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말이 되어 기말고사를 마치면 교수들은 후속처리에 바빠진다. 과제물과 시험을 채점한 후에 출석 등의 여러 요소들을 점수화하여 성적 산출을 하여 학교의 홈페이지를 통해서 학사지원서비스에 들어가 성적을 입력해야 하고, 과제물과 시험답안 등의 성적 증빙자료를 교무처에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내 강의에 대해 평가한 내용을 참조하여 강의개선계획서를 작성하여 학사지원서비스에 들어가 입력하면 한 학기의 업무가 공식적으로 끝난다.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수강한 과목의 성적이 어떻게 나오는가에 대해 큰 관심을 갖는다.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 학생들도 없지 않지만, 성적은 장학금 신청이나, 석사나 박사 등의 상급 과정 진학, 취업 등을 위해 중요한 부분이기에 대부분 많은 관심을 갖는다. 그래서 교수가 성적을 매길 때는 최대한 신중하고 정확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문제는 학부의 경우에는 반드시 상대평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학교가 우리나라 정부의 교육부에게 대학평가를 받을 때 합격점을 받기 위한 여러 요소들 중에 상대평가를 해야 점수를 더 잘 받을 수 있기에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교육부의 제한을 덜 받는 대학원에서는 절대평가를 할 수 있기에 비교적 성적 산출에 자유로운데, 학부 과목의 성적을 산출할 땐 늘 고민하게 된다. 내가 가르치는 학교에서는 A학점은 30% 이내여야 하고, A학점과 B학점을 합하여 70% 이내여야 한다. 그러니 최소한 30% 이상은 C학점 이하를 주어야 한다. 수업에도 잘 참석하고, 과제물과 시험 등도 좋은 점수를 받아서 A학점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이어도 세부 점수에 따라 B학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 B학점 성적을 받을 수 있는데도 부득불 C학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채점하는 교수로서는 무척 고민스럽고, 난감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나는 한 학기에 두 번 치러지는 시험 중 하나는 변별력(辨別力)을 주기 위한 방식의 시험 문제를 출제한다. 단답형이나 사지선답(四枝選答) 등으로 문제를 출제하면 그 답도 명확하고, 명확한 답을 모르면 틀리기 쉬워서 학생들 간의 점수 차이가 명확하게 나타나게 되고, 이러한 시험의 점수에 대해서는 학생들도 수긍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러한 문제를 출제하게 된다. 그러나 대학원은 절대평가이기에 대부분 논술 등의 문제로 제출하게 된다. 답안이 타당하다면 누구나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어떤 답안을 제출해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말이다.
이렇게 성적 산출을 하면서 하나님의 은혜에 참 감사하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는 절대평가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선(善)함과 의로움을 상대적으로 평가하여 일정한 수준에 오른 이들에게만 구원을 주신다면 구원받지 못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이단들이 자주 언급하는 것처럼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14만 4천 명만 구원받을 수 있게 된다면 구원에 이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도 될까 말까 일 텐데…. 그런데 다행히 하나님은 절대평가로 우리를 구원해 주시니 너무 감사하다. 예수 그리스도만 있으면 누구나 구원받을 수 있으니.
(안창국 목사)
#라이트하우스고양
#라이트하우스무브먼트
#절대평가와상대평가
#절대평가
#상대평가
#하나님의구원은절대평가
#하나님의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