한 시기나 대축일에는 준비를 위한 교육이 있었습니다. 전례분과 모임은 크게 활성화되어 있지 못하다는 의견이 더 많았습니다. 곧 월 1회 모여서 해설자, 독서자 등 부문별 전례 봉사자 배정 정도만 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본당 전례(분과)위원회는 가급적이면 일주일에 한 번씩 개최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참석자는 주례 사제, 제의실 관련자, 성가대 대표, 해설자, 보편지향기도 담당자, 사무장 등입니다. 여기서 다가오는 주일이나 축일의 주제를 설명하고 관련 사항들을 논의합니다. 고유 주제의 성격과 전개에 따라 제대의 준비, 성가의 선택, 보편 지향 기도의 지향 등을 정합니다. 이어서 그날의 특성에 맞추어 특별 기도나 다른 형태의 예식이 가능한지를 논의합니다.
본당 전례(분과)위원회에서는 또한 봉사자 교육을 수시로 실시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전례 봉사자로서 소명과 긍지를 심어주어야 합니다. 이 전례분과를 통해 복사단 관리, 독서자 양성, 예물 봉헌자, 보편 지향 기도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주일 중의 주일이라고 할 수 있는 성삼일과 이를 준비하는 사순시기와 같은 특별 절기와 대축일을 앞두고는 특별히 전례 준비와 관련 봉사자들에 대한 설명과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것은 미리 전례력에 따른 사목 프로그램 안에서 전례를 준비하고 봉사자를 양성해야 함을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