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기도 지향: 평화와 비폭력의 문화
국가와 시민이 무력에 의존하지 않고 평화와 비폭력의 문화를 널리 퍼뜨리도록 기도합시다.
한참 이슬람 극단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1993년 알제리에서 일군의 이슬람 극단주의 전사들이 트라피스트 수도원을 찾아왔습니다. 당시 이들은 이미 수도원에서 3km 떨어진 곳에서 12명의 크로아티아인들을 살해했기에 분위기는 매우 긴장된 상태였습니다. 극단주의 전사들은 수도원의 크리스티앙 드 셰르제 원장 신부님에게 의약품을 요구했고, 이에 대해서 드 셰르제 신부님은 거절했습니다. 다행히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수도자들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고떠났습니다. 드 셰르제 신부님은 당시 복잡했던 심경을 일기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내가 그를 위해 무슨 기도를 할 수 있을까? 나는 하느님께 그를 죽여 달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렇게는 청할 수 있다. 그를 무장해제시켜달라고. 하지만나 자신에게 묻는다. 과연 나는 그를 무장해제시켜달라고 청할 권리가 있을까? 오히려 나 자신과 우리 공동체를 무장해제시켜달라고 청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드 셰르제 신부님의 일기에 담겨 있는 성찰은 매우 묵직한 깊이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불의한 것을 판단하고 심지어 그 불의를 바로 잡아달라고 청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빠져 있는 것은 우리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화와 분노입니다. 우리가 평화와 비폭력을 이야기할 때에는 단순히 자신의 의견과 의지를 실행하는 수단을 논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마음의 풍경은 과연 어떠한가? 우리 영혼은 과연 어떤 상태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가가더 본질적입니다.
드 셰르제 신부님이 이런 깊이있는 성찰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그가 청년 시절 한참 피비린내나는 알제리 독립전쟁의 한 가운데에 징집병으로 참전했던 과거가 있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 징집병으로 알제리에 파견되었고 어느날 동료와 함께 순찰도중 알제리 독립을 위해 싸우는 무장 게릴라의 습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동료는 이미 사살되었고 곧 무장 게릴라가 그를 처형하는 순간 알제리 경찰관이 개입하여 ‘이 사람은 신을 믿는 사람이다.’이라고 증언하며 처형을 중단시켰습니다. 이렇게 간신히 살아난 드 셰르제 신부님은 곧 자신을 살려준 알제리 경찰관이 바로 그 행위로 인하여 다음날 게릴라에 의해 마을 거리로 끌려나와 총살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사건은 그의 영혼에 깊은 자국을 남겼고, 그는 수도자가 되어 무슬림과 알제리를 위해 살겠다는 결심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나중에 수도사제가 되어 알제리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그는 무슬림과의 종교간의 대화를 추진하였는데, 그 모임의 이름이 리밧 알 살람-평화의자리-이라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드 셰르제 신부님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는 이렇습니다. 과연 나는 온유하고 부드러운 평화의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가? 매체를 통해서 접하는 온갖 화나는 상황에서 나는 공감과 자비의 시선으로 이 상황을 바라보고 이해하고자 애쓰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이 사회가 좀 더 온화한 소통과 대화로 서로를이해해나가도록 애쓰고 있는가?
다시 한번 말하지만, 평화와 비폭력은 단지 수단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우리 마음의 자세, 영혼의 풍경을 반영하는 것이고 그렇기에 우리는 계속해서 기도속에서 우리가 하느님이 우리를 바라보는 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고자 청해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