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독일에 사는 친구가 다녀갔다. 오지랖 넓기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울 사람이라 한 번
떴다 하면 만나는 사람이 몇 백명이다. 그러다보니 그 친구만 통한다면 이 사람 저 사람
두루 소식을 알 수 있다. 지난 주 그 친구와 식사를 했다.
친구는 참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며 고개를 연신 갸웃거렸다.
"주변에 이혼한 사람이 많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각방 쓰는 사람이 의외로 많더라."
친구는 한국 부부들의 사고방식이나 생활방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현실을 매우 불안한 눈길로 바라
보고 있었다.
각방을 쓰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내가 아는 이의 경우, 부부싸움 끝에 남편이 베개들고 거실로 나간 다음,
7년이 지난 지금까지 합방을 못하고 있다. 한 번 시작된 갈등은 끝없이 이어졌고 남편은 유리창을 깨거나
살림살이를 부수는 등의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 아내를 대하는 건 옆에 있는 사람이 민망할 지경이다.
애들 앞에서도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거나 인신공격을 밥 먹듯 한다. 물론 부부 모임에 함께 가는 일도
없다. 동반 행사라고는 시댁에 가는 일 뿐이다.(그는 각방을 쓰면서부터 처가에 발길을 끊었다.)
힘으로 대항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는 그녀는 아이들이 모두 대학을 졸업하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
한 번 베개들고 안방을 나온 것이 이렇게 길어질 줄 알았다면 아무리 화가 나도 안방을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남편이 밉긴 하지만 이불도 덮지 않고 쭈그려 자는 꼴이 보기 싫어 한 날은 안방으로 들어오라는
말을 건넨 적도 있다. 그런데 남자의 자존심 때문인지 애들 보기 민망해서인지 그는 끝내 안방으로 들어
가지 않았다.
할 일이 밀려 있어 어쩔 수 없이 남편이 옆방에서 잘 때가 있다. 남편은 새벽에 일어나 출근하는 사람이라
아내가 자판을 두드리거나 불을 켜 놓고 무엇인가를 하고 있으면 깊은 잠을 잘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이유로 단 하루 각방을 쓰지만 아침에 눈 떴을 때의 느낌은 이상하게 다르다. 그런데 각방이
이틀 사흘로 이어질 경우, 서로 같은 시간에 눈을 떠도 참 서먹하다.
그런 인간적인 점 때문이 아니라도 각방보다 합방이 좋은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우린 각방을 써도 부부전선에 아무런 문제 없다, 고 반론을 제기하고 싶은 사람이나 부부라는 굴레에 묶여
꼭 그렇게 불편하게 살 이유가 뭐 있느냐고 항변하고 싶은 사람들도 한 번쯤 눈 여겨 보았으면 좋겠다.
사람의 체온이 1도 올라가면 면역력은 5배로 증가한다. 11시부터 새벽 3시 사이에는 꼭 자야 한다
고 말하는 이유는 그 시간대에 면역력을 키워주는 성장홀몬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3시부터 5시 사
이에는 체온이 1도 가량 떨어진다. 사고사가 아닌 경우에는 이 시간대의 사망률이 약 67%로 가장
많다고 한다. 또한 35도는 암세포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온도이다.
그렇기때문에 체온을 1도를 올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체온을 올리기 위해서라면 시중에 나와 있는 각종 온열 건강매트를 이용하면 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겠다. 그런데 그런 매트는 피부만 따뜻하게 할 뿐 오장육부의 온도를 올리지는 못한다. 피부 온
도가 올라가면 몸속은 오히려 열을 빼앗기게 되므로 체온이 내려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36도인 두 사람의 몸을 붙이면 같은 생육광선 파동 두 개가 만나므로 복사열이 발생되면서 상승작용을 일
으켜 체온은 1도 상승하게 된다. 돈 안들이고 체온이 1도 올라가서 면역력이 5배나 증가되니 얼마나 좋을
것인가? 재미나는 현상은 복사열이 발생하여 체온이 올라가는 현상은 온도의 영향이 아니고 같은 주파수
의 원적외선(생육광선) 파동의 영향이라는 점이다.
'아내가 임신을 하여 부부관계를 멀리해야 해서' 라는 실질적인 이유로 시작한 각방은 '출산했기 때문에'
로 이어지고 다시 '우는 아기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어서'로 연장된다. 그러다 보면 혼자 자는 게 편해서, 아
기를 떼어 놓을 수 없기 때문에로 확장될 수 있다. 그런데 '아이가 어려서'라는 이유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도 그 효력이 이어진다. 그러다 보면 영영 합방은 요원해질 수 밖에 없다.
아이가 어리다면 아이의 침대를 엄마 가까이에 두고 어떻게든 부부가 함께 잘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각방을 쓰면 확실히 편하다. 코를 곯아도 눈치볼 필요 없고, 굴러 다니며 자거나 큰 대자로 자거나 내 맘대
로 할 수 있다. 그뿐인가. 어쩌다 잠이 오지 않으면 살짝 일어나 나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되고, 내게 주어진
모든 시간을 내 방식대로, 내 뜻대로 관리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란 참 묘하다.
배우자가 특별히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마음이 멀어지게 되니 말이다. 부부 사이
가 돈독하지 않다면 말해 무엇하랴.
혼자 있는 게 편하니까,라는 실리를 내세우려다 보면 부부의 의미는 퇴색될 수 밖에 없다.
부부란 함께 하기 위해 맺어진 사람들이지 편리를 추구하기 위해 인연 맺은 사람들이 아니지 않
는가. 다소 불편하고, 배우자와 함께 사는 게 권태로운 날 있더라도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칼로 무 자르듯 깔끔하게 갈라설 자신이 없다면 말이다.
첫댓글 의미와 과학이 함께한것 같아 아주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