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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지으면 벌을 받게 마련입니다. 형이 확정되기 전에는 일단 몸을 구속하는 수갑을 차고 다른 사람들과 격리되어 수감이 됩니다. 그러나 죄수가 다루기 힘들거나 난폭한 사람이라면 감옥 안에서도 수갑을 차는 신세를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무슨 큰 죄를 지었기에 철창 안에 갇혀서도 저렇게 쇠고랑[手匣, 梏]을 차고 있을까요. 수(囚)자가 그냥 감옥에 갇혀 있는 죄수를 표현한 글자라면 어(圉)자는 사진처럼 감옥 안에서도 수갑[幸]을 차고 있는 것을 나타낸 글자입니다. 마부 어(圉) 갑골문-금문-소전-해서 죄수와 상관있는 글자입니다만 이 글자의 훈은 '마부'입니다. '옥 어(圄)'자의 본래 글자입니다. 감옥을 나타내는 에운담몸(囗) 안에 원래 수갑이라는 뜻에서 나온 '다행 행(幸)'자가 있는 모양입니다. 수갑을 찬 채 감옥에 갇혀 있는 모양이지요. 옛날에는 죄가 경미한 죄수들에게는 노역형을 시켰는데 아마 마부로 부렸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이 글자의 훈은 '마부'가 되고 형성자인 어(圄)자로 대체하게 된 것이지요.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을 좀 고상하게 표현할 때 영어(囹圄)라고 합니다. 모두 감옥에 갇혔다는 말이지요. 국회의원 선거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만 옥중출마를 영어의 몸으로 출마한다고들 하지요. 죄가 경미한 사람들은 신체가 손상되는 형벌까지는 받지 않았습니다. 가장 가벼운 사람들에게는 훈방, 근신, 노역형이 행하여졌지요. 요새로 치면 집행유예, 사회봉사 등의 형이었습니다. 노역형은 물론 육체적으로 노동을 해야 하므로 다소 힘든 형입니다. 옛날에는 남자들의 경우에는 성을 쌓거나 수리를 하는 노역형이 있었고, 여자들에게는 곡물을 탈곡하는 용(舂)이라는 노역형이 있었습니다. 이보다 가벼운 죄를 지은 사람에게는 곤(髡)이라는 형벌이 주어졌는데, 이는 머리를 삭발하는 것이었습니다. 율 브리너나 시니어드 오코너 같은 삭발한 배우나 가수가 큰 인기를 끌기도 합니다만 남에게 머리를 삭발당하는 것은 수치심을 야기시키기 위한 것으로 현대에까지도 행하여졌습니다. 최초의 사진 전문 에이전시인 매그넘의 창시자이자 전설적인 종군기자인 로버트 카파의 사진입니다. 학창시절에 카파의 사진전을 가본 적이 있는데 이 사진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프랑스가 해방된 후의 모습을 담은 사진 중의 하나입니다. 나치에게 부역한 혐의가 있는 한 여성이 삭발을 당한 채 나치와 동침하여 낳은 아기를 안고 거리에서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옷을 입고 있는 상태에서 여성에게 유일한 털인 머리를 깎인다면 얼마나 큰 수치이겠습나까? 반면 중국에서는 남자의 경우 곤(髡)이라는 삭발을 당했는데 이는 문자적으로 수염을 깎는 것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수염은 남자의 자랑거리입니다. 이는 링컨의 경우를 봐도 알 수가 있습니다. 왼쪽은 수염을 기르지 않은 모습이고 오른쪽은 수염을 기른 모습입니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대통령 선거를 한 달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그레이스 베텔이라는 여자 아이가 링컨에게 편지를 보내 깡마른 모습 때문에 수염을 기르면 훨씬 품위가 있어보일 것이라고 하였답니다. 이 편지를 읽고 링컨은 수염을 기르게 되었고, 우리가 익히 아는 링컨의 모습은 이렇게 해서 탄생되었습니다. 물론 이것 때문에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리는 없었겠지만 어느 정도 영향은 미쳤을 것입니다. 대통령이 된 후 링컨이 워싱턴에 있는 백악관에 가기 위해 자기가 살던 스프링필드를 떠나 베텔이 살고 있는 웨스트필드에 들러 감사의 뜻을 전했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수염은 이렇게 남성의 품위를 더해주는 요소가 되는데 중국에서는 더 말할 나위도 없었습니다. 중국에서 수염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면 단연코 『삼국지』의 주인공 중 하나로 독자들의 가장 큰 사랑을 받는 관우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드라마 속의 모습이기는 하지만 정말 수염이 아름답습니다. 