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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다우 조회 : 340 |
경 로 : 아우론조 산장(Rifugio Auronzo, 2333m) ~ 랑그알름 산장(Rifugio Langalm, 2238m) ~ 로카텔리 산장(Rifugio Locatelli,2405m) ~ 라바레도 산장(Rifugio Lavaredo, 2352m)
거 리 : 10.3 km
시 간 : 5시간 27분
<거리, 고도는 나의 gps기록에 따른 수치이며, 소요 시간은 휴식, 식사 시간을 포함한 시간이다>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Tre Cime di Laveredo, Drei Zinnen)는 돌로미테를 대표하는 봉우리들중의 하나로 3개의 암봉이 나란히 어깨를 기대고 있는 모습인데 세 암봉은 동쪽으로부터 Cima Piccola('little peak", 2857m), Cima Grande("big peak", 2999m), Cima Ovest("western peak", 2973m)
1차세계대전 전까지는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의 국경이었지만 1919년 셍제르망조약에 의해 이탈리아의 영토가 되었고 남티롤과 벨루노의 경계에 위치하여 현재 독일어와 이탈리어가 공용되는 지역이다
<gps기록>
우측 상부의 아우론조 산장에서 시작하여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돌아오는 형태의 트레킹이다 이번 트레킹의 목적은 알타비아 N.1(AV1)을 걷는 것인데 트레 치메는 알타비아 N.4(AV4)의 경로에 존재한다 비록 AV1에 포함되지는 않을지언정 돌로미테에 왔으니 돌로미테의 상징적 봉우리라고 할 수 있는 트레치메를 빠트릴 수는 없다
숙소를 떠나 아우론조 산장 아래 주차장까지 오는 동안 비가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한다 트레킹을 시작할 무렵 비는 그쳤지만 하늘은 여전히 흐려있고 고지대에 바람까지 부니 기온은 제법 쌀쌀하다
<아우론조 산장>
저 아래 나중에 들리게 될 미주리나 호수(Lago di Misurina)가 보인다
몬테 크리스탈로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치마 오베스트(Cima Ovest) 허리를 감돌아 시계방향으로 돌아나간다 치마(cima)는 산의 정상이란 의미이고 오베스트(ovest)는 서쪽을 의미하니 치마 오베스트는 서봉이란 뜻이다 트레 치메(Tre Cime)의 트레는 3의 의미이고 치메는 치마의 복수형이니 트레 치메는 3 봉우리들이란 의미이다
포르첼라 콜 디 메초(Forcella Col di Mezzo)를 지나면서 트레 치메의 북쪽 사면으로 접어든다
카톡으로 사진 몇 장을 지인한테 보냈더니 " 온통 바위뿐이네요 " 라고 한다 어쩌면 돌로미테를 단적으로 표현한 말일지도 모르겠다 소녀 하이디가 뛰노는 스위스, 프랑스의 초원적 알프스와 비교해 돌로미테는 세계 최초 8천 미터, 14좌를 알파인 스타일로 완등한 라인홀트 메스너가 어린 시절 암벽 등반을 즐겼던 침봉들이 즐비하게 치솟은 지역이다 따라서 전자가 다소 여성적이라면 후자는 남성적인 면모가 더 강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카메라 줌을 당겨 나중에 점심을 먹게 될 로카텔리 산장을 담아본다
트레킹에 있어 날씨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날씨가 받쳐주지 않으면 트레킹 자체도 힘들지만 자연을 대하는 감흥과 느낌도 판연히 다라질 수밖에 없다 어쨌든 트레킹 첫날부터 빗발이 날리며 우중충한 게 초장부터 김빠지는 느낌이 없지 않다 오기 전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확인한 돌로미테 지역의 날씨는 나를 실망시키기에 충분했기에 제발 오보이기를 빌었다 산중 날씨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라는 말이 유일한 기대라면 기대이다.......
아우론조 산장에서 처음 길을 나섰을 때는 트레 치메의 세 봉우리가 각각 어느 것인지 알기 어려웠는데 북사면으로 들어서니니 비로서 각각의 암봉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낸다
랑그알름 산장, 2283m에 이르렀을 때쯤 하늘이 조금 개이며 햇살이 비치는 게 더없이 반갑다 집 나간 여편네 다시 들어온 것보다도 더......
