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마음 안에 묻었던 무언가를 이야기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한 이야기 속엔 때론 삶의 상처가 가득 묻어 있기도 하고 회한이 숨쉬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그러한 마음을 이야기할 때면 숨겨왔던 눈물이 흐르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고백을 통해 어떠한 격려나 덕담을 들어서가 아니라, 바로 고백이라는 것을 통한 내 자신의 투명한 인정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 복음 안에서 우리는 예수님과 마주한 한 여인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여인의 모습을 통해 지금의 내 자신과도 마주하게 됩니다. 사람들이 꺼려하는 시간에 홀로 물을 길러 가는 모습, 예수님을 알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 그리고 예수님과의 대화 안에서 자신의 상처와 만나는 모습, 분명 이 여인의 모습은 또 다른 우리의 모습입니다.
이 여인은 참으로 상처가 많은 여인 같습니다. 분명 이 여인은 믿었던 사랑에게 버림을 받은 적도 있을 것이고, 사랑하였지만 마음 안에서 현실 안에서 연인을 잊어야 했던 경우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 여인의 멍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점점 짙어져만 갔을 것입니다.
결국 우물가에 그녀를 홀로 있게 하는 것은 그녀의 마음 안에 있는 미움과 상처, 그리고 그로인한 외로움이었을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은 우물가로 걸어 온 이 여인에게 말을 건넵니다. “나에게 마실 물을 다오.” 우리는 삶 안에서 하느님의 음성을 듣고자 하지만 그 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마치 이 여인이 예수님과 대화를 하지만 그 내용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왜냐하면 상처가 깊을 때는 상처의 아픔 밖에 느낄 수 없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듯이, 마음의 상처가 가득한 그녀의 귀엔 물을 청하는 예수님은 단지 갈증에 힘겨워하는 청년일 뿐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후에 이 여인은 변화합니다. 그동안 아무도 그녀에게 말을 건네지 않았는데, 예수님과의 대화는 그녀에게 삶의 희망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우리는 삶의 작은 조각들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게 됩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위로 하십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그 여인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과 같이, 하느님은 우리의 삶 속에서 우리의 영혼을 위로해 주십니다. 그리고 그 위로를 통해 우리를 변화시키십니 다. 그렇기에 하느님의 음성은 나를 더욱 외롭게 하기도 하고 더욱 눈물나게 하기도 합니다. 마치 오늘 이 여인이 사랑의 상처 속에서 하느님을 알게 되었듯이 말입니다.
잠시 이 시간, 오늘 이 여인에게 하셨듯이 나에게 말을 건네시는 그 하느님을 묵상해 보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