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연동성당 자매님이 갑자기 선종하는 바람에 오후 늦게
장례식장인 제주의료원에 고승헌 신부님과 수녀님 그리고 선종봉사회 회원들과 함께
연도를 갔다오면서도 걱정은 오늘 새벽에 있을 동아 드림팀의 최장 36킬로 장런이었다.
비록 큰 비는 아니었지만 하루종일 주룩주룩 내린데다
초봄이지만 아직 날씨가 쌀쌀해서 비를 맞으면 감기에 걸릴 수 있어서 걱정이 태산같았다.
우리집 대장인 문순열 수산나가 문경세재에 세미나 참석차 출타한터라 저녁에 성당 십자가의 길을 참석한 뒤
집에 돌아와 이리저리 뒹굴고 못다본 책을 읽다보니 어느새 밤12시가 훌쩍 넘어버렸다.
그때까지도 비는 여전히 주룩주룩이었다.
옆구리가 허전해서 잠을 깨서보니 새벽5시. 창문을 열고 밖을 보니 빗줄기는 조금 가늘어졌으나
여전히 주룩주룩이었다.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오늘 훈련을 해야되나 말아야 되나, 아니면 취소문자를 보낼까 말까 고민이었다.
그러다가 오늘 아니면 장런 기회가 없다는 생각에 이르러 "그래, 조금 비를 맞으면 어떠냐"하고
허벅지와 발가락 쪽에 스포츠테이핑을 하고 옷을 주섬주섬 갈아 입었다.
연북로를 접어드니 웬걸... 비가 그치는 것이었다.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집결장소인 영지학교에는 이미 강명옥 가브리엘이 도착해 있었다. 가브리엘의 열정을 볼 때 훈련을 취소했으면
미안할 뻔했다. 가브리엘은 어제 밤 신제주에 주차한 차가 빵꾸가 나서 차 없이 집에서부터 뛰고 왔다는 것이었다.
조금 있으니 김태선 요한, 이현석 프란치스코, 강지호 필립보, 이진희 모니카가 도착했다.
어! 그런데 영지학교로 쑤욱 들어가는 차량이 있어서 살펴보니 자신은 올빼미 체질이라서
하늘이 두쪽나도 새벽운동에 나올 수 없다고 하느님 앞에서 장담까지한 김미정 멜라니아였다.
세상~~~. 이 새벽에~~~~ (또한번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것도 아주 심플한 롱타이즈를 착 걸치고 뭇 남성들의 시선을 받으며 차에서 내리는 것이 아닌가...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입당(?)한 운영부차장 멜라니아는 자기는 수목원까지만 뛸 생각으로 참가했다는 것이었다.
엥? 그래도 멜라니아로서는 왕복 15킬로가 되는 거리인데.... (나중에 사려니숲길에서도 종종 봅시다요...)
어쨌든 멜라니아가 오면서 가장 즐거운 사람은 카페지기 운영부장 강명옥 가브리엘이었다.
가브리엘은 멜라니아가 자기를 보러 온 것 처럼 입이 코에 걸릴 정도였다.
그런데 오늘 훈련에 대비해서 전날 간식까지 준비한 김익천 토마스가 시간이 돼도 오지 않아 전화했더니
신제주에는 비가 오고 있어서 훈련을 하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 비가 오지 않으니 연동성당에 만나면 될 것이라고 말하고 빨리 나오라고 재촉했다.(오케이?)
이렇게 해서 모두 8명.
모두들 동아 드림팀의 마지막 장런이자 가장 긴 36킬로 장런이라는 점에서 얼굴에는 비장한 각오들이 보였다.
새벽 6시10분.
토마스를 제외한 7명은
선두에 김종배 미카엘과 이진희 모니카가 섰고 바로 뒤에는 가브리엘과 멜라니아 짝꿍,
그 뒤에는 이현석 프란치스코, 강지호 필립보, 그리고 가장 후미에는 김태선 요한이 지켰다.
영지학교에서 막으내 한일베라체까지 거꾸로 달려 다시 턴하고 연북로를 뛰었다.(그래야 36킬로가 되기 때문)
날씨는 굳이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 오늘 안 뛰었으면 엄청 후회할 것 같다는 얘기들이 이어졌다.
수목원까지 가는 도중에도 가브리엘과 멜라니아는 쫑알쫑알 수다를 떨고....
그 수다를 듣는 우리 귀는 즐거웠다. (이런 날이 종종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나도 흐믓~)
18킬로 반환점인 애조로 구엄 인터체인지까지는 천천히 함께 달리기로 했기 때문에
수목원까지도 지칠 줄 모르게 왔다. 수목원 주차장에서 일행은 일단 멈추고 목을 축였다.
