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본 '다니엘 바렌보임과 서동시집 오케스트라' 때문에 몇 주 동안 에드워드 사이드 독서에 매달렸어요.
영화의 감동이 독서로 이어진 셈이지요.
그런데 어제 '서칭 포 슈가맨'이란 영화는 아무 책도 떠오르게 하지 않네요.
그냥 제 자신을 돌아보게 합니다.
내가 얼마나 허약한 인간인지, 부질없는 것들에 매달렸는지.
영화에서 찾아가는 가수 로드리게스는 성공과 실패 그 너머에 우뚝 서 있더군요.
아니, 앉아 있다고 해야 할까, 흘러간다고 해야 할까. 그냥 그저 그렇게 바람처럼 산처럼 구름처럼 존재하더군요.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게 고맙고 감동이고 그랬어요.
가난하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미술관으로 박물관으로 다니며 피폐한 도시 너머의 삶을 보여주었다는 아버지,
턱시도를 입고 막노동을 하는 노동자,
영합하지도 잘난척하지도 않고 제 식대로 노래하는 가수,
책을 읽어서 그런 경지에 오를 수 없다는 게 슬픕니다.
놓치지 말고 꼭 보시기 바라요. 무리를 해서라도.
첫댓글 네, 알겠습니다.
잘 지내시죠 선생님?!!! *^^*
안그래도 메모 해놓았어요~
11시50분 상상마당에서 관람했어요. 우리가 놓지 못하는 것들을 로드리게스는 '그냥' 그렇게 바라보네요. 인정과 부와 그에 따르는 것들을 그는 터벅 터벅 지나쳐 가고 있었습니다. 참 아름다운 사람이었어요. (정란선배, 두분의 현주씨, 형정씨, 영임씨랑 저랑요)
가을날 참 어울리는 영화였어요. 전 눈온날, 석양지는 거리를 코트깃을 세운채 ,비틀거리며 걷던 주인공의 모습과 멜로디가 아련하네요. "거리의 음유시인"이라는 이름으로 그를 기억하렵니다. 그리고 교보빌딩에 붙은 현수막에 적힌 글귀로 이가을을 다시 생각합니다. "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이 왜 낮은곳에 있는지..."
휴일, 서방님께 아이를 맡기고 드디어 봤네욤!
"살아있게 해줘서 고마워요." 겸손도 이런 겸손이 또 있을까 싶은게...
게다가 '달과 6펜스'의 내용이 겹쳐지면서 여러 감동이 한꺼번에 밀려와 참 감당하기 힘들었어요. 좋은 영화 소개해주셔서 넘 감사합니다~*^^*