트레 치메에 처음 왔건만 왠지 눈에 익은 듯한 데자뷰의 기시감은 무슨 이유일까? 미리 사진으로 봤기 때문만은 아닌데 왜일까.......
그동안 평탄하게 이어오던 트레일이 랑그알름 산장을 지난 후부터 서서히 고도를 낮춰 계곡쪽으로 내려서게 된다
트레 치메(좌. 치마 피콜 / 중. 치마 그란데 / 우. 치마 오베스트)
북사면을 걷는 내내 트레 치메를 치켜보는데 어느 순간 기시감의 이유를 비로소 알아차린다 남미 칠레의 파타고니아 W-트레킹 때 보았던 토레스 델 파이네의 모습이 머리 속에 오버랩되었던 것이다 둘 다 바위 봉우리 세 개가 비슷하게 치솟은 모습이어서 트레 치메를 이미 본 적이 있다고 착각했던 것이다
<2016년 3월 29일 촬영한 칠레의 토레스 델 파이네>
굳이 비교를 하자면 트레 치메는 지표면에서 대략 8백 미터 안팎 높이로 융기된 백운암 바위이지만 토레스 델 파이네는 거진 2천 미터 높이까지 치솟은 단단한 화강암 바위인데다 푸른 빙하호를 앞에 두고있어 장엄함에 있어서는 토레스 델 파이네가 보다 압도적인 것 같다
돌로미테에 와서 무슨 초치는 소리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각자 나름의 멋과 매력은 있기 마련이다 모름지기 아름다움이란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니 아무리 못나도 제짝은 있는 법이다
트레 치메의 북벽은 하나같이 곧추선 직벽이다 중앙의 치마 그란데(2999m)의 북벽은 1933년 에밀리오 코미치(Emilio Comici)에 의해 초등되었다 마지막 오버행 부분은 알프스의 산들중에 가장 오르기 힘든 북벽으로 여겨지는데 당시 등정에 2박 3일이 걸렸다고 한다 아이거, 그랑드조라스, 마테호른 등 유독 북벽만이 유명세를 타는 이유는 무슨 이유일까?
그런데 일반적 루트로 오르는데 가장 힘든 봉우리는 의외로 가장 높이가 낮은 좌측의 치마 피콜라(2857m)이다고 한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우리의 속담은 여기서도 통하고 있으니 선인들의 혜안은 과연 국제적이었음에 틀림없다
허리를 따라 칼질을 매끔하게 해놓은 것 같다 아마 엄청난 괴력의 소유자가 제멋대로 빠죽삐죽 튀어나온 가장자리가 보기 싫어 깔끔히 정리라도 하려 했을까 칼질 윗부분을 덜어내기만 하면 되는데 일을 하다말고 뭔 딴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대자연은 언제나 인간을 초라하고 보잘 것 없게 만드는 신비한 마력의 소유자이다 제아무리 잘난 인간도 대자연 앞에 서면 땅위를 기는 개미 한 마리에 지나지 않는다 굳이 자연의 위대함, 장엄함이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난 인간의 한계를 알고 있을 뿐이다....
내 키와 치마 그란데의 높이가 얼추 비슷해 보인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덤비려한다......