조조는 관우에게 '미염공(美髥公)'이라는 별명을 지어주고 비단으로 만든 수염집을 내려주기까지 합니다. 물론 환심을 사서 그를 유비로부터 전향시키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때 조조에게 전향했더라면 일신의 영달은 이룰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같은 충의로 대표되는 인물이 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거기에 수염까지 그의 풍모를 더해줍니다. 구레나룻 같은 수염은 한자로 이(而)이라고 하였습니다. 말이을 이(而)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해서 갑골문은 옆에서 본 턱수염을 나타내고, 금문부터는 정면에서 본 멋진 수염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 글자는 일찌감치 수염이라는 뜻보다 접속사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우 대개는 음가(읽는 소리)가 같기 때문입니다. 글자의 뜻이 달라지면 원래의 뜻을 간직하고 있는 글자를 만들어 내게 됩니다. 이 글자가 수염이라는 뜻을 상실하게 되자 수염을 나타내는 요소인 '터럭삼(彡)'을 붙여서 이(耏)라고 하였습니다. 이(耏)자에는 또 다른 음이 하나 더 있는데 '내'라고 하며 훈은 '구레나룻을 깎다'이며, 견딜 내(耐)자와 같은 뜻으로 쓰입니다. 구레나룻을 깎는 것과 견디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위의 사진은 폴란드의 흐루비에쇼프라는 곳에서 종교적인 이유로 수모를 당하고 있는 한 유태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이 기르고 있는 구레나룻을 깎아버리는 것이지요. 이미 오른쪽 절반은 다 깎여나간 상태입니다. 당하는 사람의 저 곤혹스러워 하는 표정을 한번 보십시오. 전통 유태교를 믿어오는 사람들에게 이는 큰 수치였습니다. 내(耐, 耏)자는 바로 남자의 권위와 링컨 또는 관우 같이 품위를 유지시켜주는 수염을 깎는 형벌인 것이지요. '견딜 내(耐)'자는 이런 모습을 표현한 글자입니다. 견딜 내(耐) 금문대전-소전-해서 이 글자는 비교적 늦게 출현하여 금문대전부터 보입니다. 그런데 금문대전의 글자는 위에서 나왔던 원래 수염의 뜻으로 쓰였던 이(而)자의 뜻을 보존하기 위해 만들어낸 이(耏)자와 자형이 일치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소전에서 비로소 삼(彡)이 촌(寸)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촌(寸)은 오른손이라는 뜻인 우(又)자와 통용된다고 하였지요.(『이미지로 읽는 한자』 114~128쪽 참조) 이(耏)자는 '내'라는 발음도 있다고 하였는데 바로 '구레나룻을 깎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금문대전은 아마 뽑혀나가는 수염을, 소전은 수염을 뽑는 형리의 오른손을 나타낸 것 같습니다. 곧 '구레나룻을 깎는' 형벌을 받으면 '견뎌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곧 남자로서 수염을 잃은 수치를 참고 견딘다는 것을 말하지요. 링컨 정도의 수염이라면 모르긴 해도 최소 1개월여를 견디어 내어야 오른쪽 사진의 모습처럼 될 것입니다. 반면에 관우의 아름다운 수염이 몽땅 잘리면 위 사진처럼 회복하는데 모르긴 해도 몇 년은 걸릴 것입니다. 이는 가만히 생각해보면 죄수들의 형량과 연관지어 생각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링컨의 경우 수염을 깎이는 형벌을 받으면 1개월여의 형기를 복역한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고 관우의 경우는 몇 년 형을 받은 것이나 똑같겠죠. 링컨은 한 달여 동안, 관우는 몇 년간 원래의 모습을 찾기 위해 수치를 참고[堪: 감] 견뎌야[耐: 내] 했을 것입니다. 이것이 '견딜 내(耐)'자가 수염과 관련된 형벌임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
첫댓글 와우! 브라보!!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분명하고,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풀이해 주셔서
정말 고맙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