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떠나고 보는 것이라....그냥 떠났다, 고성으로, 이른아침 눈비비며 조금 늦었지만...미시령 옛길에서 생각지도 않은 첫눈이 반긴다.
아름다운 설경에 우리 일행과 모든이가 감탄사를 쏟아냈다. 산 아래는 늦가을 오색 단풍에 눈이 커지더니 정상의 설경은 우리 눈을 시원하게
정화시키는 듯이 하얀 세상으로 바꾸어 놓았다.
오색 물결로 덮였던 산정에 비 내리더니
밤사이 눈으로 변하여 별천지 만들었다.
새벽에 가을 향 꿈꾸며 달려왔더니
하얀세상보니 내 마음도 어느새 겨울이다.
아직 울긋불긋 단풍이 눈 사이로 얼굴 내밀고
햇살 따뜻한 늦가을을 노래하는 듯하다.
길을 따라 내려가니 오른쪽에 울산바위가 위용을 드러내고 아침 안개가 드리운 모습이 선계에 온 듯 착각이 들었다. 울산바위 아래 산록에는
골짜기도 뚜렸하게 늦가을 단풍이 절정의 자태를 펼쳐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매끈한 울산바위 흘러내린 산 자락에 올해도
신은 그렇게 울긋불긋 물감을 바람에 뿌려
이 가을 늦기전 사바세계에 선물하였나 보다.
산정에 흰눈 덮여 겨울 선계를 보여주더니
가을은 아직도 여기에 머물러 있더라.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32호로" 관동팔경 수일경 청간정"이란 표현대로 정자에 오르니 절경이다.
오늘은 바람도 없는데 퍄도는 높다. 너울성 파도가 백사장으로 끝임없이 밀려오고 하얀 포말을 만들기를 반복하고 있다. 바위에 부딪히는 높은
파도는 흰 물기둥으로 주변을 압도하니 용이 승천하는 듯 요란하다. 만경창파 물보라를 바라보며 마음이 시원하니 여행이 주는 복이 아닌가 한다.
이곳을 다녀갔을 많은 詩人 墨客들의 뛰어난 시와 노래가 남아 전해오고 있다고 한다.
파도와 노송이 나와 어우러진 청간정에 오르니
상큼한 바닷바람과 솔향기는 머리를 맑게하고
큰 파도와 아름다운 백사장에 눈이 정화된다.
누각에 오를 생각도 않고 걸음을 멈추어 서서
천하 제일경을 눈으로 마음으로 담아본다.
2층누각에 오르사 주변의 빼어난 풍경이
과연 관동팔경 수일경이라
지금 이자리에 있다는 것이 행복한 인연이다.
청간정은 옛부터 관동 8경 중 한곳으로 주변 경치는 물론이고 이야기거리가 많은 곳이다.
관동팔경은 이곳 청간정을 비롯하여 강릉 경포대, 양양 낙산사, 삼척 죽서루, 울진 망양정, 평해 월송정, 통천 총석정, 고성 삼일포를
말한다. 이중 통천 총석정과 삼일포는 북한에 있다.
청간정 북쪽 가까이에 청학정이 자리하고 있다. 주차하고 잠시 올라보니 바닷가 절벽위에 작고 아담한 정자이다. 이곳에서 잠시 머무르다
능파대로 이동했다.
고성 죽왕면 문암항에 있는 능파대에 갔다.
능파대에는 일반 바위에서는 볼 수 없는
벌집 모양처럼 구멍이 뚫린 모습으로 되어 있어 참으로 기이한 형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억년 이상의 세월을 물과 바람에 깎이고 씻긴 바위들이 다들 이리저리 뒤틀린 모양을 하고 곳곳에 움푹 구멍이 패어 있는 기괴한 모양을
연출하고 있어 마치 외계 행성에 온 듯 한 독특한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능파대는 파도가 암석에 부딪히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유래된
이름이다. 원래는 해안 가까이 위치한 돌섬이었으나 문암천(川) 하구에 쌓인 모래로 육지와 연결되었다. '능파(凌波)'는 '급류의 물결' 또는
'파도 위를 걷는다'는 뜻으로 미인의 아름다운 걸음걸이를 뜻하기도 하는데, 파도가 해안가의 기암괴석에 부딪히는 아름다운 광경을 보고
능파대(凌波臺)라 이름지었다고도 전해진다.
오늘은 능파대에 높은 파도와 하얀 포말이 덮쳐와서 일행중에는 접근을 못하는 분도 있었다. 그럼에도 바람없는 따뜻한 날씨에다 직접 보기힘든
너울성파도를 보자니 절로 탄성이 나올만하다. 평소같으면 바닷가 가까이 접근할 수있으나 오늘은 접근 금지이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에
바쁘신 분들, 이 시간 지명처럼 미인들과 함께하는 우리에게 행복함이 밀려오는 듯 하다.
