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부터 비가 내린다.
주룩주룩 내리던 비가 이젠 세차게는 아니지만 꾸준히 내린다.
어렸을 때 툇마루에 앉아서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만들어내는 오만가지 모양을 보면서
엄마가 부쳐주시던 부침개를 먹곤 했는데 이젠 나 스스로 만들어먹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그런 나이가 되어버렸다.
비가 오고 아파트 화단에 감나무가 반질반질한 잎이 무성한 것을 보니 문득 기정떡이 생각난다.
어렸을 때 홍교다리 근처 광산의원에서 천주교 성당쪽으로 조금 올라가다보면 기정떡 집이 하나 있었다.
다리가 불편하신 아주머니가 하시던 자그마한 떡 집은 항상 맛있는 기정떡이 있었다.
술을 넣어서 술냄새가 나서 좋아했을까?
커다랗게 쩌 낸 하얀 떡은 폭신폭신하면서도 작은 구멍이 숭숭 뚫려있었는데
네모나게 썰어서 하나하나 감 잎으로 감싸고 차곡차곡 쌓아서 소쿠리에 담아놓고
한 개씩 꺼내 먹으면서 '여름인데 쉬지도 않고 참 맛있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그 기정떡 집은 이후 박문호네 집 골목쪽으로 이사와서 한참 장사하다가 어느 날 사라져버렸지만
남태도 외할아버지와 함께 홍교다리 기정떡 집에 왔다갔다 한 적이 있다니 꽤 오랜 기간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해 준 집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나이 들어서도 시장이며 대형마트에서 파는 증편을 옛 추억에 젖어 사 먹어 보았지만 어디서도
홍교다리 그 기정떡은 맛 볼수 없었다.
화순에 기정떡을 잘한다는 곳이 있다는데 과연 거기서 홍교다리 기정떡과 같은 맛을
되살릴 수 있을 지 모르겠다.
비가 오고 여름이 오니 문득 기정떡이 생각나는 건 기정떡 그 자체보다 이젠 되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에 눈물이 나도록 서럽기 때문이 아닐까?
첫댓글 기숙아 오늘 기정떡좀 사온나 !
벌교에 살았던 사람이면 그 기정 떡 맛을 모를 사람은 없을꺼다, 엄마 살아 생전에는 서울 오시면 해 와서 먹곤 했어
그 옆짚 찐방 집 생각 안 나냐. 고딩 때 "숙" 이랑 찐방 사멱다가 화학 나부랭이선생 한테 걸려 가지고 혼났었지.
그때는 빵 하나 사멱는 것도 왜 그렇게 큰일이었을까? 암만 생각해도 이해 안 되는거있지.
여름만 되면 으례 생각나는 우리의 떡이지. 오늘 그대 추억에 같이 묻혀 보노라!! ㅎㅎ 묵고 싶당!!!!
기숙이가 식욕을 듣아주는구나.
지금도 울친정엄마는 행사때면으례껏
기정떡을 잔뜩가져오셔 자식들에게 나눠주신다.
여기서 나눠주면서 폼잡는 기정떡이란다.
점남이 니는 참 좋겟다 아직도 친정엄마가 계셔서 기정떡까지 해 주시니, 우리도 언제 점남이 덕에 기정떡 먹어볼 날이 있을까? ㅎㅎ
고창 가면 된다 ㅎ ㅎ ㅎ ..
군대생활때 기정떡 추억이 생각난다.
쫄병때 휴가 끝나고 부대복귀할때 울엄니가 이바지로 가지고 가라고 그집에서 기정떡을 사주신걸 가지고 가면,
타 지역출신 고참들이 한번 베어먹고는 부른다 "떡이 쉰거 아니냐고??ㅋㅋ"
막걸리가 들어가서 그렀다고, 일명 술떡이라 부른다고 한참 설명을 해줬다.
맛있다고들 다음에도 다른 거 말고 이거 사오라고들 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 전국을 사로잡는 유명 기정떡집이 순천의 "광양기정떡"이라고~
내가 몇년째 주문 해 먹고 있는데~ 참으로 맛이 있어~~~ㅋ
여름에 쉬지말라고 막걸리를 넣어서 만든떡 인가봐~~
여기도 비슷한떡은 파는데 맛이 거기것만 못해요. 그맛이 안나.....
모시잎떡도 맛있는데...
왜 갑자기 기정떡 생각이 났을까? ㅎㅎ 기숙이 셋째 가졌나!!!ㅋㅋㅋ
그 기정떡집이 우리 먼~~~고모할머니 댁이란거 모르지? 자손이 없어 후에 떡집의 맥을 이어가지 못함이 안타까울뿐~~~
그런 거였어? 정말 아쉽다. 정말 그 곳의 떡은 모두 추억속의 맛이란다. 너가 나이가 있었으면 그 맛을 조금이라도 재현해 낼 수도 있었을텐데.
바로 그 옆집이 우리 외삼촌댁이었거든 그 떡 하나가 추억의 마법상자가 되었다 그 떡 또한 감나무 잎사귀로 사준적이 있었는 데 그 파란 잎사귀가 세월의 흔적을 뛰어 넘어 우리 가슴속에 파란낙엽으로 떨어진다 씩씩하게 보이는 주말산녀가 추억의 동그라미를 그리다가 기정떡을 생각해 보았을 애잖함을 그리워 한다
화단 반질반질한 감나무 그리고 기정떡 그 연상작용이 우리의 과거의 수레바퀴를 현재로 돌리는 시간의 흔적일깨다
오랜만에 들어왔네. 건강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