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원청(잃어버린 도시) 文城
저자 : 위화 저/문현선 역
출판사 : 푸른숲 | 2022년 12월 02일
원제 : 文城
선정자 : 가을햇볕
모임일 : 2023-01-29 (일) 12시
장소 : 목동역 버거킹
작성자 : 크로
참석자 : 가을햇볕, 여름숲, 아름두리, 크로
[가을햇볕]
이 책을 선정하게 된 계기는 위화 작가가 오랜만에 신간을 냈고 이전부터 작가의 책을 좋아해서 선정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제목 원청은 문성의 중국어 발음이다.
처음에는 부제인 '잃어버린 도시'가 진짜로 원청의 뜻인 줄 알았다.
하지만 사전을 찾아도 안 나오고 책을 읽다 보니까 아청이 그냥 쭉 던진 말을 제목으로 한걸 알게 되었다.
위화는 글을 워낙 잘 쓰는 사람이란 작가의 책은 읽는데 전혀 지루함이 없었고 두꺼웠지만 가독성은 아주 좋았다.
서문에 보면 작가가 전기적 이야기를 다룬 것이고 시대 배경도 친절히 다 설명을 해준다. 시대배경이 청말민국초니까 민국이란 1911년에 신해혁명으로 청나라가 멸망이후 1912년부터 민국 1년이라 한다. 그래서 타이완 같은 경우는 지금도 민국 몇 년 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중국에 대한 경험이 나름 있어서 시대 배경을 떠나 이해가 잘 됐고 또한 서문에서 위화가 친절하게 이 시대 배경을 설명 해주어서 더 도움이 되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조선말 대한제국 그리고 일제강점기 그시기와 비슷한 때이며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고난 운명 팔자 뭐 이런 걸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잘 그려냈다.
그리고 몇 달 전에 크로님이 선정한 김유정의 '동백꽃' 단편들에서 나왔던 내용과 비슷한 부분들이 많았다. 아마 비슷한 시대를 배경으로 했기 때문일 것이다.
김유정 작가는 자신이 직접 보고 겪었던 것들을 소설로 만든 거고 위화 같은 경우는 그 시대를 직접 살아 본적이 없기 때문에 작가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소설을 썻을것이다.
특히 공감가는 부분은 김유정 단편에서 여자들이 빈곤하고 가정 형편이 어렵고 수입이 없어 몸을 팔아서 남편을 부양하는 모습이 몇몇 작품에서 나오는데 이 책에서도 비슷한 부분이 꽤많이 나온다.
그런 것들을 보고 참 사람 팔자 운명이라는 게 벗어나려고 애를 쓰더라도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위화 책 중에서도 아주 친절한 책으로 보인다.
원래는 이게 401페이지에서 끝났어야 정상인데 속편 내지는 별책 부록 비슷하게 후반부에 샤오메이와 아창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실어줌으로써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
위화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위화 작품 중에 '인생'이라고 있는데 그 소설은 책으로 보기 전에 영화로 먼저 봤다. 하지만 그 당시 중국에 있을 때 중국말을 다 알아듣지는 못하여 dvd들 사서 중국 자막을 보고 번역해서 보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이제 국내에 들어와서 번역판을 읽었는데 역시 그 감동 그대로 였다. 이 책이 인생이랑 스타일이 비슷하다.
이 책 역시 읽으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그런 감동은 없지만 계속 애잔한 감정이 끝날 때까지 잔잔하게 남는 힐링을 주는 책이다.
[여름숲]
이 책은 정말 흡입력이 어마어마한 것 같다. 안 읽고 있다가 명절 연휴 끝에 갑자기 생각나 하루에 다 읽었다. 위화의 글쓰기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이렇게 쉽고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한 한국어 서문에 '지금 우리가 알 수 없고 찾을 수 없는 세상에 많은 것들을 추측하고 조각을 모으는 것들이다.' 얘기했는데 아까 햇볕님이 말씀하신 청말 민국 초의 그런 시대상에서 만날 수 있는 수많은 인간상들의 이야기를 표현한 말이다.