아무리 거친 파도라도
미인의 발 아래라
살며시 올라선 파도위에서
세상을 둘러본다.
점심 식사 후 화진포 해변으로 달려갔다.
명사십리 고운 백사장에는 어느덧 늦가을빛이 완연하고 동해 푸른바다는 하얀 색 너울로
오늘의 상태를 알려준다. 화진포 해변은 여느 해변과 좀 다르다. 대부분 곡선 해변을 가졌으나 화진포는 거의 직선으로 시원한 느낌이 많이
든다. 이곳에 올때마다 느끼는 것은 백사장이 유달리 희다는 것이다. 이는 수많은 세월속에 조개껍질이 분해되어 모래와 섞여서 더 희다고 한다.
화진포의 파도를 보고 있자니 나 자신이 그 속으로 빨려드는 듯한 느낌이다. 해변 양쪽에는 '화진포 사랑'이라는 노래비가 있다. 또 근대사의
유명인사들의 별장들이 즐비하다. 시간상 들러보지는 못해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한다. 해변에 인접하여 석호인 화진포 호수가 잔잔하게 우리를
맞아주었다. 노송이 즐비한 도로변을 따라 호수는 그렇게 물을 가두어 철새 놀이터를 만들어주고 우리에겐 자연의 신비함을 보여주고 있다. 봄이면
도로변의 해당화 향기가 십리는 가리라.
작년 9월에 화진포에 왔던 기억이 새롭다.
화진포 해변에서
밝아오는 수평선너머
태양이 솟아 오르는 곳
구름이 살짝 드리워졌다.
밤새 궛볼을 간지럽히던 파도소리는
이제 그 하얀 소리를 보여준다
지난 여름 번잡하던 백사장은
어지러운 발자욱마저 점점이
정돈이 되어가고
내 마음도 정리되어 간다
만만한 세상 어디 있으랴
상처없는 삶이 있을까
명사십리 백사장처럼
넓은 마음과 부드러운 숨결로
세상을 안아보자
삶을 즐겨보자.
2016년9월 어느날 아침에..
거진으로 왔다. 화진포에서 거진방향 초입에 동화사라는 천태종 사찰이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일심으로 영통보전 법당안으로
들어갔다.
삼정례 올리고 잠시 관음정진 시간을 가졌다. 여기 보살 한분은 구면이다. 작년초에도 왔었고 그후에도 업무상 출장올때마다 들러 갔던터라 많이
반겨주신다. 잊지않고 기억해주시니 감사하다. 차와 음료수를 내와 한잔씩하고 사찰앞에서 기념사진까지 찍으니 이 또한 즐거운 인연이 아닐까
한다.
거진에서 건봉사로 향했다. 꼬불 꼬불 비탈진 시골 산길은 우리를 실은 차량 마져도 숨차게 한다. 20여분을 달려서 도착한 건봉사는
1500년 역사를 지닌 천년 고찰로 특히 부처님 치아 진신사리가 봉안되어있는 적멸보궁이 있어 유명하다. 건봉사 일주문은 일반사찰과 달리 기둥이
4개로 되어 있는 특이 한 모습 있었다. 대웅전 건너가는 다리 이름은 능파교라 한다. 미인이 물위를 걷는다는 뜻이라하며 둥근 아치형이다. 능파교
건너 보이는 건물현판엔 '금강산 건봉사'라고 쓰여있다. 능파교를 건너서 건물을 지나면 대웅전이 보인다. 옛날 우리나라 4대 가람이었다는 건봉사는
520년(법흥왕 7) 아도(阿道)가 창건하고 원각사라 하였으며, 신라 말에 도선(道詵)이 중수한 뒤 절의 서쪽에 봉형(鳳形)의 돌이 있다고 하여
서봉사(西鳳寺)라 하였으며, 1358년(공민왕 7) 나옹(懶翁)이 중건하고 건봉사라 하였다.
능파교를 건너지 않고 곧바로 올라 사찰 가장 위쪽 방향에 적멸보궁이 있으니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곳으로 많은 불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1605년(선조 38) 유정(惟政)이 일본에 사신으로 갔다오면서 불사리와 부처님 치아를 되찾아와서 이 절에 봉안한 뒤 1606년에
중건하였으며, 혜능은 안양암(安養庵)과 적명암(寂明庵)을 중건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건봉사경내를 답사하고 주차장으로 내려오면 주차장 옆에 만해당 대선사 시비가 서있다. 내용을 옳겨 보았다.