멜라니아는 여기까지 뛰기로 해서 아쉬었지만 헤어질 수 밖에 없었다. (가브리엘의 넘 넘 섭섭한 표정을 살짝 읽었다)
멜라니아의 지금까지 주력으로 봤을 때 여기까지 와서 돌아간다는 사실만 해도 경천동지할 일이었다. (물론이죠...)
수목원에서는 마침 훈련차 나온 이창준 달리기제주인클럽 소속 회원이 혼자 달리고 있어서 동반주하기로 하고
우리와 합세했다.
일행은 다시 애조로를 향해 가다가 연동성당에 들러 김익천 토마스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아마 기다리다가 애조로를 달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뛰었다.
애조로 0킬로 지점에서 숨을 고르고 조금 속도를 올렸다. 근데 조금 있으니 뒤에 쳐져있었던 이진희 모니카가
따라 붙고 있었다. 그래서 함께 다시 열을 지어 달렸다. 어둠이 서서히 걷히고 시야가 넓어졌다.
12킬로 지점인 애조로 애월읍 표지석에 이르자 토마스가 전날 미리 갔다놓은 포카리스, 바나나, 초코파이 등이 보였다.
일행은 바나나와 포카리스로 목을 축이고 돌아올 때가 더 힘드니
그때 먹자고 대부분을 남겨 놓았다.(나중 전부 사라져 엄청 고생함)
애조로 반환점 18킬로까지는 비교적 내리막길이어서 크게 힘들지 않았다.
천천히 따라오는 모니카를 두고 5명은 조금 속도를 높였다.
구엄 인터체인지 거의 가까울 무렵 김익천 토마스가 반환점을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토마스는 일년반전만 해도 수목원 3바퀴를 뛰어도 헥헥 거렸는데 지금은 하프 정도는 싱거울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토마스는 수목원을 두 바퀴 뛰어도 일행이 오지 않길래 애조로를 먼저 왔다고 말한다.
구엄 인터체인지에서 각자가 준비한 파워젤과 초코렛으로 간단히 요기하고 볼일도 보고..... (일단 불은 꺼야지요)
여기까지는 다들 힘든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이다. 계속 오르막길이어서 체력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다시 골인지점인 영지학교를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반환점을 바로 지나면 상당한 오르막이다. (헥 헥!!!)
김태선 요한은 반환점을 돌자 앞으로 치고 나갔다. 언제봐도 몸이 가볍다 (대단한 요한!)
바로 뒤에는 이현석 프란치스코와 이창준씨 그리고 내가 열을 맞춰 달렸다. 다음으로는 가브리엘과 필립보.
23킬로 지점부터는 이창준씨가 처지기 시작했다. 프란치스코와 나는 조금 속도를 올려 계속 달렸다.
간식거리가 놓여 있는 애월읍 표지석 24킬로 지점 에 다다르자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목이 말랐다. 그리고 배도 고팠다.
숨겨있는 포카리스와 바나나, 초코파이를 찾았으나 웬걸? 아무 것도 없었다.
이런.... 지금 이 시점에 먹지 않으면 체력이 엄청 떨어지고 수분이 부족하면 다리에 쥐가 나기 쉬울텐데 걱정이다.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지난번 장런 때에도 똑같은 일이 발생해서 곤욕을 치렀거늘.........(하느님, 제발요...)
하는 수 없이 물이 있는 수목원 주차장 30킬로 지점까지 달릴 수 밖에 없었다.
애조로의 마의 구간 마지막 오르막길 28킬로 지점에 이르자 죽을 지경이었다, 걷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기 힘들었다.
허벅지에서 통증이 날 것 같아 이현석 프란치스코를 먼저 보냈다.
10여미터를 걸으니 통증이 사라져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오니 아무도 안 보이는 것이었다.
잘 따라 오겠지하면서 걱정도 해보지만 그냥 달릴 수 밖에 없었다.
수목원에 이르니 프란치스코는 물을 가볍고 먹고 그냥 달리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마지막 남은 파워젤을 물과 함께 먹으니
살 것 같았다. 수목원에는 궂은 날씨 때문에 산책객들이 거의 없었다. 내려가는 길이 더 힘들었다.
멜라니아는 잘 돌아갔을까하는 생각도 해봤다. 멜라니아는 힘이 있으니 간세만 안 피우면 갔을 거라고 생각했다.
수목원을 거쳐 제방사를 지나니 이전에 폭설 때 생각이 났다. (그때는 엄청 눈이 와서 정말 운치있게 달렸는데...)
이제 남은 거리는 5킬로.
걸어서라도 가겠지하면서도 발목에는 납덩어리를 매달아 놓은 것처럼 무거웠다.
조금 가니 발바닥에서 쥐가 올라오는 느낌이 들어 나무를 붙잡고 스트레칭을 했더니 조금 나았다.