로카텔리 산장(Rifugio Locatelli, 2408m), 독일어로 Dreizinnehutte
산장 내부, 돌로미테의 산장은 산장치고는 최고급 호텔 수준이다 잠자리가 비록 bunk bed일지라도 우리나라 산장처럼 마루바닥에 나란히 눕는 형태는 아니어서 적절한 공간은 제공된다 더욱이 식사, 주류, 샤워 등이 가능하다는 점이 최고의 강점일 것이다
산장 테라스
< Mount Paterno >
산장 아래에는 작은 호수도 있다
로카텔리 산장은 조그만 예배당도 갖췄다
점심을 먹고 나오니 구름이 잔득 몰려들며 다시 날씨가 흐려지는데 바람까지 세찬 게 금방 한바탕 쏟아 부을 기세이다 비옷을 꺼내 미리 입고 처음 트레킹을 나섰던 아우론조 산장 방향을 향한다
WW1 당시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사이에 벌어졌던 격렬한 산악전투의 현장이었던 만큼 그때 만들어졌던 터널, 참호, 요새, 쇠사다리의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당시 돌로미테에서 벌어진 산악전투에서 사망한 인원보다 험난한 지형으로 인한 눈사태 때문에 사망한 사람이 더 많았다고 한다
트레일은 치마 피콜라 옆을 돌아 남쪽 사면으로 향한다 트레일은 전쟁 당시 물자수송을 위해 노새가 다닐 수 있게 만들었던 길이다
좌로부터 치마 피콜라, 그란데, 오베스트가 나란히 선 북벽의 근접 모습이다 치마 그란데의 북벽은 마치 누가 대패질이라도 해놓은 것처럼 매끈하다
라바레도 산장(Rifugio Lavaredo, 2352m)
북사면에서는 치마 피콜라, 그란데, 오베스트의 구분이 뚜렸했지만 남사면에서는 이들의 구분이 확실해 보이지 않아 라바레도 산장 직원과 지나는 사람들을 포함해 다섯 차례를 물어 보았지만 아무도 알지 못한다 현지인들은 트레 치메 또는 드라이친넨 정도만 알면 되었지 굳이 봉우리를 구분해 알려고 하지는 않아 보인다 그저 트레 치메를 걷고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것 같았다
남사면에는 억겁의 세월을 거치며 빙하, 바람, 비에 의해 트레 치메가 조각되며 버려진 돌무지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모든 침식, 풍화 작용을 아우러는 세월의 힘에 못이겨 트레 치메는 한겹씩 껍질을 벗고 알몸으로 섰다
앗~ 따가워... 악어의 이빨보다 더 날까로운 능선을 보는 순간 마치 내 눈이 찔리기라도 한 것처럼 따갑다 그런데 저런 능선을 올라타고 아무렇지도 않게 희희낙락거리듯 춤까지 추어대는 운해는 뭐란 말인가?
WW1 당시 사망자들을 추모하는 예배당을 지나면 종착지 아우론조 산장이 지척이다
현지인들의 느긋한 여유로움에 눈길이 머문다 그들에게는 간단히 바깥바람 쐬는 정도일 것이다 가벼운 산책을 하듯 올 수 있는 이들이 마냥 부럽다
오전에 보았던 아우론조 산장이 가까워졌다
되돌아 오기까지 5시간 27분이 걸렸고 실제 이동시간은 3시간 53분이었다 일시적으로 걷히는 듯하던 구름이 아우론조 산장으로 들어설 무렵 다시 짙어졌다 차에 올라타기 전 잠간 화장실에 들렸는데 그새를 못참고 비를 퍼붓는다
미주리나 호수(Lago di Misurina)
길이 2.6 km, 깊이 5 m, 고도 1754 m의 호수이다 1956년 동계올림픽이 열렸을 당시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가 열린 천연의 야외빙상장이었다
전설에는
미주리나는 토파네, 안텔라오, 트레 치메 사이의 영토를 다스리는 소라피스 왕의 딸이었다 미주리나 공주는 소라피스 왕의 품안에서 응석받이로만 자랐기에 철이 없고 괴팍스러웠다 어느 날 몬테크스탈로 요정이 가진 마술의 거울을 가지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아버지 소라피스를 졸랐고 소라피스 왕은 딸의 응석을 견디다 못해 크리스탈로를 찾아간다
소라피스 왕의 요청에 크스탈로 요정은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자신의 정원에 심어진 아름다운 꽃들이 강렬한 태양빛 때문에 시들어 잘 자리지 못하니 소라피스 왕이 산이 되어 그늘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한다 딸 미주리나는 마술의 거울을 가지고 싶은 마음에 앞뒤가릴 겨를도 없이 덥석 거울을 잡아버린다 그 순간 소라피스 왕은 산으로 변하고 이에 놀란 미주리나는 아버지의 산에서 떨어져 죽고만다 외동딸을 잃은 아버지 소라피스의 슬픈 두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이 고여 미주리나 호수가 되었다...
토파네, 안텔라오, 트레 치메, 소라피스, 크리스탈로 등은 모두 미주리나를 둘러싸고 있는 산봉우리의 이름이다
" Sabato Pomeriggio " 노래로 유명한 음유시인 Claudio Baglioni는 미주리나 전설을 노래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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