ㅡㅡㅡㅡ사랑하는 까닭ㅡㅡㅡㅡ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红안产)만을 사랑하지만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만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만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ㅡ만해당 대선사 시비에서 ㅡ
해가 조금씩 기울어지는 느낌에 발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하였다. 건봉사를 뒤로하고 진부령으로 향하는 길목에 장신 유원지라는 곳이 있다. 지금은
늦가을인데다 늦은 오후라 잠시 들러 산림욕을 하고자 들어갔다. 키가 크고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저녁햇살이 비스듬이 비집고 들어오며 만들어 낸
빛이 스펙트럼을 통해 나온 듯이 빨간 단풍잎을 더욱 반짝이게 한다. 넓지않은 정비된 구역에는 여러가지 식물을 심어 놓고 안내판을 세워놓았던 곳이
눈에 띄었다. 지금은 찾는이 없는 쓸쓸한 분위기이다. 다만 우리 일행이 활력을 불어 넣고 길을 따라 걸었다. 예정에는 소나무 숲속으로 30여분
걸어서 칡소폭포까지 여정이었는데 시간이 모자란다. 길옆 계곡에는 물과 단풍이 어울어져 아쉬운 올 가을을 보내고 있다. 노루꼬리 만큼 남은 해는
숲속에 동쪽으로 길게 그림자를 키울때, 우리도 넘어가는 석양빛에 반짝이는 갈대 길따라 피톤치드 향가득 담아 오늘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기념사진
남겼다.
해가 향로봉에 걸렸을 때 진부령길에 들어섰다. 구비 구비 산길에도 비스듬한 석양빛에 어울어진 늦가을 풍광은 곧 겨울이 올 것이라는 듯이
낙엽이 하나 둘 바람도 없는 공중을 날아다닌다. 진부령 정상 (해발 520m) 에 미술관을 뒤로하고 서울로 향했다. 오는 도중 저녁을 먹기로하여
38휴게소에 들러 식당을 찾았으나 문을 닫았거나 원하는 것이 없었다. 해가 넘어가고 강바람에 추워졌기에 식당이 필요했는데 장소가 마땅치않아
밖에서 간단히 해결하고자 하였다.
이 난감한 상황에 편의점 주인 아저씨의 배려로 문 닫힌 식당 실내에서 편하게 만찬을 즐길 수 있었다. 이래서 아직은 살아볼만 세상이라
하나보다.
논어에
子曰 知者樂水하고 仁者樂山이다.
'슬기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라는 말이 나온다.
오늘 산과 바다와 더블어 인정까지, 모든 일행이 요산 요수의 마음으로 넉넉하고 즐거움 가득했으면 한다.
소중하고 고마운 분들과 하루를 같이 한 뜻 깊은 가을 여행이었다. 순간의 인연이 영원히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잊지못할 가을 여행의
마지막 방점은 역시 배려와 자비심이 가득한 하루였다.
※ 오늘 같이하신 최정애 부회장님을 비롯한 여덟분에게 가내에 부처님 가피 가득하시기를 바라오며 특히 새벽부터 도착때까지 우리를 위해 혼자 안전운전 해 주신 유총무님께도 감사드린다.
가을을 순백의 세상으로 ...
가을속 겨울을 만나다....
미시령 정상에서 발현된 동심들....
우리는 행복한 도반...
구름과 눈과 단풍....
조금만 아래로 내려오면 익은 가을이....
아침햇살에 살짝 보여주는 울산바위....
배경좋고 인물은 더 좋고....
언제 울산바위가 한눈에 들어온적 있었나요?
안개가 얄미워....
안개 살짝 드리운 먹도 즐길 줄 아는 우리들...
행복한 하루를 확신합니다....
관동팔경 수일경이라는데...
거친파도야 . 고향이 어디냐?
천교창해무조석....정사방주재저애....
청간정 !!!
능파대와 파도....
능파대를 아십니까?
만경창파에 해뜰때....
아름답겠죠....
손 내밀어 잡아주실 분....
사람, 바다, 바위, 모두 자연속으로 동화된 듯합니다.
어떻게 저런 포즈가.....^^
등대가 손가락 위에....
바다가 화도내요?
무섮이다.
이 바위는 괴상하게 생겼네요...그래서 능파대...?
능파는 '파도 위를 걷는다'는 뜻으로 미인의 아름다운 걸음걸이를 뜻하기도 하다는 곳..그런데 오늘은 거칠어....
거진 동화사 앞에서 불심을 담아....
여기는 아직도 가을이 한창.....
장신유원지의 고운 석양빛 아래서....
진부령의 가을도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갈대 가더라도 한번만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