큰 줄거리는 린샹푸와 샤오메이의 인생 역정이지만 그외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토비에게 잡혀가는 6명의 각각의 이야기다.
토비에게 잡혀가는 사람들은 각 민중의 부류를 대표한다. 만두집 사장, 돈 있는 집, 린바이저 대신 잡혀가는 천육량의 큰아들등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다.
장 선생, 왕 선생과 같이 그 시대의 어떤 한 그룹을 대표하는 사람들로서 잡혀갔다가 돌아오는 이야기는 작가의 민중들에 대한 애정을 각 인물에 잘 담아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쯤에 북양군의 군인들이 들어왔을 때 장교부터 사병까지 민중을 대하는 태도와 기녀가 당하는 모습들 그리고 '그 사람들을 극진히 대접하면 무사히 넘어가지 않겠느냐라'고 하는 그 당시에 갑부였던 구이민이 가지고 있었던 나름의 태도도 어쩔 수 없는 그 시대의 사람들의 모습일 것이다.
토비의 입장 또한 다 뺏겨서 토비가 되거나 토비가 되면 비록 약탈을 할 수밖에 없는 사항은 마치 현재 중남미에서 ’총맞아 죽거나 내가 깽이 되거나‘의 모습을 생각나게 한다.
이런 한 것들은 민중에 대한 작가가 가진 애착과 사랑을 아주 잘 표현했다.
글 초반에 아내가 도망갔다가 다시 돌아왔을 때 류상푸가 그 모든 게 인연이고 운명이라고 결론지었다. 그 후 아기가 생긴걸 알았을 때 궁합과 운명이 잘 맞는 것 같다고 한다.
또한 나중에 샤오메이의 원래 결혼했던 그 시아버지가 '이제 이게 다 운명이지'라는 표현은 어려운 시대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운명에 순응하며 따를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준다. 작가가 순리에 수긍한다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그걸 너무 역행하려 하면 더 괴로워지니 차라리 아픔을 보듬기 위한 운명과 순리를 얘기한 것이다.
작가는 스스로 전기 소설이라고 표현을 했듯이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당시의 시대상을 잘 표현했다.
귀가 잘려서 돌아온 왕 선생과 장 선생이 대립하는 모습과 문하생들을 데려갔다가 다시 데려오는 것에서 가슴이 아프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또한 인상적인 것은 토비사건이 터졌을 때 피난 가는 사람들과 맞서 싸우는 사람들을 보여주면서 그 시대에 다양한 사람들의 그런 모습들을 잘 표현했다
가을햇볕님이 말했듯이 이 작품은 작가의 전작인 '인생'의 소프트 버전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전 대표작 '인생'은 분량은 얼마 안 되지만 아주 임팩트 있게 응축해 놓고 강하게 사람을 때리는 무언가가 있다면 이 책은 그냥 스물스물하게 흘러가면서 하고 싶은 얘기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소설 내에서 문성이 그냥 지어낸 말이라고 나오는데 글자 그대로 글로만 존재하는 도시로 나는 받아들였다.
극중에서는 나오는 대로 뱉은 말이라 할지라도 이 위화가 도시 이름을 문성이라고 지은 것에는 그냥 문자로만 존재하는 곳 실재하지 않는 곳 그런 것을 의미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야기 구조도 아주 친절하다고 생각되었다. 여자 주인공의 스토리를 붙여준게 친절하기도 하지만 이것도 작가가 글을 쓰는 맥락에서 한쪽의 의견만 듣는 것이 아니라 이쪽의 의견을 통해서 이런 입장도 있고 저런 입장도 다 보여주는 것으로 굉장히 좋은 구성이라는 생각한다.
전편 린샹푸 이야기만으로도 완결성이 있었지만 이 뒤에 여주의 얘기가 들어감으로써 훨씬 더 풍성해지는 소설이 된 것 같아서 아주 좋았다.
