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시는 다시 말이 없어졌다. 나는 그녀가 길잡이 영혼이 주는 다른 정보에 귀를 기울이는 중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갑자기 길잡이 영혼이 직접 말을 하기 시작했을 때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나는 이 지혜로운 존재와 직접 이야기할 기회를 얻어 반갑고 고마웠다.
스테이시의 길잡이 영혼이 제니퍼에게 말했다. “이 영혼은 삶에 집중하게 만드는 시련을 오래 전부터 계획했습니다.” 스테이시는 이제 아주 천천히. 어찌 보면 더듬거리듯이 말하고 있었다.
“지금 이 상황은 마치 제니퍼에게 피할 수 없는 책임을 강제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래서 더욱 치열하게 삶에 임해야 하고 개인적이 자유도 포기해야 합니다. 만일 그러지 않았다면, 제니퍼는 자신의 자유에 쉬 굴복해서 결국 쾌락과 유혹에 자기를 내주었을 겁니다. 삶에 진지하지 않았던 과거의 생들에서 그러했듯이 말이지요. 제니퍼는 길잡이 영혼의 말을 듣고서 지금까지 유혹에 굴복한 적이 너무 많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그것도 혼자서 아이를 키우기로, 그러니까 이 무거운 짐을 남편과 함께 나누지 않기로 하는데 동의했습니다.”
앞서 코비는 제니퍼의 삶의 목적이 아들들에게 진정한 의사소통의 가치를 가르치는데 있다고 보았다. 지금 스테이시의 길잡이 영혼은 제니퍼의 다른 과거를 언급하고 있었다. 영혼들은 대게 이전에 살았던 삶에 맞추어 후생을 계획한다. 보통 두세 번의 특정 삶이 전생 계획과 깊은 연관을 가지며 큰 영향을 미친다.
제니퍼와 라이언, 브래들리가 왜 지금과 같은 삶을 계획했는지 알게 되자 나는 질문의 폭을 더 넓히고 싶어졌다. “영혼들에게 장애아의 부모가 되겠다는 동기를 주는 것에는 또 무엇이 있나요?”
“영호들이 장애를 선택하는 것은 그럼으로써 ‘일반적’이지 않은 삶을 살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이전 삶에서) 배운 같은 교훈을 다른 방식으로 배우려고 이런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또 돌봐주는 사람이 되어 연민과 자비, 사랑을 베풀고자 이러한 시련을 택하기도 합니다. 스스로를 다른 영혼이 태어나는 통로가 되게 함으로써 다른 영혼들을 높이려는 것이지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스스로 바랐던 대로 – 일반적인 삶의 기능을 잘 수행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 이번 삶을 살도록 허락해 주고 자신은 그 영혼들을 돌보는 삶을 선택합니다. 장애아 자신들에게는 특별한 기회이고, 부모에게는 사랑을 보여줄 기회이지요. 이러한 합의는 사랑으로 맺어집니다.”
“장애아의 부모들은 그들 자신이나 유전자를 탓하기도 하고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은데요. 그러한 이들에게는 어떤 말을 해주시겠어요?”
“자기를 탓하는 건 사실 자기 연민일 따름입니다.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은 그게 아닙니다. 초점은 아이에게 맞추어져야지요. 모든 것에는 목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현실을 억울하다고 느끼지만 나중에야 그런 시련이 손해는커녕 오히려 득이 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우리가 이것을 계획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그러면 관점이 바뀔 겁니다. 탓하고, 죄책감 느끼고, 수치심을 갖는 것은 우리의 목적도 아니거니와, 앞으로 나아가는 걸 막을 뿐이지요. 그러기보다는 이를 기회로 보세요. 더 높은 관점에서 이 아이를, 또 당신의 삶을 바라보세요.”
나는 브래들리가 폭력적으로 화를 터뜨린다고, 특히 기대치 않은 일이 일어났을 때 분노를 터뜨린다고 한 이야기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제니퍼가 브래들리와 말할 때는 단어를 아주 신중하게 골라 써야 하는데요. 장애가 있는 아이들과 의사소통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말씀을 들려주시겠어요?”
“자기 존중감과 자신감이 없다면 분명하고 간결하게 의사소통하기가 어렵습니다. 이야기할 때 서로의 존재를 온전히 받아들여 주고, 또 서로가 느끼는 바를 충분히 존중해 준다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도 의사소통을 휠씬 잘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라 자기만의 생각을 갖게 될 때 실은 부모들을 향해 자기들한테 그렇게 대해 달라고 숙제를 내는 겁니다.
제니퍼는 이번 삶에서 자기 자유를 제한하기를 원했습니다. 과거의 삶에서는 지나치다 싶게 자유를 누렸고, 자신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판별하지 못했지요. 아이들 때문에 자신의 한마다 한마디를 신경 써야 할 때 사실은 자신이 원했던 가르침을 아이들을 통해 얻는 겁니다. 여러분은 그 말이 미칠 영향을 생각하지 않고 내키는 대로 말하는 때가 너무 많습니다. 장애아들은 부모에게 깊이 생각하고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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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그물같이 얽힌 삶의 계획은 같은 목적을 향한 복잡하고도 아름다운 협력으로 완성된다. 개인의 영적 진화와 다른 영혼에게 봉사하고자 하는 두 가지 동기를 가진 제니퍼와 전 남편, 사라와 라이언, 브래들리는 다른 장애아 자녀들과 형제자매, 부모들이 서로를 사랑으로 선택한 것과 똑같이 서로를 사랑으로 선택했다. 사랑은 남에게 줄 때 널리 퍼진다. 영혼 그 자체가 사랑이므로 영혼은 사랑할 때 더 커진다. 장애아의 부모가 되는 것은 사랑의 기회를 갖는 것이다. 비록 몸이 힘들고 마음이 아픔에도 불구하고 제니퍼와 그 가족이 참으로 용기 있게 받아들인 시련인 만큼, 이 시련은 영혼을 더욱 성장시킬 것이다.
그들은 모두 조용한 영웅들이다. 브래들리와 라이언은 사회가 인정하거나 대접해 주는 방식으로 성공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그들이 이루어내는 바는 위대하다. 제니퍼가 보여주는 인내와 공감도 무척이나 뜻 깊다. 수많은 장애아와 그 부모들은 경쟁해서 이기는 것이 목표인 이 세상에 관심을 두지도 않고 명예나 인정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날마다 그 용기를 시험받는 삶, 동시에 날마다 그 존엄함과 아름다움을 확인받는 삶을 살아간다. 그들의 삶은 조용하지만 숭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