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학원을 다니다가 군대에 들어가게 된 나는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었습니다.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먹고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습니다.
그냥 공부를 해야지, 군 제대를 하면 어떻게든 대학을 가야 할 텐데
라는 생각만 했었습니다.
전방에서 근무를 하면서 영어 단어장을 가지고
막연하게 공부를 해 두어야 무엇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초병 근무를 서면서도
공부의 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군 제대를 할 무렵에서 좋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아버지가 농사일을 하다가 다리가 골절되는 사고가
생겨서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도 없고, 바다의 양식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보길도라는 섬이지만 수천 평의 땅과, 바다에서 김양식도 했고
살아가는데 힘은 들었지만 수익은 꾸준했었는데
이제 더 이상 아버지가 농사를 지을 수도 없게 되었으니
학비를 보태주지 못하겠다는 현실을 맞이하고 인정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여 군 제대 후에 1개월 동안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이제 대학 진학은 포기를 해야 하는 것일까
당장 무엇부터 시작을 해야 할까.
무슨 직업을 가져야 할까.
내 인생 중에서 가장 고민을 많이 한 시기가 바로
군 제대 후 1개월이었던 같습니다.
결론은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술 중에서도 내가 창업을 할 수 있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기술을 배워야 창업을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무엇이 있을까. 무엇이 있을까......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던 어느 날
미용실에 커트를 하러 가게 되었습니다.
군대에서 통신병이었지만 소대원 이발을 했던 만큼 군 제대 후에
첫 방문한 미용실에서 커트를 하는 미용실 원장님의
커트하는 것을 보면서 .... 아~~~ 헤어디자이너 ^^
헤어디자이너를 하는 것은 어떨까 하고 생각만 하고
쉽게 결정을 내리지는 못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남자가 헤어디자이너가 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도 아니었습니다.
저는 남자 헤어디자이너가 있는지도 잘 몰랐습니다.
시골에서 자란 탓에 군대를 가고 제대를 했으니 그런 정보를
얻는다는 것이 당시에는 쉽지가 않았었죠..
남자 헤어디자이너라......
하편으론 내가 최초의 남자 헤어디자이너가 되는 것일까?
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미용학원을 다니다 보니
이미 남자 헤어디자이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남자가 미용을 한다는 것에 자신감이
더 생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내가 미용을 하겠다고 했을 때 식구들은 반대를 했었죠...
남자가 할 짓이 없어서 미용을 하느냐는 등
호적까지 들먹이면서
그렇게 나는 미용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미용 학원에 들어간지 3개월 만에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했는데
당시 평균 6개월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좀 빠른 시간에 자격증 시험에 합격을 했던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3개월이었지만 사실 2개월 정도에 이미
합격선의 시간 안에 모든 과목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미용학원을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일요일도 쉬지 않고 빠른 합격을 위해서 정말 많은 연습을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자격증을 취득하고
홍대 극동 방송국 삼거리 합정동에서부터
나의 첫 스텝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당시에는 12시간 정도씩일을 했었죠.
파마 도 하루에 혼자서 10명 이상의 와인딩과 패널 붙이기
매직 스트레이트를 했던 것 같습니다.
로드 말기를 많이 해서 손가락이 벗겨지기도 했으니
90년대 초에는 미용실이 정말 황금 어장이었던 같습니다.
미용학원 동기들 모임에서 들었는데
당시 스텝 한 달 평균 급여가 10~15만 원 정도였는데
저는 20~30만 원까지 받았으니 평균 보다 좀 더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스텝 생활을 마치고 초급 디자이너가 될 무렵에
미용학원 원장님의 소개로 kbs 방송국 분장실에서
미용 파트에서 남자 헤어디자이너를 구한다고
면접할 기회를 주어서 면접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는 일은 드라마 촬영을 할 때 연기자들 헤어를 담당하는 것
이었습니다.
면접을 보러 간 날이 수요일이었을 것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날은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스튜디오 녹화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면접을 보러 갔는데 테스트를 할 모델이 필요해서
분장실 선배가 모델을 불렀는데
당시 막 녹화를 마치고 분장 미용실에 들어온 배우가 있었으니
바로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고현정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의 kbs 분장실에서 배우들 헤어를 담당하는
헤어디자이너 생활이 시작되었는데
잦은 출장과 여러 드라마를 담당하면서 인생에 있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기였습니다.
방송국을 다니면서 전국의 방방곡곡 촬영을 다니면서
즐거움도 있었지만 이렇게 언제까지 촬영장을 쫓아 다니면서
일을 할 수 있을까.. 이것이 나의 마지막 목표는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촬영을 다니면서도 시간이 쪼개어
학원도 다니고 , 공부를 병행하다가
대학을 가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3년간의 방송국 근무를 마치고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