[아름두리]
이 소설은 전자책도 400페이지 이상 되었다. 하지만 가독성이 좋아서 저녁때부터 시작해서 아침까지 단번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읽으면서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배경을 바꾸어도 어색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비 정도만 좀 세고 낯설지 그것 빼고는 뭐 비슷한 그런 삶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또한 토비 등장으로 미국의 서부 영화에 나오는 서부 시대 느낌도 많이 들었다. 어느 시대나 이처럼 공권력에 의해서 보호받지 못하고 환란이 닥치면 비슷할 것이다.
벌판에 상상속 성 하나 있고 마을 하나에 상가 있는 배경에 악당에게 당하면서 결국 민병대 차려서 스스로 자기 동네 지키려고 애쓰는 모습은 마치 서부 영화 본 듯한 그대로 였다. 그래서 우리나라 영화들 중에 서부 영화 비슷하게 중국 만주 가서 싸우는 '놈놈놈' 같은 영화 분위기 느낌도 났다.
사실 제목 원청 봤을 때 사실 원청,하청의 의미로 생각했다.
읽으면서 원청의 의미를 알고 약간 놀랐는데 이 책에서 마치 중국의 상고사의 주나라, 한나라 그런 배경 느낌이 났다. 그리고 원청은 격변이 있기 전에 어떤 마을 친정 같은 그런 느낌을 표현한 걸로 보인다. 샤오메이가 집에 나갔으니까 찾아가는데 원청이라는게 그 샤오메이의 친정, 따뜻한 고향의 느낌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은 개인들이 난세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사투를 잘 표현하고 있다. 돈 많은 구이민도 어쩔 수 없이 계속 세파에 휘둘리며 자기보다 더 강자한테 당하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결국은 악에 받쳐 토비를 죽였지만 토비의 대부분은 자기들이랑 비슷한 민초들이고 토비 두목인 장도끼 빼고는 다 비슷한 사람들인 것이다.
장도끼를 제외한 토비들 역시 이차피 그때그때 유두리 있게 행동해 가면서 살아남기 위해 남들 등쳐먹는 그런 거지 똑같은 사람들인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중국의 민족주의라는 게 참 낯설다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하게 되었다.
이렇게 거대한 땅에 여러 사람이 살고 지역마다 다 다른 문화를 갖고 있는 나라가 민족주의라는 이름으로 지금처럼 뭔가 결기하는 건 원래의 중국의 특성은 아닌 듯하다. 이 책 원청에서 존재했던 세계관이나 역사적으로 보면 중국이라는 나라가 민족주의에 의지하는 나라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중국도 제 안에서 나라 말만 좀 비슷하지 각자 도생하면서 열심히 살았던 사람인데 민족주의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토비가 등장한건 아닌가 걱정되었다.
[크로우]
앞분들이 말했듯이 이 책은 정말 잘 읽힌다. 비록 독서 속도가 느려서 이틀 약간 더 걸렸지만 순식간에 읽혀졌다. 이렇게 몰입하여 읽은 경우는 최근에 거의 없었다.
번역도 잘되었겠지만 내용 자체가 관념적이지 않고 인물을 중심으로 삶을 추적하듯이 진행하는 거라서 굉장히 잘 읽혔던 것 같다. 작가의 글이 잘 익힌다는 것 자체가 그래 아주 잘 쓴 소설이라는 증거일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번에 읽으면서도 확실히 일본보다는 중국이 우리나라와 정서적으로 약간 유사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중국과는 지리적으로 유교 문화적으로도 같이 공유되어 정서가 비슷한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의 서평과 신문사에서 책소개하는 추천 글에는 대단한 수작이라는 평가가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전작을 뛰어 넘는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예를 들어 인생이나 허삼관 매혈기가 작가의 더 뛰어난 대표작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야기 전개는 대부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마지막에 아창과 샤오메이의 죽음에 대한 처리는 약간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가 진행되다 그냥 소멸되는 느낌이 들었다.
성황당에서 얼어 죽은 건 너무 뜬금없고 차라리 무슨 격변을 당하거나 길을 잃어서 산길에서 얼어 죽는 방식으로 처리하는 편이 어떨까 생각된다.
첫댓글 수고하셨어요.
간만의 위화는 너무 좋았습니다 ㅎㅎ
수고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