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
김윤자
깊은 산 속 나무 곁에서 겸손으로 다져진 흙을 파다가 가슴 속에 항아리 하나 빚어 놓고
사랑을 피우고자 장미꽃 수를 놓으려니 검은 오만이 손끝을 흔들어 고운 꽃잎을 다 털어 버렸다.
떨어진 사랑 꽃잎 향기를 주워 항아리 가득 채워 그윽이 풍기려니 못난 자아가 발길질하여 공 든 항아리마저 깨어 버렸다.
항아리-등단시 조선문학 2000년 8월호,시집 <별 하나 꽃불 피우다>,문학하동 2008년 제6집
|
|
못
김윤자
내 안에서 피는 가시 하나 강물 깊은 어머니 가슴에 못으로 박히는 줄 어미가 되어서야 알았어라.
실못 대못 소나기 내리듯 꽂힐 때 포말지어 밀려오는 파동으로 피울음 멍울꽃 피는 줄 어미가 되어서야 알았어라.
내 안에서 뜨는 샛별 하나 어머니 가슴 데우는 화롯불되어 박힌 못 사그라지는 줄 어미가 되어서야 알았어라.
혜성처럼 떠올라 밤하늘 빛낼 때 못 진 자리 은하수 꽃무리되어 찬란한 보석꽃 피는 줄 어미가 되어서야 알았어라.
못-조선문학 2001년 1월호,시집<별 하나 꽃불 피우다>,문학하동 2008년 제6집
|
|
단풍 이불
김윤자
나무가 제 몸 살라 비단 이불 만들어 추운 겨울 지내라고 산자락에 깔았는데
사람이 그것도 모르고 좋아라 헤적여 밟으니 단풍 이불 아파서 울고 산자락 추워서 울고.
단풍 이불-한국시대사전 수록 2004년,시집<별 하나 꽃불 피우다>,문학하동 2008년 제6집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