허벅지 통증은 이제 견딜만 수준이어서 신경 쓰지 않았다.
연북로에 접어드니 프란치스코의 뒷 모습이 보였다. 나하고의 거리는 500~600미터 정도로 보였다.
빨리 가는 것을 포기하고 그냥 발이 달리는 것에 맞춰 천천히 달렸다.
멀리 영지학교 사거리가 보였다. 드디어 이제 다 왔다. 고통 끝!!!
지난 3개월동안 나름 열심히 훈련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36킬로는 장거리일 수 밖에 없었다. 힘들었지만 그래도 기쁨은 두배!
4시간12분.
이미 도착한 김태선 요한과 김익천 토마스, 이현석 프란치스코, 이진희 모니카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누가 사놓은 삼다수 한 병을 맛있게 모두 비웠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오늘 이렇게 무사히 완주할 수 있는 건강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조금 있으니 강명옥 가브리엘과 강지호 필립보가 도착했다.
가브리엘은 36킬로가 이렇게 힘들줄 몰랐다면서 인간한계를 체험한 것 같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강지호 필립보는 수목원에서 쥐가 나서 그냥 주저앉을 정도였는데 여기까지 왔다고 말한다.
모두가 대단한 정신력과 체력들이었다. (가마동의 전사 화이팅!)
김태선 요한과 이진희 모니카, 필립보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고 나와 가브리엘 그리고 토마스는 김명자 굴국밥 집으로 향했다.
평소에 아침을 안 먹는다는 가브리엘은 체력이 고갈됏는지 오늘은 먹어야 되겠다면서 오늘은 자기가 밥을 사겠다고 말한다.
맛있는 굴국밥과 막걸리 한사발을 놓고 오늘 있었던 장런과 2주후에 있는 동아마라톤에 대한 얘기로 꽃을 피웠다.
오늘 훈련은 참가자 모두에게 큰 경험과 교훈이 됐을 것으로 믿는다.
하느님, 고맙습니다.
오늘 저희들은 궂은 날씨 속에 달리지 못할 것이라고 여겼으나 당신께서 허락해주신 좋은 날씨속에
모두가 아무 탈없이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2주후로 다가온 동아마라톤에서도 모두 즐겁게
완주할 수 있도록 출발선을 나설 때부터 골인지점에 이를 때까지 함께 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나이다.
그래서 그 기쁨과 영광을 모두 주님께 돌려드릴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주소서. 아멘!
첫댓글 회장님 넘 수고하셨어요. 저도 포카리랑 초코파이 먹고 싶었는데... 사라져버려 엄청 실망에 힘빠져 죽는줄 알았습니다. 잔치시간 땜에 먼저 와서 죄송 했습니다..가마동 홧팅~
도르라 요한은 언제봐도 멋집니다. 홧팅..
달릴때 즐겁고
달리고 나서 후기 읽는 것은 더 즐거워요
남의 글에 등장하는 자기를 보는 맛도 좋아요
이제 다시 정신이 나니 오후에 피곤했던 무거운 몸과 마음이
다시 살아나 달리기의 즐거운 기억만 새롭습니다
돌아올 때, 저 한 번도 안 섰어요( 빨간불 달린 데 빼고는)
계속 생각했죠.
나중에 후기 써야 하는데 걸었다고 쓰면 창피해 ^^
오늘 저의 패션은 새벽어둠용이었는데
돌아올 때는 아주 밝아져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저를 보는 것 같아서
더 빨리 뛰어서 집에 가야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더욱 더 걸을 수 없었다는 ㅠㅠ 함께 달리고 나면 정이 더 드는 것, 오늘 다시 경험해요 !
하느님이 멜에게 주신 선물을 결코 외면하시 마세요
오늘로서 동마훈련이 거이 마무리 되었네요
담주부터는 회복하면서 달려야 하겠기에 --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가마동 파이팅입니다.
엄청 체력이 향상된 가브리엘을 보면서 달리기의 목표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합니다.
너무 수고 많으셨습니다. 진짜로 오늘은 일어날 수 있을 줄알았는데 그게 안돼네요 그대신 저녁에 25키로 뛰었습니다. 나도 체력이 너무 떨어진걸 알겠네요 엠비시 마라톤이라도 잘뛰려면 연습을 제대로 해야하는데 너무 게을러서
빠스가 언제면 우리와 합세할까? 잠의 유혹에서 빨리 벗어나세요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꼭 참석해야 연습을 할텐데 잘안돼네요
마지막 장런을 안뛰고 동아 가기가 벌쯤했는데 날씨가 구원군이 되주신 날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 35Km 마라톤의 벽을 연습으로 넘어야 ~~`느낀 날이였습니다.
그래도 프란시스는 넘 빨리 달렴쪄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